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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FPS 신작 발로란트는 '롤버워치’가 아니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라이엇게임즈 신작 '발로란트'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라이엇게임즈 신작 '발로란트'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관련기사]

작년 10월,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10주년을 기념해 신작을 대거 공개했다. 비록 그 날의 주인공은 카드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였으나, 아주 잠깐이나마 플레이 화면이 공개된 게임들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대전격투, 액션 RPG 등 다양한 게임 가운데 특히나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롤버워치’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FPS 게임 ‘프로젝트 A’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게임이 ‘발로란트’ 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공개됐다. 게임메카가 현재 개발 중인 발로란트 빌드를 시연해 본 바에 따르면, 롤버워치라는 별명은 잘못됐다. 롤 세계관과 전혀 연관도 없는데다, 게임성마저 오버워치와는 천지차이다. 오히려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가까운 고전적 FPS를 기반으로, 캐릭터 스킬이 조금 어시스트를 넣는 정도다. 첫 판을 해 본 순간 스킬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적고, 이른바 ‘샷빨’이 중요한 정통 FPS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스킬 의존도 보다는 전술과 조준/사격에 많이 의존하는 전통적 FPS 공식을 따르고 있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 스킬 의존도 보다는 전술과 조준/사격에 많이 의존하는 전통적 FPS 공식을 따르고 있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롤버워치가 아닌 이유 1. 스킬 의존도가 아주 약하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두 가지 맵과 여덟 종류 캐릭터, 18종류 총기(권총 5종 포함)가 공개됐다. 모든 경기는 5 대 5 팀전이었고, 공방으로 나눠 폭탄 설치 및 방어를 진행했다. 아직 알파테스트 단계도 아닌 내부 시연 버전인지라 콘텐츠적 부분은 앞으로 더욱 발전이 있을 것이라 하니 콘텐츠 다양성 부분에서는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게임 내 캐릭터들은 ‘에이전트’라는 이름으로 통칭한다. 각 에이전트는 네 가지의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 역할 구분은 없지만 자세히 보면 돌격형, 방어형, 지원형 등으로 구분된다.

일단 캐릭터별 특성을 살펴봤다. 듬직한 군인 ‘브림스톤’은 특정 지역에 버프를 걸거나 화염과 연막탄을 깔고, 궁극기로 지역 포격을 가하는 지역 집중형 스킬을 가지고 있다. 흰 머리를 동여묶은 닌자형 캐릭터 ‘제트’는 하늘 높이 뛰어오르거나 앞으로 돌진하는 등 이동형 스킬과 함께 적을 재빨리 해치울 수 있는 궁극 수리검을 사용한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오멘’은 그림자를 타고 순간이동 하는 캐릭터로, 뒷치기에 특화돼 있다. 짧은 레게머리 에이전트인 ‘피닉스’는 바닥에 불을 깔고, 섬광탄을 던지고, 일정 시간 동안 부활 가능한 상태로 돌아다닌다. 이들을 공격형 에이전트로 분류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방어형이다. 챙 넓은 모자를 쓴 ‘사이퍼’는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카메라와 트랩 등으로 넓은 지역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 초록빛 닌자처럼 생긴 ‘바이퍼’는 바닥과 자신 주변에 독을 깔아 적에게 도트 대미지를 준다. 이들은 스킬 특성 상 한 명으로도 두 곳 이상의 진입로를 동시에 신경쓸 수 있다.

지원형의 경우 활을 쏘는 레골라스 느낌의 ‘소바’와 기를 다루는 듯한 무녀 복장의 ‘세이지’가 있다. 소바는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레이저 화살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적을 확인하는 드론 등을 사용함과 동시에 벽을 뚫고 나아가는 충격파를 발사하는 등 여러 모로 활약한다. 세이지는 장벽을 세워 전장을 변화시키고, 아군에게는 힐을, 적군에게는 느려지는 디버프를 거는 보조형 스킬을 다수 지니고 있다.

