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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세대, 게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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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 고'를 즐기는 10대 게이머 (사진출처: 픽사베이)

최근 중∙고등학생은 PC보다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했고, 함께 자란 세대이며 24시간 폰을 옆에 두고 생활한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일도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PC를 켜고 포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영상을 검색한다. 유튜브를 포털처럼 쓰는 것도 스마트폰 세대의 특징이다.

물론 성인도 폰으로 게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온라인게임을 주로 하며 자란 30대 이상은 ‘그래도 게임은 PC지’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온라인게임 주 연령대가 10대에서 20대였으나 지금은 30대 이상을 겨냥하고 있다. 작년에 가장 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로스트아크’가 청소년이용불가로 서비스 중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바야흐로 자녀는 폰으로, 부모는 PC로 각각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PC보다 스마트폰을 더 친숙하게 사용하는 10대들의 움직임은 작년부터 게임 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게임, 직접 하지 않고 영상으로 본다

▲ 작년 지스타는 '보는 게임'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0대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는 분야는 ‘보는 게임’이다.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실시간 방송이 크게 인기를 끈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및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점차 발전하며 폰을 들고 다니며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5분 이내로 끝나는 영상에 대세로 떠오른 이유는 TV나 PC가 아니라 폰으로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 개인방송이다. 게임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유명한 트위치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2018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 수는 2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늘었고, 평균 시청자는 1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 중 ‘포트나이트’ 방송으로 유명세에 오른 스트리머 ‘닌자’는 미국 전국구 토크쇼로 알려진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하며 개인방송의 사회적인 위상이 얼마나 올랐는가를 보여줬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개인방송에서 자주 다뤄지는 게임이다. 트위치를 비롯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주요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 영상은 대전 위주 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포트나이트’와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도타 2’처럼 다른 유저와의 대결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 단골로 자리잡고 있다.

▲ 트위치 인기 게임 대부분은 대전 게임에 집중되어 있다 (자료출처: 트위치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게임이 대세로 자리잡은 이유 중 하나는 개인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10대와 20대가 평소에 즐겨 하는 게임이 한 판씩 즐기는 대전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목할 또 다른 묘미는 채팅이다. 개인방송은 일방적으로 진행자가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는다. 진행자와 시청자가 채팅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방송을 이끌어나간다. 대전 게임은 소위 말하는 ‘훈수 두는 재미’를 느끼기에 적합한 소재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부분은 짧게 즐기는 대전 게임이 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일을 해결하는 10대의 생활 패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2017년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Z세대(1995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가 특정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은 ‘8초’다.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10대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에 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고등학생이 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게임하며 웹툰도 보고, 영상을 보며 게임도 한다.

이러한 일상에 익숙하기 때문에 게임 역시 하나를 몇 개월씩 붙잡고 하는 MMORPG보다 같은 시간에 여러 판을 즐기는 대전 게임에 끌리는 것이다. MMORPG의 경우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며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벌기 어렵다. 그러나 한 판씩 끊어지는 대전 게임이라면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들여도, 보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짧게 소비하는 10대의 경향이 대전 게임의 인기와 여기에 부합하는 개인방송의 발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모바일에서 난공불락으로 통했던 슈팅과 AOS의 부상

▲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브롤스타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소개한 게임 플레이 경향은 모바일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의 발표에 따르면 만 16세부터 24세 사이는 좋아하는 게임에 한 달에 평균 5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25세 이상이 평균 9시간을 썼다는 것과 비교하면 게임에 들이는 시간이 기존보다 적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가 발표한 작년 12월 디지털 게임 매출 순위 1위 역시 텐센트의 모바일 AOS ‘왕자영요(영문명 아너 오브 킹)’이다. ‘왕자영요’는 모바일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라 불릴 정도로 세심한 조작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이 한국보다 스마트폰이 다소 늦게 보급된 중국 현지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PC가 아닌 폰으로 AOS를 즐기는데 익숙한 유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 슈퍼데이터가 발표한 작년 12월 디지털 게임 매출 중 모바일 1위는 '왕자영요'다 (자료출처: 슈퍼데이터 공식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1월 28일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에 따르면 30위 내에 슈팅 게임이 눈길을 끈다. 매출 8위에 오른 슈퍼셀 ‘브롤스타즈’와 22위에 자리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글로벌에 이어 국내에서도 슈팅 게임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에 슈팅과 AOS는 PC 혹은 콘솔에 최적화되어 있고, 모바일로는 즐기기 어려운 장르로 통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거에는 키보드와 마우스에 익숙한 게이머들이 대부분이라 좀 더 정밀한 조준과 컨트롤이 요구되는 게임을 터치를 기반으로 한 폰에서는 100%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3살부터 스마트폰을 만지며 자라난 10대에게는 오히려 더 편하다. 예전에는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모바일 FPS나 AOS가 터치에 익숙하고, 짧게 즐기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와 만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작년에 출시된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즈’는 PC에서도 조직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RTS를 모바일에서도 즐기기 쉽게 출시하여 눈길을 모은 바 있다.

▲ 모바일로도 RTS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를 시장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RPG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적기가 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도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장르는 RPG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현재 중고등학생은 게임 하나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고, 게임 하나를 오래 붙들고 즐기는 것도 낯설다. 이보다는 단판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게임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에 능하다. 앞으로 모바일에서 떠오르는 장르 역시 하루에 몇 판씩, 짧게 즐기는 대전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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