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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물었다, 자율규제 두고 '확률공개 의무화'한 이유는?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사진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게임을 비롯한 확률형 상품에 ‘확률 공개’를 의무화한다. 관련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대한 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료 상품이다. 따라서 ‘확률 공개 의무화’가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게임업계는 확률 공개를 기본으로 한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 자율규제를 하고 있음에도 공정위가 확률 공개에 ‘게임’을 포함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위는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확률 공개 의무화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게임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온, 오프라인에 판매되는 모든 확률형 상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6일 관련 개정안을 발표하며 공정위는 ‘확률형 상품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받게 될지 개봉 전에는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라고 전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행정규칙을 마련한 배경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확률을 공개하지 않은 게임이 적발되면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공정위는 “과태료 처분이다. 1회 적발은 100만 원이며 적발 횟수가 누적되면 과태료가 올라간다. 3회 이상 적발되면 500만 원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작년 3월에 공정위는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현 라인게임즈)에 확률 정보를 허위로 표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해외 게임사다. 게임업계가 진행한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국내보다 해외 게임사가 미준수 업체로 발표된 적이 많고, 이 중에는 국내 지사가 없는 곳도 있다. 국내법이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해외 업체가 ‘확률 미공개’로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

공정위는 “중국 업체의 경우 대부분 구글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게임을 제공한다. 구글, 애플에도 ‘확률 공개 의무’라는 자체 정책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업체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 협조요청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7년 12월부터, 구글은 올해 6월부터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준비하는 게임법 개정안에도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게임 정보 중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다. 공정위 행정규칙에도 확률 공개 의무화가 있고 비슷한 내용이 게임법에도 들어가면 이중규제가 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문체부와 협의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 그 법에 따른다’라는 내용을 넣었다. 게임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면 게임법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 다른 법률에 확률 공개 관련 규정이 있다면 그 법을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자료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공정위 '확률 공개 의무화'에 대한 게임업계 입장은?

그렇다면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공정위 조치에 게임업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업계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확률 공개를 법으로 정하면 여러 문제가 생기리라 우려하고 있다.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공정위 조치는 국내법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해외 게임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결국 국내 업체가 짊어질 의무만 무거워지고, 해외 업체는 법망을 피해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자율규제의 경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 게임도 포함하여 매월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 올해 11월 30일 기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업체 목록 (자료제공: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두 번째는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면 업체 입장에서 법에 있는 ‘최소 정보’만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율규제에는 확률 공개 외에도 캐릭터 및 아이템 성능이 낮아지거나 소멸할 수 있는 유료 강화에 대해서도 성공 확률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법적으로 ‘확률 공개’가 의무화되고, 자율규제가 힘을 잃을 경우 결국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지금보다 줄어들 우려가 있다.

세 번째는 기본적으로 법은 자주 바꿀 수 없기에 끊임 없이 변화하는 확률형 아이템 BM 구조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시중에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상자를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얻는 것도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서 모은 아이템을 합성해서 새로운 물품을 얻는 종류도 있다. 자율규제보다 유연하지 못한 법으로는 다변화되는 확률형 아이템 유형을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자율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확률 공개’가 법으로 규정되면 업계 입장에서 스스로 고치는 ‘자정의지’가 꺾일 우려가 있다. 자율규제에 힘을 쏟아도, 이를 기반으로 법적인 규제가 들어오면 업계 입장에서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고쳐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고, 의견이 나와도 지지를 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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