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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박이 된 가상베팅게임들, 환전에 10분도 안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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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쓰는 대한민국 게임 강국 프로젝트 제1차 게임주권의 회복' 포럼 (사진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지난 해 2월 열린 '게임주권의 회복’ 행사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은 무분별한 규제 원인이 '사행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명숙 위원장은 "게임의 탈을 쓴 불법 도박물은 촘촘히 규제하고 건전한 게임은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법 개정과 관리시스템 개발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게임과 도박의 분리를 역설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게임의 탈을 쓴 불법 도박'은 얼마나 규제되고 있을까?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2018년에도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 없는 게임들이 법망을 피해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소위 '가상 베팅 게임'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은 점을 들어 '국가에게 인가 받은 합법'이라는 광고까지 내고 있다. 그러나 게임메카가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베팅 게임은 대부분 도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게임과 불법 도박을 구분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게임위는 대체 왜 가상 베팅 게임을 허용한 걸까? 그리고 가상 베팅 게임은 어떻게 법망을 피해 '합법'이라는 망토를 두를 수 있는 것일까?

스포츠 베팅, 합법과 불법은 어디서 판가름 나나


▲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박'에 대한 해설 (사진출처: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식 홈페이지)

우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베팅 게임과 도박의 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을 잠시 짚어보자. 대법원 선고 2010도9330 판결에 따르면 법률상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서 우연한 승패에 의하여 그 득상(得喪)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렇다. 둘 이상의 사람이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및 권리를 걸고 확률에 의한 승부를 내, 이긴 쪽이 이를 모두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재물'과 '우연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르면 주사위 내기, 포커, 맞고 등은 물론이고 복권, 경마, 투계, 투견 등도 도박의 범주에 포함된다. 승패가 주로 우연성에 지배되며, 재물을 걸고 승패를 정해 승자가 걸린 상품을 얻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중에는 국가에서 법률상 허용하는 도박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설 도박은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

법률상으로는 스포츠 베팅도 도박으로 간주된다. 바람, 습도, 선수의 당일 건강상태 등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6년의 내기 골프 베팅을 불법 도박으로 판결하며, "공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으므로 우연의 요소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 '랜덤 박스'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 도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났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우연성에 좌우되는 요소가 있어도 재물이 걸리지 않았다면 도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소위 '랜덤 박스'는 실제 돈을 내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아이템 상자를 구매하는 것이다. 분명히 우연성에 의한 아이템 습득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것이 실제 돈이거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 아이템이 아니라면 재물이 걸린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 불가한 아이템이 나오는 '랜덤 박스'는 도박이 아니다.

종합하면, 도박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재물'과 '우연성' 두 요소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도박으로 간주된 게임은 게임물이 아닌 도박물로 관리되며, 게임으로서는 등급분류 거부를 당하게 된다. 또한 실제 돈을 걸지는 않아도 이상의 두 가지 요소를 과도하게 연상시키는 게임은 사행물 모사게임으로 분류되어 등급분류가 거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연성'과 '재물' 요건 둘 중 하나만 피해도 도박이 아닌 게임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가상 베팅 게임은 바로 이러한 게임과 도박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파고든 게임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재물'의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간 것이다.

게임 머니로 '재물' 요건 피해가는 가상 베팅 게임


▲ 도박처럼 보이지만 도박이 아닌 베팅 시뮬레이션 게임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본적으로 가상 베팅 게임은 '재물'이라는 요소를 배제한 게임이다. 실제 스포츠 시합 중계를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로 진행되는 가상 스포츠 및 사다리 타기 등 우연성에 의해 승패가 정해지는 간단한 게임들을 자체적으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또한 플레이어는 게임이 시작되기에 앞서 내기 베팅을 할 수도 있다.

가상 베팅 게임과 도박을 나누는 차이는 베팅 코인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실제 돈을 걸면 도박이 되겠지만, 가상 베팅은 실제 가치가 없는 가상의 돈인 게임 머니를 걸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상 스포츠 베팅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제 돈으로 가상 게임 머니를 구매해야 하고, 오직 이 게임 머니로만 베팅을 할 수 있다. 게임 머니 자체는 실제로 물건을 사는 데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재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게임 머니를 통해 '재물' 요건을 피해간 셈이다.