위 특성들을 보고 있자면 가까이는 오버워치, 멀게는 팀 포트리스 2와 같은 역할 구분 FPS가 절로 생각난다. 그러나 발로란트의 게임성은 그 두 게임과는 천지차이다. 오버워치나 팀 포트리스 2가 캐릭터 선택에 따라 역할이 거의 고정된다면, 발로란트은 어떤 캐릭터를 골라도 주무기는 결국 총이고 전투에 있어 역할 차이가 크지 않다. 즉 캐릭터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러한 기술들이 고유 스킬이라기 보다는 전용 아이템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매 라운드를 시작할 때 돈을 주고 스킬 사용 횟수를 구매하는 것부터, 기본 수류탄이 없는 대신 섬광이나 연막 스킬이 많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기자는 시연 라운드 중 약 1/3 가량은 스킬을 전혀 쓰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접전 상황에서는 스킬보다는 이동과 조준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스킬을 통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든 후 총으로 결판을 내는 구조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 스킬을 통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든 후 총으로 결판을 낸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롤버워치가 아닌 이유 2. 총싸움 특화 게임

발로란트은 캐릭터 싸움이 아니라 총싸움이 메인이다. 캐릭터에 따라 스킬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진짜 역할이 정해지는 것은 캐릭터가 아닌 총기 선택에 달렸다. 라이플, SMG, 샷건, 헤비 기관총, 스나이퍼 라이플 등 어떤 총기를 고르느냐에 따라 돌격, 저격, 급습, 접근 등으로 구분된다. 조준 없이도 상대를 해치울 수 있는 레이저 건이나 자동조준 무기 등은 일절 나오지 않기에,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단연 ‘샷빨’이다.

테스트 기준 총기는 메인 무기 기준 12종이 구현돼 있었다. 라이플이 4종류, 나머지 무기가 2종류씩이었다. 무기는 게임 중 얻은 포인트를 통해 라운드 시작 전 매번 구매할 수 있는데, 죽거나 해서 총기를 떨구면 그 총기는 다음 라운드에 전승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매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총기를 사는 화면이 나오고, 거기서 팀원들과 이번에는 어떤 역할을 할 지를 상의해 가며 총기를 고르는 방식이다.

매 라운드마다 총기를 구매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직감적으로 느낀 독자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총기를 구매할 돈이 늘 부족해지기 십상이다. 혹 2~3연패라도 당하면 좋은 총과 방어구, 스킬을 모두 살 돈이 없어서 싸구려 총과 제한된 스킬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게임에서 이기거나, 살아남아서 총기를 아끼거나, 킬 수를 많이 올려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만, 여유가 있는 팀원에게 특정 총기를 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매 라운드마다 팀원들끼리 상의해가며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한 것은 발로란트의 가장 큰 특징으로, 팀원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더욱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서든어택 같은 고전적 FPS 느낌이 강하게 든다. 캐릭터 체력이 비교적 낮아 추가 아머가 없이는 총 두세 발만 맞아도 곧잘 죽으며, 헤드샷도 비교적 수월하게 터지기 때문에 한 목숨이 상당히 짧다. 무기 구매가 가능한 작전 타임 동안 전투가 벌어지는 중립 구역 바로 앞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전투가 벌어지면서 몇 초만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3초 킬도 가능한 구조다.

종합하자면, 이 게임은 총을 얼마나 잘 쏘느냐가 승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실력 위주 게임이다.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어느 정도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지만, 스킬에만 기대면 쓴 맛을 보기 십상이다. 스킬은 어디까지나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아이템이라 생각해야 한다.

공격/방어/지원 분류가 공식적으로 없는 이유도 모든 캐릭터가 전방위 공격 요원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 공격/방어/지원 분류가 공식적으로 없는 이유도 모든 캐릭터가 전방위 공격 요원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롤버워치가 아닌 이유 3.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게임 구조

시연 버전에서는 두 개 맵을 체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맵은 폭탄 설치 장소가 두 개 있고 이들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사이트도 존재해 치열한 접전이 자주 벌어졌다. 두 번째 맵은 폭탄 설치 장소가 세 개 있고 텔레포트도 없기에 전투 포인트가 약간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공격 측은 어느 곳으로 어떻게 쳐들어갈지 정하고, 방어 측은 다섯 명 밖에 안 되는 팀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심리전이 기반에 깔려 있었다.

