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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1~3등이 없어?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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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드림아일랜드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2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드림아일랜드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2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최근에도 컴투스에서 게임 스토리 공모전 '글로벌 게임문학상'을 진행한 바 있듯, 게임사들의 시나리오 공모전은 꽤나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습니다. 게임사는 좋은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고, 재능과 열정이 있는 참가자들은 게임업계 입성 기회를 얻을 수 있기에 윈-윈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러한 공모전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다소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최측이 요구한 눈높이가 너무 높거나, 응모 자격에 대한 세부 사항 없이 무규칙으로 진행될 경우 이런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 사건이 1996년 벌어졌습니다. 당시 사건이 광고면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아케이드게임 개발업체 드림아일랜드에서 진행한 제 1회 시나리오 공모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아케이드게임 개발업체 드림아일랜드에서 진행한 제 1회 시나리오 공모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2월호, '당신의 아이디어를 삽니다!'라는 공모전 광고가 올라왔습니다. 주최사는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인 드림아일랜드. 이름이 다소 낯선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아케이드 퀴즈 게임 'X세대 퀴즈' 등을 제작한 곳입니다. 이후 작품 행적이 묘연한 것으로 보아 폐업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공모전은 아케이드 게임에 적합한 시나리오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강을 보면 공모자격에도 제한이 없고, 분야 역시 아이템게임 이라고만 쓰여 있습니다. 예로 테트리스나 버블버블, 퍼즐액션, 슈퍼팡 등등 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케이드 퍼즐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 같은데, 문장만 읽으면 다양한 장르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표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1등 상금은 500만원, 2등 상금은 100만원입니다. 당시로서는 꽤나 큰 금액인데요, 물가변화를 감안하면 컴투스 게임문학상 대상 상금이 2,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여기에 1~3등은 원할 경우 본사 개발실에 입사할 수 있다는 말도 있네요. 그러나 아래쪽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 캐릭터 등을 그림으로 보충 설명하면 높은 점수가 주어짐' 이라는 말을 보면, 단순 시나리오가 아니라 초기적인 게임 기획 정도까지 기대한 듯 보입니다.

소소하게 열리고 종료됐을 법한 이 공모전이 문제가 된 것은 당선자 통보와 시상이 이루어진 1월 말입니다. PC통신 나우누리 게시판을 통해 시나리오 공모전에 대한 질책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인데요, 입상자 전원을 밝히지 않고 개별통지한 부분 및, 수백만 원 상금이 걸린 상위 당첨자를 의도적으로 선정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된 듯 합니다.

PC통신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한 해명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PC통신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한 해명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논란이 커지자, 드림아일랜드 측은 게임챔프 1997년 3월호 잡지 광고란을 통해 해명문을 실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총 127통의 공모작이 접수됐지만, 1, 2, 3등에 해당할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나리오 대부분이 이해하기 힘든 설명과 난해함으로 실제 게임 제작에 반영하기 힘들었고, 특히 아케이드에서 구현하기 힘든 RPG 등의 장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시나리오의 양식이 없다 보니 1장짜리 입선작부터 5권 분량 입선작도 있었다고 하네요.

결국 해당 사건은 주최측의 안일한 공모전 진행으로 인한 사태였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에 적합한 시나리오’라는 불명확한 문장만으로 구체적인 양식이나 분야 없이 마구잡이로 시나리오 공모를 받다 보니, 응모자들이 받아들인 시나리오 이미지가 제각기 달랐던 것이죠. 특히나 보통 이런 공모전은 사기업에서 열더라도 약간의 공익적 요소를 띄기에, 당초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시상은 다 하는데 굳이 1~3등을 선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이 공모전은 상금을 받거나 입사 기회를 잡은 사람은 없고, 4등 상품인 8배속 CD롬 드라이브 2명과 5등 상품인 탁상시계 13명 만으로 마무리됐습니다. 2회 공모전을 예고했으나, 진짜 열렸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군요. 정확한 규정 없는 공모전 진행은 응모자들의 시간과 열정을 뺏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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