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만 오라는 까다로운 식당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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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의 익스트랙션 슈터 '마라톤(Marathon)'은 다사다난한 개발 굴곡을 거쳤다. 첫 발표 이후 여러 번의 개발 연기가 이어졌고, 특유의 매력적인 아트 스타일은 무단 도용으로 드러나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에 번지는 게임을 여러 차례 연기하며 결국 3월 6일 마라톤을 간신히 출시했다
마라톤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라톤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번지의 익스트랙션 슈터 '마라톤(Marathon)'은 다사다난한 개발 굴곡을 거쳤다. 첫 발표 이후 여러 번의 개발 연기가 이어졌고, 특유의 매력적인 아트 스타일은 무단 도용으로 드러나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에 번지는 게임을 여러 차례 연기하며 결국 3월 6일 마라톤을 간신히 출시했다.

실제 40시간 가량 플레이 해본 마라톤은 번지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춰 완성한 수작이었다. 다만 본래도 진입 장벽이 높은 장르에 새로운 허들을 다수 추가해, 마치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만을 처음부터 선별해서 받는 콧대 높은 레스토랑 같았다. 번지는 출시 이후 국내외 매체들에 ‘냉동 보관소’가 업데이트되는 시점에 리뷰를 해달라는 다소 이례적인 요청을 했는데, 물론 구역의 완성도는 높았지만 본질적인 우려를 해소하지는 못했다.

▲ 마라톤 '냉동 보관소' 출시 영상 (영상출처: 마라톤 공식 유튜브 채널)

‘마라톤’만의 세계관과 독특한 아트

게임의 배경은 타우 세티 4 행성에 이주선 '마라톤'이 불시착하며 시작된다. 주인공은 일종의 프리랜서 용병으로, '의체'라는 일종의 가상 신체를 정신으로 조종해 마라톤이 떨어진 주변 지역을 정찰하고 정보를 습득한다. 그 과정에서 마라톤 함선의 소유주인 연합 지구 우주 위원회(이하 UESC)에게 갑작스럽게 포위당해 범죄자로 낙인 찍힌다. 러너는 자신을 임무마다 방해하는 UESC로봇에 맞서며 타우 세티를 노리는 여러 기업들의 임무를 수행한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련되면서도 미래 분위기가 강조되는 아트다. 전반적인 아트 디렉션에서는 확고한 방향성이 느껴진다. 신비스러움, 비인간적, AI, 네온, 도형 등이 강조되어 역겨우면서도 깔끔하고, 미래적이면서도 불편한 감각을 전한다. 이런 아트 디렉션이 불친절하고 불편한 플레이, 기괴한 적, 비인간적인 플레이어블 캐릭터(러너)와 결합되어 '마라톤'만의 기묘함을 완성한다. 

▲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러너'부터 개성이 강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유의 형광빛 색감이 두드러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때문에 아트 디렉션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포인트에 가깝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체들은 모두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듯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기묘한 생김새를 지녔고, 무기도 큐브 모양이 강조되어 이질적인 느낌을 전한다. UESC 로봇도 이동할 때는 둥둥 떠서 다니거나, 사망할 때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붉은 빛을 내뿜는 등 디자인과 움직임 측면에서 섬뜩한 매력을 더했다. 다만 '누에나방'과 세력 '세키구치'의 AI '노나'는 제거하는 선택지를 주면 좋겠다. 노나는 처음 봤을 때 비명을 질렀고, 누에나방도 그만 보고 싶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반복되는 원색과 형광색으로 눈이 피로했다. 강렬한 색상이 반복되어 가시성에도 영향을 줬다. 러너와 적들은 쉽게 구분되지만,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이나 수집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 UX와 UI가 상당히 부실한데, 방어구에 해당하는 '코어'나 ‘총기 부품’이 효과와 무관하게 모두 외형이 동일해 세부 정보를 보기 전에는 능력치를 알 수 없다. 아이템 파밍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 빛 퍼짐, 고요함 등을 잘 묘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나만 고통 받을 수는 없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구분이 전혀 안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번지 다운 훌륭한 건플레이, 탁월한 사운드

마라톤의 가장 압도적인 장점은 이런 기묘한 외형과 함께 어우러지는 섬세한 사운드와 이를 잘 활용한 건플레이다. 타우 세티 4의 전반적인 '소리'는 몰입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 적들의 발소리와 총소리, 배경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바람 소리가 생생하고 세밀하게 고막으로 전달된다.

