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을 기업적으로 채취해 판매하는 ‘작업장’은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PC MMORPG에서 현금 거래 규모가 성장하면서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게임 경제를 교란시켜 평범한 유저가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게임사는 이들을 잡기 위해 별도 관리 인력을 배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집중할 수 없게 해 게임의 질적 저하를 유발한다.
그리고 모바일 MMORPG가 유행하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는 모바일에서도 불법 작업장이 활개치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보다 유저가 몰리고 게임 내에서 직/간접적인 아이템 거래가 가능한 게임이 많아짐에 따른 현상으로, 최근에는 작업장들의 주 전장이 모바일게임으로 옮겨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PC 온라인게임에선 작업장 운영을 위해 수십 대에 이르는 PC와 공간, 별도의 오토 프로그램을 구비해야 했지만,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자동전투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장소와 장비 면에서도 규모가 작아져 조직이 아닌 개인이 작업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게임 작업장은 규모가 작고 게임사가 인식 가능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온라인게임 작업장보다 적발이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MMORPG 게임사들은 안정적인 게임 서비스를 위해 불법 작업장 근절을 위한 방도를 여러모로 강구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장 계정을 색출해내 정지하는 것이다. 대부분 게임이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장 의심 계정들을 제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지난 2018년 12월 6만 4,000여 개에 달하는 계정에 대해 정치 조치를 내렸으며, 지난 2017년 7월 ‘리니지M’은 약 40만개 작업장 계정에 대해 제재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비인가 오토 프로그램 사용 흔적만 살펴도 추적이 가능했지만, 이러한 불법 프로그램 없이 게임에 기본 탑재된 자동전투 기능과 일부 기초적인 매크로 프로그램만 사용하는 작업장은 조금 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일례로 한 IP에서 너무 많은 계정이 접속하거나 생성되는 경우를 우선적으로 추린 다음, 이를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방법으로 작업장 계정을 색출해내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에는 비교적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다.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해 효과를 본 게임사도 있지만, 아직까지 보편적인 경우는 아니다.
작업장 형성과 활동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유저 간 개인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익명으로 운영되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유저 간 개인거래는 게임 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만, 아이템과 금전 추적이 어렵고 아이템 현금화가 쉬워져 작업장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이에 많은 게임이 1 대 1 거래기능을 도입했다가 폐지하거나, 완성했음에도 도입시기를 무기한 미루고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출시 전 많은 논의를 거쳐 1 대 1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를 통한 작업장 활동이 문제가 되자, 강화 무기 거래나 개인 지정 거래를 대폭 제한했다. 리니지M은 출시 전부터 개인간 자유로운 거래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선전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실제 게임 내 적용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지난 8월 출시 이후 2달 동안 구글 매출순위 상위권에 머무르며 인기를 끌고 있는 에오스 레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업장 근절을 시도했다. 에오스 레드는 리니지, 울티마 온라인 등 1세대 PC온라인 MMORPG와 같은 성인취향 게임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거래소는 물론 1 대 1 거래까지 완전히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출시 이후 흥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게임에 불법 작업장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저가 몰린 탓도 있겠지만, 작업장들이 다수 계정을 생성함에 따라 대부분 서버가 캐릭터 생성불가 상태가 되고, 기존에 생성된 캐릭터도 접속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게임 커뮤니티에서 가장 큰 요구사항 역시 작업장 계정을 엄격하게 적발하고 차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에오스 레드 개발과 서비스를 맡은 블루포션게임즈는 지난 18일, 각 서버 최초 접속 시 휴대폰 인증을 하도록 했다. 유저들 입장에선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e메일 등만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게임 ID와는 달리 쉽게 생성할 수 없는 휴대폰 인증을 통해 무분별한 복수 캐릭터 생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 외에 작업장 계정과 일반 유저 사이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구분해 지급되는 보상양을 달리하여 작업장 효율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넥슨 V4와 엔씨소프트 리니지2M등 이름난 기대작들도 출시 전부터 작업장으로 인한 게임 내 경제 문제를 경계하고 있다. 리니지2M은 리니지M과 마찬가지로 1 대 1 거래 기능을 준비하긴 했으나, 상황을 봐 가며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V4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검수를 진행하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고민 중이다.
게임사와 불법 작업장 사이의 전쟁은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힘들고도 지루한 전쟁을 원천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도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게임사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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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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