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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사도, 자료도, 깊이도 없었던 국감 게임 질의

2018년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행하는 감사와 조사를 뜻한다. 1년 간 주요 현안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부 기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짚어내는 자리다. 국정감사가 특별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루트로 알아내기 힘든 정책 자료를 모으고, 이를 물을 핵심 증인을 출석시키고, 여기서 밝혀낸 문제점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공식 석상에서 지적해야 한다.

올해의 경우 모범적인 사례는 박용진 의원이 교육위 국감에서 제시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다. 박 의원은 사전 입수한 유치원 명단을 내세우며 수면 아래 이슈를 표면화시켰고, 범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게임업계로 시선을 좁히자면 작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에서 나온 ‘게임 예산 몰아주기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세연 의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예산 집행 자료를 근거로 H사에 3개월 간 17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며 불공정한 지원사업 선정 과정을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게임업계 국정감사는 첫 단추인 ‘조사’부터 잘못 뀄다. 많은 의원들이 게임계에 산재한 문제점을 지적하려 손을 내밀었지만, 빈약한 조사와 잘못된 정보 탓에 국정감사 현장을 의미없는 호통자리로 만들어 버렸다.


▲ '리니지' 문제를 지적하며 '리니지M' 인터뷰를 준비한 염동열 의원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지난 18일 열린 문체부 국감에서 염동열 의원은 PC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국내 온라인게임의 월 50만원 제한을 꼼수로 피한다고 지적하며 자료화면으로 모바일게임 '리니지M' 유저 인터뷰를 제시했다. 이어 조경태 의원은 게임위의 '확률형 아이템' 관리감독이 소홀하다고 지적했지만, 막상 게임위에 이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은 모르고 있었다.

지난 29일 열린 문체부 종합국감에서도 같은 광경이 되풀이됐다. 이 자리에서 손혜원 의원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소환해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성 콘텐츠인지 아닌지에 대해 물을 예정이었다. 공식 석상에 잘 모습을 비추지 않는 김택진 대표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 지는 초유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막상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손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 게임물과 다르다”라는 말밖에 못 끌어냈다. 확률형 아이템과 사행성 게임물은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현재 제기되는 폐해 등은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그저 김 대표의 말을 자르고 “모두가 사행성이라고 하는데 왜 아니라고 하냐”라는 논리적 근거 없는 내용으로 증인을 ‘추궁’하기 바빴다. 이럴 거면 왜 불렀나 싶을 정도였다. 결국, 이번 국감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했다.


▲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하이라이트는 30일 여성부 국감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종필 의원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원인을 게임 중독인 것처럼 몰아갔다. 게임을 즐기는 학생 비율과 과몰입군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하며 핀트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치 게임 과물입이 이런 범죄를 저지를 만한 예비 범죄자를 낳는 것처럼 이야기하며, 게임 중독 예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논지를 펼쳤다.

그러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엄연히 경찰 조사 중인 사안으로, 아직 사건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게임 중독 역시 아직 정식으로 질병화 된 것이 아니라 내년 있을 WHO 총회에서 통과된 후에야 2022년 1월부터 적용될 사항이며,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은 ‘게임 중독’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내세워 강력범죄의 원인으로 몰고 갔다.

물론 이번 국정감사가 헛걸음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의미 있는 질의와 정책 촉구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의원들은 소수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가 얻은 수확은 거의 없다. 게임관련 정책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료조사조차 안 한 탓이다. 회사원이었으면 시말서 감이다. 국민이 권한을 줬으면, 최소한 제대로 사용하려고 노력이나 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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