다만 여기에 조건이 하나 있다. 게임 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금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 머니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이는 실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재물'로 간주되고, 이를 걸고 확률에 의한 득실을 다루는 게임은 법률상 도박이 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가상 베팅 게임들은 약관에 분명히 게임 머니가 일체의 재산적 가치가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 대개의 베팅 게임은 게임 머니에 재산 가치가 없음을 명시해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가상 베팅 게임 중 하나인 '스XXXX' 이용 약관을 보면 게임 머니를 유상으로 처분(양도, 매매 등)하거나 권리 객체(담보제공, 대여 등)로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해당 약관은 게임 머니가 서비스를 이용에만 사용되는 가상의 데이터로 일체의 재산적 가치가 없음 또한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체육공단 관계자는 "스포츠베팅 게임 불법 여부는 주로 게임 머니 현금화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내기에 게임 머니를 거는 가상 베팅 게임을 도박으로 규정할 법률적인 근거는 사실상 없다고 이야기했다. 게임위 또한 '스XXXX', '오XXXX', '바XXXX' 등 다수의 가상 베팅 게임을 게임물로 분류하고 등급을 부여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이러한 게임들 중 상당수가 게임 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금할 수 있는 비공식적 창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는 게임 내부에 환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사실은 소위 '머니상'이라고 불리는 사설 환전상을 통해 게임 머니를 돈으로 환금할 수 있다. '머니상'만 거치면 가상 베팅 게임은 순식간에 도박이 되어버리는 구조다.

게임 머니, 순식간에 현금으로 환금된다


▲ 환전에 대한 글이 지워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가상 베팅 게임의 게임 머니는 얼마나 쉽고 빠르게 환금될까? 게임메카가 직접 확인한 결과 10분이면 충분했다. 심지어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모든 과정이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이루어지는데다, 환금도 직접 받으러 갈 필요 없이 온라인 송금으로 해결됐기 때문이다.

대상으로 삼은 게임은 게임위가 인가한 가상 베팅 게임 '스XXXX'였다. 이 게임은 2015년 서비스 시작 이래 여러 번 '게임위에 인정받은 합법 베팅 게임'이라는 광고를 게재해 회원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이 게임은 유료 아이템 판매와 스포츠 중계 광고 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며, 게임에 사용되는 게임 머니는 일체의 재산적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금새 환금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게시판에 '환금'과 '환전'이라는 검색어를 쓰자마자, 상세한 환금 방법에 대한 게시물들이 검색된 것이다. 게임 운영진이 직접 쓴 게시물들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환금 안내 게시물이 오랜 세월 여럿 축적되어 있었고, 공지사항에는 이에 대한 단속 및 제재에 대한 기록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환전이 금칙어로 지정되지도 않았고, 해당 게시물들은 1년 가까이 삭제되지도 않았다.


▲ 공개 채팅창에서 만난 '머니상'에게 쪽지를 받아 실제 거래를 해볼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환금 방법은 간단했다. 사이트 및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공개 채팅창에 '환금'이나 '환전'이라고 쓰는 것이다. 해당 문구를 쓰고 1~2분 정도 기다리자 곧장 개인 쪽지가 세 통이나 날아들었다. 모두 게임 머니를 환금해주겠다는 '머니상'들이었다. 이들은 수수료 3%를 떼고 게임 머니를 환금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환전액수는 최소 3만 원부터였고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머니상'에게 환금을 받기 위해서는 카카오톡을 이용해야 했다. 쪽지로 받은 카카오톡 아이디를 친구로 추가하고 "스XXXX 게임 머니를 환금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바로 답장이 왔다. 이름, 연락처, 카카오톡 아이디, 게임 아이디, 은행계좌, 환금 금액을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대답은 미리 정해진 응대 프로토콜이 있는 것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이들의 공식 사이트에는 각종 게임 머니에 대한 환전 수수료 및 거래량이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기까지 했다.

요구된 정보를 건네주자 '머니상'은 게임 내에 사설 승부차기 방을 개설했다. 여기서 미리 정해둔 방향으로 공을 막거나 차서 일부러 지는 방법으로 게임 머니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게임 머니를 전달하자 '머니상'은 전달한 계좌로 돈을 송금했고 거래는 종료됐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8분이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해서 음성적 환금 방법에 대해 파악하고, 실제로 환금을 받을 때까지 도합 10분 밖에 안 걸린 것이다.


▲ 카카오톡으로 접선 후 보다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공공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게임 머니가 환금되는 게임은 비단 '스XXXX' 뿐이 아니었다. 게임메카가 직접 확인한 것만 해도 최소 4종의 게임이 '머니상'을 통한 환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임위의 인가를 받은 게임도 '머니상'이 버젓이 활동하는데, 비인가 게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2006년 큰 문제가 됐던 '바다이야기'도 조금씩 이름을 바꾼 변종들이 온라인상으로 계속 서비스되고 있고, 2014년 매스컴을 탄 '네XX'의 '사다리게임'도 아직 운영 중이었다.

