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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패미컴 짝퉁의 짝퉁, 혼돈의 96년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슈퍼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1월호
▲ 슈퍼콤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지난 14일, [90년대 게임광고] 플스? 패미컴? 이 혼종의 정체는… 에서 독특한 외관의 패미클론 게임기 몇 대를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패미클론은 당시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생산되던 닌텐도 패미컴 불법 복제 제품을 통칭하는 단어로, 닌텐도 본사가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제 3국(국내 포함)에서 패미컴 활성화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광고 역시 이런 패미클론의 일종입니다. 다만, 상황이 조금 복잡하게 꼬인 제품이죠. 패미컴을 무단 복제한 패미클론 상표권을 다시 한 번 무단 사용한… 그야말로 90년대였기에 가능한 혼돈의 도가니를 소개합니다.

'슈퍼콤 X Plus 알파' 탄생을 알리는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슈퍼콤 X Plus 알파' 탄생을 알리는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일단 광고를 보겠습니다. ‘슈퍼콤 X Plus 알파’라는 기판명과 게임기 사진이 보입니다. 가운데에 팩을 꽂는 구멍이 있고, 양 옆에는 패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90년대 들어 나온 패미클론 답게 팩을 꽂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내장 게임이 기본 탑재돼 있고, 한글로 번역된 게임 152 합본 팩도 증정하는군요. ‘가까운 문구/완구점에서 구하세요’ 라는 문구도 인상적입니다. 아무래도 96년 당시 패미클론은 전문 게임샵보다는 동네 문구점에서 팔 만큼 세대가 지난 게임기였으니까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레트로 마니아 유저들 중에서는 ‘슈퍼콤’ 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도 여럿 있으실 겁니다. 사실 ‘슈퍼콤’은 해태그룹의 전자사업부였던 해태전자에서 90년대 중반 출시한 패미클론입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대기업 특유 물량 마케팅이 합쳐져 국내 출시된 패미클론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죠.

그런데 이 기기는 해태전자가 아니고 ‘두레엔터프라이즈’라는 처음 듣는 회사명을 달고 나왔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거보전자’ 라는 곳에서 ‘슈퍼콤 X Plus’라는 제품을 낸 적이 있는데, 이 제품은 한술 더 떠 ‘X Plus 알파’ 입니다. 광고 아래쪽에는 자매품 ‘슈퍼콤 X Plus II’도 있군요. 참고로 제품 외관은 완벽히 똑같고, 차이점은 왼쪽 위에 새겨진 회사 로고와 제품 내 삽입된 내장 게임 종류 정도입니다.

7개월 먼저 나온 '슈퍼콤 X Plus II'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7개월 먼저 나온 '슈퍼콤 X Plus II'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렇다면 왜 해태전자 제품을 중소 업체들에서 냈을까요? 답은 바로 해당 제품이 해태전자 자체 제작품이 아니라, 대만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입해 온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만 업체는 초기에는 해태전자와만 계약을 맺고 국내에 판매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국내 여러 업체들과 문어발 계약을 맺기 시작한 것이죠. 그 와중에 국내 업체들은 앞서 해태전자가 사용한 ‘슈퍼콤’ 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했고요.

정리하자면, ‘슈퍼콤 X Plus 알파’는 패미컴 짝퉁이었던 ‘슈퍼콤’ 이름을 무단 사용한 ‘짝퉁의 짝퉁’입니다. 참고로 저 때 해태전자는 무리한 기업인수를 벌이다 결국 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해체되어 버려 ‘슈퍼콤’에 대한 상표 관리를 할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광고에서도 B급 감성이 묻어나오는군요. 당시 유행하던 ‘피구왕 통키’ 만화책 표지 일러스트가 대충 잘린 채 붙어있질 않나… 아무튼 여러모로 90년대 중반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는 광고였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삼성 새턴으로 나온 '버추어파이터키즈'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삼성 새턴으로 나온 '버추어파이터키즈'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광고는 세가에서 '버추어 파이터'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낸 외전격 게임 '버추어파이터키즈'입니다. 광고에서는 어째 '버쳐파이터'로 나와 있는데, 게임위에 등록된 정식 명칭은 '버추어파이터키즈'가 맞습니다.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 '버쳐'와 '버추어'가 혼용돼 쓰이긴 했는데, 광고주인 삼성전자에서도 이를 헷갈렸던 것 같군요.

이 게임은 '버추어 파이터 2'의 게임성을 기반으로, 캐릭터들을 SD 아이들처럼 만들었습니다. 팔다리가 짧고 머리가 크다 보니 원판과 조금 다른 공방이 펼쳐집니다. 특히나 어린 유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인지 간편 모드를 탑재해 다소 어려웠던 '버추어 파이터 2'의 게임성을 희석시킨 것이 특징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게임의 이용등급은 15세 이용가로, 어린아이들은 즐기지 못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영등위가 매기는 게임 등급이라는 게 큰 역할은 못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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