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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플스? 패미컴? 이 혼종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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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놀이틀'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10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놀이틀'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5년 10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격동의 90년대를 겪은 콘솔게이머라면 가끔 의문이 생깁니다. ‘어렸을 때 내가 즐겨 하던 게임기의 정체가 뭐지?’라는 것이죠. 지금이야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스위치 등이 본연의 이름으로 정식 발매되는 시대지만, 과거엔 한국 유통사의 취향에 맞춰 이름을 마구잡이로 변경했거든요. 예를 들면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는 삼성을 통해 ‘슈퍼 겜보이’, 혹은 ‘슈퍼 알라딘보이’ 등으로 출시됐었죠.

그러나, 이런 현지화는 애교로 보일 정도의 정체불명 기기들도 있었습니다. 분명 규격은 맞는데, 게임기 이름은 듣도보도 못 한 경우죠. 오늘 소개하는 ‘놀이틀’ 역시 비슷한 경우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외관에 슈퍼패미콤 컨트롤러, 패미콤 하드웨어를 갖춘 '놀이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플레이스테이션 외관에 슈퍼패미콤 컨트롤러, 패미콤 하드웨어를 갖춘 '놀이틀'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먼저 광고를 보겠습니다. ‘8비트 게임기의 신화창조!!’, ‘국산 게임의 신토불이 선언!’ 과 같은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광고 내용만 들어서는 왠지 한국에서 만든 새로운 콘솔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혼란에 빠지는 시점은 기기 사진을 보고부터입니다. 네모난 기판과 위로 열리는 동그란 뚜껑, 그 좌우로 위치한 버튼까지. 얼핏 보면 당시 최신형 게임기로 유행을 타던 소니 야심작 플레이스테이션1을 꼭 닮았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소니에서 소송 걸어도 질 법한 디자인인지라 ‘이래도 될까? 되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저작권에 다소 관대했던(?) 90년대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묘한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모름지기 플레이스테이션이라면 뚜껑을 열면 게임 CD를 집어넣는 홈이 나와야 정상인데, 우째 이 제품에는 CD 대신 게임 카트리지 홈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컨트롤러는 슈퍼패미컴과 묘하게 비슷한데, 카트리지는 패미컴입니다. 마치 스마트폰인 줄 알고 전원 버튼을 눌렀는데 액정은 계산기 LCD였고, 기능은 삐삐였더라… 같은 기분입니다.

이 콘솔의 정체는 당시 흔하던 ‘패미클론’. 즉 패미컴 불법 복제 제품입니다. 90년대 중반 당시, 패미컴은 전 세대 콘솔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단순한 하드웨어 구조, 패키지 보급량 등 90년대 중반까지 이른바 ‘국민 게임기’ 자리에 올라 있었죠.

게임챔프 11월호에는 광고모델을 섭외한 광고도 게재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게임챔프 11월호에는 광고모델을 섭외한 광고도 게재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러나 이 ‘국민 게임기’에는 한 가지 오점이 있었으니, 정확히 파악은 되지 않지만 ‘대다수’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은 이들이 정품 패미컴 대신 불법 복제 ‘패미클론’을 통해 게임을 즐겼다는 겁니다. 89년 현대전자에서 ‘현대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패미컴을 국내에 정식 발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저작자인 닌텐도가 짝퉁 단속을 주도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패미클론’들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해태나 영실업 등 나름 규모 있는 기업들에서도 앞다투어 ‘패미클론’을 내던 시기니까요.

그 많은 ‘패미클론’ 가운데서도 이 ‘놀이틀’은 유독 돋보였습니다. 일반적인 패미클론들이 자동차나 탱크 등 장난감 모양을 하고 있거나 패미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어정쩡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었던 데 비해, ‘놀이틀’은 무려 최신 of 최신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벤치마킹(불법도용) 했거든요. 내용물은 패미컴 게임이지만 왠지 플레이스테이션 CD 게임을 즐기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놀이틀’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잘 팔렸습니다. 잡지나 신문에도 수 차례에 걸쳐 광고를 냈고, 당시로서는 흔치 않던 탤런트 모델까지 기용했네요. 이후 제작사인 유니테크는 내장 게임(역시 불법복제)을 다수 삽입한 ‘놀이틀 2’까지 출시했으니,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놀이틀'과 같은 유니테크에서 낸 '슈퍼탱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놀이틀'과 같은 유니테크에서 낸 '슈퍼탱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내장 게임을 많이 보유한 자동차 모양 패미클론 ‘울트라 42X’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내장 게임을 많이 보유한 자동차 모양 패미클론 ‘울트라 42X’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기왕 ‘패미클론’ 얘기가 나온 김에 잡지를 뒤져 다른 게임기들을 좀 더 모아봤습니다. 탱크 모양으로 생긴 ‘슈퍼탱크’와 자동차 모양인 ‘울트라 42X’ 등이 보이네요. 위 게임기들 역시 닌텐도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불법 제품들이었는데요, 많게는 백 개가 넘는(같은 게임 돌려막기가 좀 있지만) 내장 게임들을 지니고 있어 정품 패미컴보다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2019년 현재 이런 ‘패미클론’은 나름대로의 마니아층을 만들었고, 이제는 유저 개인들이 마개조한 기기들까지 합쳐져 그 자체가 하나의 B급 문화로서 인정받는 분위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 게임메카 기자 중에도 전세계 각국 ‘패미클론’을 수집하던 마니아가 한 명 있었는데, ‘놀이틀’이나 ‘슈퍼탱크’는 가지고 있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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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화
게임메카 취재팀장. 콘솔, VR, 온라인, 모바일 등을 고루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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