이에 게임메카는 인터넷 베팅 게임 업체와 직접 연락을 취해 보았다. 머니상을 단속하거나 제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스XXXX' 운영진은 “(우리 게임에는) 환급 등 불법적인 요소가 제공되고 있지 않으며, 머니상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에 대해 다시 한 번 "머니상 및 머니상을 통한 불법 환금은 단속 및 제재 대상인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했지만, 여기 돌아온 답변은 다시 "합법 게임 사이트이기 때문에 머니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 단속이나 제재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관련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위 모니터링 한계, 불법 환전 못 막고 있다


▲ 해당 게임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인가가 나 있는 상황 (사진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많은 수의 가상 베팅 게임이 실질적으로 도박처럼 이용되고 있으며, 운영진은 '머니상'을 통한 환금 관행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박으로 변질되는 가상 베팅 게임을 이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실 알고 보면 이처럼 '머니상'을 묵인해 사실상 온라인 도박으로 기능해온 가상 베팅 게임들은 대단히 많다. '머니상'은 그 유래를 따지고 올라가자면 2000년대 초 한게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고,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잠시 잠잠하다가 2010년대부터 다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법률만으로 타개하기는 쉽지가 않다. 앞에서 직접 확인한 것처럼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게임 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금해주는 시스템이 없으며, 업체 또한 '머니상'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사행행위영업이라고 볼 수도 없고 도박개장죄를 물을 수도 없다. 국민체육공단 말처럼 규제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 실제로 게임만 놓고 보면 법률상 합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모니터링을 통해 게임업체와 '머니상' 사이의 유착관계를 입증해내는 것밖에 없다. 실제로 2011년에는 경찰이 한 포털 게임업체 직원이 '머니상'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사실을 적발했고, 2012년에는 '머니상'의 존재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방치해 부당수익을 올린 게임업체 임직원 3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게임업체가 '머니상'을 알고도 방치해 이익을 도모한 정황만 있다면, 제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셈이다.

다만, 이러한 방식의 모니터링은 합법 게임업체에 대한 감독 및 조사 권한을 지닌 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 2013년에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합법적 게임업체에 대해서는 우리가 감독하고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곤란함을 토로했다. 게임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독, 수사공조가 없으면 '머니상'과 일부 게임업체 사이의 유착관계를 입증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게임위 본연의 업무를 감안해도 '머니상'과 일부 베팅 게임업체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규정 중 사행성확인 기준을 다룬 16조 2항에 따르자면, 게임위는 게임물의 사행성을 판단함에 있어 게임물 이용 또는 영업 행태, 목적, 결과에 따른 환전가능성 및 그 정도와 규모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게임 머니 등을 직•간접 유통해 금전적 이익으로 제공하거나, 이를 현금으로 구매 및 선물하게 하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위는 '스XXXX' 등의 가상 베팅 게임에 '머니상' 단속 및 제재를 요구하지 않은 채 4년이나 방치했다. 게임메카가 직접 게임위에 연락해 해당 게임에서 '머니상'들이 공공연하게 게임 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금해주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위원회 측은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게임위는 확인된 '머니상' 홈페이지는 폐쇄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나, 게임 내에서 활동하는 '머니상' 활동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불법 환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전문적인 모니터링 요원 양성해야


▲ 엄마도 좋지만 전문가가 더 절실하다 (사진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앞서 언급했듯, 게임위 여명숙 위원장은 놀이와 노름을 구분해야 게임업계가 부당한 규제를 피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발언으로부터 1년이나 지난 지금, 아직도 실질적으로 도박처럼 이용되는 가상 베팅 게임들이 '게임위로부터 인가 받은 합법 토토'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게임위는 '머니상'이 성행하고 사실상 도박으로 이용되는 가상 베팅 게임을 왜 강도 높게 감독하고 단속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전문 모니터링 요원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2015년부터 모니터링단을 운영 중이나, 그 규모와 전문성에 대해 늘 많은 비판이 있어왔다. 모니터링 요원 근무기간이 4개월 남짓인데다, 그나마도 시간제 요원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경력단절 여성 및 장애인을 중심으로 뽑기 때문이다.

물론 모니터링에 얼마나 대단한 전문성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게임을 모니터링하며 주요 이슈와 민원 확인까지 일일이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위 측은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 담당 상근 모니터링 요원은 10여명으로, 이들이 하루에 수백 건의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고 곤란을 호소했다.


▲ 2017년 8월부터 12월까지 근무할 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했던 공고 (사진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시간제 모니터링 요원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뽑는 것도 문제다. 물론 경력단절 여성이나 장애인이 모니터링 업무를 못 볼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공무를 보는 사람을 뽑을 때 직무적합성보다 경력단절이나 장애를 우선시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경력단절 여성과 장애인을 우대하면 모를까, 자격 조건 최우선 조항으로 두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 최소화 방침 발표로 웹보드게임 규제가 다소 완화되리라는 기대가 한껏 고조되어 있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 가지고 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게임업계 호조를 틈타, 불법과 합법 사이 애매한 지점을 노린 도박게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위의 치밀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4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활동하는 지금 모니터링단으로는 한계가 크다. 만약 게임위가 불법 환전이 횡행하는 일부 가상 베팅 게임을 단속할 생각이 정말 있다면 모니터링단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보다 심도 깊은 전문성을 함양한 전문 모니터링 요원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체제로는 불법 환전을 포착하는 데만 해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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