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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발자가 ‘제주 4.3 사건’ 게임을 스팀으로 내려고 한다

▲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인디게임 '언폴디드'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한국사’는 보편성을 띄기 어려운 소재라는 인상을 준다. 외국인에게 그저 남의 나라 옛이야기로 여겨질 수 밖에 없고, 한국인에게는 외울 것만 많은 ‘암기과목’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현대사는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 당사자들의 생존, 그리고 첨예한 이념 대립 등으로 다루기 민감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국 현대사, 그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아픈 주제인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게임을만든 인디 개발팀 COSDOTS의 생각은 달랐다. 이념의 색안경을 벗어 던진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한국 현대사라는 것이다. 

COSDOTS 팀은 게임 '언폴디드' 1편과 2편을 출시해 ‘제주 4.3 사건’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그리고 현재는 스팀을 통한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언폴디드’ 3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도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COSDOTS 팀을 게임메카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언폴디드: 참극' 출시 트레일러 (영상출처: COSDOTS 공식 유튜브 채널)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COSDOTS 팀은 김회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김회민 디렉터)와 정재령 아트 디렉터(이하 정재령 디렉터) 2인으로 구성된 인디 개발팀이다.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게임 개발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팀을 꾸렸다고 한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게임 개발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8년 4월 2일에 있었던 제주 4.3 희생자 70주기 추념식을 영상으로 접한 후였다. 팀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김회민 디렉터는 수능에서 3사(국사, 세계사,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했을 만큼 역사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제주 4.3 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잘 몰라 스스로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 그리고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을 읽고 이 사건을 게임으로 만들어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의 결심을 전했다.

▲ COSDOTS 팀 김회민 디렉터(왼쪽)와 정재령 디렉터(오른쪽)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제주 4.3 사건에 대해 관련 특별법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가 내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가까운 이웃, 친인척, 그리고 직계가족까지 아무런 잘못 없이 죽어나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제주도민들은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독재 정권 시기에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제주 4.3 사건의 상처는 지난 1989년 이후에야 비로소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국가원수가 처음으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를 했으며, 2014년에는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제주 4.3 사건을 다룬 도서나 영상 등 자료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매우 부족하다. 더욱이 여전히 이념적 잣대로 사건을 재단하려는 사람들도 많아 진상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국 현대사 전문 연구자들조차 다루기 어려운 소재인만큼 게임으로 만들기엔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COSDOTS 팀은 제주 4.3 사건이 논쟁적인 소재라는 것은 알지만,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회민 디렉터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무고한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초점을 맞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자 ‘언폴디드’를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 '언폴디드'는 생존자인 가상의 문학소년 '동주'의 시선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물론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 COSDOTS 팀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 어떤 비판 혹은 비난을 감수할 마음의 준비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게임이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후 제 3자가 억지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끄집어 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COSDOTS 팀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묻어둬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언급을 앞으로도 회피한다면 어느 순간 잊혀지게 될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 은폐하려 했던 사건의 가해자들과 마찬가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직접 사건을 겪었던 생존자 및 유족들도 억울한 피해를 알리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재령 디렉터는 “제주 4.3 사건 생존자 및 유족 분들을 직접 만났었다. 제주도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젊은 사람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며 격려를 해주셨는데, 더 좋은 게임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정재령 디렉터는 제주 4.3 사건 생존자 및 유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 세계인이 제주의 아픈 상처를 공감할 수 있도록

‘언폴디드’는 본래 4개 챕터로 이뤄진 하나의 게임으로 구상됐다. 그러나 열악한 인디게임 개발 여건에서 하나의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예상보다 작업량이 많아 개발기간이 늘어났기에 1개 챕터가 완성될 때마다 한 편씩 모바일게임으로 출시하게 됐다. 그 결과물이 1부 ‘언폴디드: 오래된 상처’와 2부 ‘언폴디드: 참극’이다.

김회민 디렉터와 정재령 디렉터는 ‘언폴디드’를 개발하면서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4.3 아카이브’와 각종 매체 인터뷰 기사, 그리고 서점과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과 사진집 등을 찾아봤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폭넓은 자료조사를 선행했음에도 불구하고 COSDOTS 팀은 “제주 4.3 사건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미 출시된 두 작품에 대해 “스스로 게임성과 고증 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 1950년대 제주도 사진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복장과 배경을 꾸몄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오는 2020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한창 개발을 진행 중인 3부는 기존에 출시된 1부와 2부를 전반적으로 다듬고, 남은 2개 챕터를 더해 하나의 게임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팀 유료 게임으로 내놓는 만큼 무료 모바일게임이었던 전작보다 플레이타임도 대폭 늘이고, 완성도 높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증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게임인재단과 제주 4.3 범국민위원회가 함께 ‘언폴디드’ 제작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전문 연구자의 자문까지 얻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을 스팀으로 출시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과연 한국 현대사라는 소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OSDOTS 팀은 “제주 4.3 사건이 특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역사적 사건은 존재했기에 해외 유저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소재와 별개로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충분하다면 ‘포인트 앤 클릭’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도 말했다.  

▲ 의미 전달과 게임으로서의 재미 모두 세심하게 다듬고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모바일로 나온 ‘언폴디드’를 플레이한 브라질 유저 한 명이 인터넷으로 메시지를 보내, 게임을 흥미롭게 했으며, 자국어로 번역해도 되냐고 문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회민 디렉터는 “그 분에게 게임 스크립트를 보내드렸다. 지금도 SNS를 통해 번역 과정을 올리고 있다. 소재는 물론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언폴디드’는 가상의 문학소년 ‘동주(영문판에서는 ‘헤르만’)’를 주인공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극한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총구를 들이밀고 동굴 위치를 밝히라는 협박을 받게 되는데, 만약 거부하면 죽음을 맞이하고 원점으로 돌아온다. 한 가지 선택지를 강요하는 듯 하지만,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또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을 적용한 만큼 주변 사물을 찾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수 펼쳐진다. COSDOTS 팀은 이러한 게임 진행 방식으로 ‘체험’을 통한 ‘공감’을 게임 속에 녹여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한국사 게임을 계속 만들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COSDOTS 팀은 “명함에 있는 팀 소개 문구를 ‘우리는 역사게임을 디자인합니다(We design historical video game)’라고 한 만큼, 앞으로 여러 난관이 있더라도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앞으로 인디게임 시장에서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많이 출시돼 저변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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