특히 러너들의 발소리는 뛸 때, 걸을 때, 느리게 움직일 때, 가만히 앉아서 뒤를 돌아볼 때 모두 다르며, 상하좌우 스테레오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공감각적인 몰입과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UESC 로봇들의 걷는 소리는 러너들과 달리 묵직한 철이 내리꽂는 듯해 '정말 도망가고 싶다'는 감각을 더한다. 이런 발자국 소리와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자갈, 낙뢰, 코드가 철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 실드가 터지는 타격감은 일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살금살금 적의 뒤를 노리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건플레이 역시 이런 몰입감의 연장선에 있다. 번지답게 전반적인 타격감을 탁월하게 구현해 적을 쏘거나 맞췄을 때 확실한 피드백을 전했다. 실드가 터질 때의 약하지만 확실한 사운드, 일반적인 총기와는 다른 마라톤의 기묘한 무기들이 주는 반동과 발사음, 총을 맞았을 때 화면 흔들림까지 전반적인 건플레이에서는 최근 플레이한 게임 중 '배틀필드 6'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덕분에 게임을 계속 시도하게 되는 이유을 제시한다. 추후 설명하겠지만 '익스트랙션 슈터'는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게임을 이어갔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는 총을 쏘고, 단검으로 적을 내리찍을 때 손에서 터지는 원초적인 전투 쾌감이었다. 그 정도로 번지의 노하우가 모두 집약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만큼 이런 리소스가 스토리텔링과 크게 연관되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예를 들면 적 UESC 분대, 지휘관과 홀로 맞서는 고난도 싱글플레이 미션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한 가운데 적 UESC 로봇의 연속되는 발자국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고, 그 가운데 조용히 움직이며 자리 잡는 일련의 과정들이 쉽게 머리에 그려져, 지금처럼 도전과제나 숨겨진 요소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흥미로울 것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데스티니’ 시리즈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매력적인 스토리가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 사운드 플레이가 매우 중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에는 칼이 총보다 강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난이도, 랜덤 큐 등 진입 장벽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익스트랙션 슈터는 진입 장벽이 높다. 사망 시 무기와 아이템을 잃는 상실감이 가장 큰 이유고, 가방 크기 제한, 높은 전투 난도, 부상이나 피해마다 다른 치료 아이템 등 불편함과 복잡성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높다면 이를 완화할 방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번지는 '이러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라며 오히려 매콤함을 더했다. 대표적인 것이 ‘포켓’으로 불리는 사망 아이템 보관소가 없는 점이다. 또 게임 전반에서 주는 정보가 적은데, 사망시 내가 적에게 준 피해량 로그 등을 제공하지 않아 플레이 방식이 옳은지 체크하기도 어렵다.

3인 스쿼드 매칭 중심 게임 설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솔로로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게임의 설계가 팀 게임에 맞춰져 있다. 등장하는 UESC 로봇의 체력은 솔로 모드에서 더 적지만, 혼자 플레이하면 '암살자'로 숨어 다니며 상대를 몰래 죽이거나, ‘룩’으로 난입하는 노리스크 리턴 전략 이외에는 위험도가 높았다. 모르는 사람과 팀을 꾸리던, 아는 사람과 함께하던 어떤 경우라도 4만 4,800원의 패키지게임에서 3인 팀 구성은 그 자체로 진입 장벽이다.

▲ 이름이 붙은 구역 외에는 파밍 자원이 적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흔한 랜덤 큐 1의 결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마라톤의 맵과 게임 시스템은 끊임없는 PvP를 요구한다. 냉동 보관소를 제외하면 모든 지역의 크기가 여타 익스트랙션 슈터 대비 작다. 또 지도에 표시되는 핵심 구역이 아니라면 파밍 아이템이 거의 없다. 그만큼 특정 중심지에 유저들이 몰리고, 로봇을 제거하며 소음을 내면 필연적으로 위치를 들켜 싸움이 일어난다. 심지어 탈출할 때도 탈출기를 활성화하고, 50초를 기다린 후에, 범위 안에 10초 동안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1분 동안 경계를 해야 하는데, 맵도 작고 탈출 장소도 한정되어 탈출 직전에 교전이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의사소통이나 사전 조율 유무가 갈리는 랜덤 스쿼드와 사전 구성 팀의 전투력 차이가 크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고 매칭된다. 서로 소통이 가능한 스쿼드와 아닌 스쿼드의 간극은 솔로와 스쿼드 만큼이나 크다. 결국 마라톤을 4만 원 주고 살 친구들을 더 구하거나, 이조차 여의치 않다면 비공식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찾게 된다.

'총기 실험장'과 같은 요소가 없는 점도 단점이다. 특히 UI, UX에 문제가 있고, 총기 외형이 현실과 다르며, ‘충전식 사격’ 등 독특한 발사 방식이 있는 마라톤에서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비싼 총으로 위험 지역에 진입하는 것은 기부에 가깝다. 심지어 교전조차 조심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 쏜 한 발이 마지막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장르 선구자인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조차도 사격장이 있는 만큼, 추가할 필요가 있다.