두 맵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넓다는 느낌이었다. 5 대 5 게임 치고는 전장으로 향하는 길이 굉장히 많고, 맵 자체도 꽤나 크다. 얼핏 서든어택 제 3보급소를 두 배 이상 확대해 놓은 듯한 넓이였는데, 그 탓에 처음에는 맵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분산됐다. 사람 수에 비해 넓은 맵과 수많은 전투 포인트는 처음 하는 게이머에게는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다만, 탐지 스킬을 적절히 사용하고 미니맵과 음성채팅을 이용해 전략을 단단히 하면 넓은 맵을 이용해 더 적극적이고 스릴 있는 심리전을 즐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방어 측에서는 A, B, C 사이트에 2, 2, 1명씩 나눠서 지키다가, 적이 어느 곳으로 오는지 긴밀하게 파악해 그 곳으로 모이게끔 유도한다. 그렇게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하면 옆에서 지원군이 도착해 수적 열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게 된다. 비협조적인 팀원들과 함께 한다면 꽤나 힘들어 질 듯 하지만, 게임 자체가 팀원들 간의 의사소통을 꾸준히 요구하기에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믿어 본다.

그렇게 넓은 맵으로 인한 진입장벽을 넘고 나니, 교묘하게 잘 설계된 맵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맵마다 10여 곳이 넘는 접전 지점들이 저마다 은/엄폐나 정찰, 입체적 돌진과 뒷치기, 전선 유지 및 돌파 등이 가능한 구조로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 전술적인 움직임을 절로 요구한다. 또한 맵 전체를 보면 포인트 간 이동 경로가 상당히 재미있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

한 번은 혼자서 C 사이트를 방어하고 있었는데,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무려 적군 네 명이 내 쪽으로 쳐들어왔다. 적이 보이자마자 팀원들에게 헬프 사인을 보낸 후, 화염병 스킬로 이목을 끌면서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갔다. 적 두 명이 나를 조심스레 쫒아왔고 나머지 두 명은 C 사이트에 폭탄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다른 지점에 있던 아군들이 집결하는 것이 보였다. 이에 적절한 타이밍에 반대편에서 돌입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결국 난 총알받이가 됐지만, 그 사이 아군들이 몰려와 적을 일망타진했다. 이렇듯 맵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드라마가 수시로 발생하는 구조인지라 게임을 하고 나면 할 이야기가 참 많아지는 구조다.

전반적인 맵 구조는 각 스팟에서의 입체적 공방 및 전반적인 전략을 발휘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 전반적인 맵 구조는 각 스팟에서의 입체적 공방 및 전반적인 전략을 발휘하기 좋게 구성돼 있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앞서 설명한 낮은 캐릭터 체력과 결부시키면, 발로란트에서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혼자서도 1 대 3, 1 대 4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속한 팀에는 게임을 여러 번 해 본 숙련된 라이엇 소속 조교가 한 명 포함돼 있었는데, 그 사람 혼자 남은 상황에서도 상황과 컨트롤을 이용해 3~4명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니 게임의 기획 의도가 확 와닿았다.

총평: 정통 FPS에 약간의 스킬 더한 게임

결론적으로, 발로란트은 오버워치 보다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정통 FPS다. 게임 템포가 굉장히 빠른 데다,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전략과 전술이 오간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고전적 FPS의 단조로움은 양념처럼 가해진 캐릭터 스킬들로 인해 맛에 변주를 준다.

개인적으로는 발로란트에 기대와 우려 두 가지 시선을 보낸다. 정통 FPS를 사랑하는 유저들이라면 십중팔구 발로란트이 마음에 들 것이다. 다만, 최근 트렌드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친절한 게임은 절대 아니다. 오버워치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통해 평소 FPS를 즐기지 않던 게이머들까지도 부담 없이 끌어들인 데 반해, 이 게임은 제대로 총싸움을 즐기려는 의지가 없다면 초반 1~2시간 내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시연 시에도 맵이 완벽히 파악되고 캐릭터/총기 별 특징을 다 익힌 2~3시간 후에야 비로소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발로란트이 단순한 A급 게임을 넘어 장르 No.1을 노린다면 이러한 진입장벽 낮추기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듯 보인다. 어떻게 해야 2~3시간 걸려야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더 빨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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