▲ 솔로큐, 숨어 돌아다니는 삶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이고 지뢰밭으로 돌진하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단 1초 차이로 실패 (사진: 게임메카 촬영)

'냉동 보관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번지는 ARG 콘텐츠를 통해 매 주말 개방되는 현존 최고 난도, 최대 크기 맵을 ‘냉동 보관소’를 개방했다. 아이템 가치 5,000, 플레이어(시즌) 레벨 25, 모든 파벌 계약 최소 1개 달성부터 플레이 가능한 제한을 뒀으며,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게임 사이클을 완성시켰다. 평일에는 경계, 전초기지를 돌아다니며 파밍을 하고, 이를 토대로 모은 재화를 주말 냉동 보관소에 쏟아붓는 것이다. 

냉동 보관소의 맵 규모와 전반적인 난도 조절, 파밍 아이템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등장하는 UESC 로봇은 상당히 강력해 5,000 크레딧에 장비를 딱 맞춰 간다면 어렵게 느껴진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구조로 설계됐는데, 그만큼 최고 등급인 ‘존엄’ 파츠나 장비를 전보다 자주 발견할 수 있어 파밍의 재미를 더한다. 다만 냉동 보관소는 플레이를 몇 번 해보는 것으로는 공략법을 숙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 관련 정보를 외부에서 열심히 학습하는 것이 추천된다.

▲ 21일 열린 '냉동 보관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공략이 필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냉동 보관소에 처음 진입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는 통로가 대부분 막혀있다. 이때 UESC 지휘관을 제거하고 보안키를 가방에 넣으면 ‘보안 등급 레벨’이 오르며, 이때 일부 통로가 추가로 개방된다. 탈출을 위한 최소 조건이 보안 3등급인 만큼 UESC를 찾아 제거해야 하는데, 보안 등급 2레벨부터는 적군과 길이 연결되기 때문에 교전이 자주 일어난다. 만약 아군이 사망하고 보안 키를 뺏기면, 상대는 더 자유롭게 구역을 돌아다니는데 아군은 등급이 떨어져 고립되는 참사가 발생한다.

탈출 방식도 복잡한데, 특정 비콘에서 상호작용을 한 후 먼 곳에서 생긴 탈출구를 찾아 달려야 한다. 맵도 크고 지형도 상당히 복잡한 만큼, 보안 레벨 3등급을 달성하더라도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약 6회 정도를 플레이하며 단 한 번도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고, 40시간 동안 모은 재화를 모두 날렸다. 존엄 파츠나 가방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들고 나오지 못했으니 큰 의미는 없었다. 

▲ 보안 레벨을 먼저 올린 상대의 침입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평범한 상자에서도 치유 아이템이 우르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냉동 보관소에서는 특히 랜덤큐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영어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대화가 통했으나, 노래를 틀어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유저, 혼자 내달리는 유저, 제대로 된 장비를 들고 오지 않은 유저 등이 난립하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네 판은 다른 스쿼드에게 깔끔하게 박살났고, 한 판은 간신히 탈출기를 켰으나 길을 몰라 도달하지 못했으며, 한 판은 UESC조차 정리하지 못했다.

냉동 보관소는 번지가 리뷰를 미뤄달라고 한 의도가 이해될 정도로 익스트랙션 슈터가 지향하는 짜릿한 고점을 선보였고, 공략의 재미도 더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진입 장벽을 낮추지 않는다면, 결국 전반적인 유저 풀이 줄 것이다. 마라톤 출시 첫 날 스팀 동시접속자는 8만 8,300명이었고, 이후 조금씩 줄어 현재는 5만 명 대를 유지하고 있다. 냉동 보관소가 출시된 지난 주말에도 스팀 유저는 평소보다 11% 정도만 증가했다. 5만 명이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 ‘데스티니 2’ 의 번지에겐 아쉬운 성적이며, 최근에는 큐 잡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마라톤은 PvP가 강조된 익스트랙션 슈터다. 총기 타격감, 파밍의 재미(특히 냉동 보관소 이후), 사운드를 통한 몰입, 주말마다 고난도 콘텐츠가 열리는 사이클은 번지의 의도대로 잘 구현됐고, 뼈대도 탄탄하다. 하지만 이런 설계가 마라톤의 생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PvP 중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도, 타격감도, 파밍도, 뼈대도 아닌 절대적인 유저의 숫자다. 고난도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만큼이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게임의 기초 설계나 약 20일간 패치 방향성에서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 저기 보이는 대다수의 장비가 6회 만에 다 사라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안 권한을 해킹할 수 있는 다른 비컨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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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026년 3분기 6일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FPS, 슈팅
제작사
번지스튜디오
게임소개
마라톤은 SF PvP 루트슈터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사이버네틱 용병 ‘러너’의 의체로 잃어버린 식민 ‘타우 세티 4’를 탐험한다. 탐험은 혼자 혹은 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진행되며, 신비한 유물, 주입 물질, 러...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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