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의 열기가 뜨겁다. 무려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임에도 전혀 녹슬지 않고 오히려 더욱 멋져진 톰 크루즈의 연기나,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전투기 액션, 쉴새없이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 등으로 국내에서만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게임계에서도 에이스 컴뱃 7 스카이즈 언노운,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등과 DLC 콜라보를 맺는 등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게임계 탑건 신드롬은 지금보다 36년 전 1편 개봉 당시가 더했다. 1986년 당시엔 게임산업이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였기에, 영화의 멋진 장면과 전투기 조종 경험을 게임으로 옮기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게임이 탑건의 명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힘을 썼고, 이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의 토대를 다지는 데 큰 몫을 했다. 오늘은 두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탑건 기반 게임 중 나름 수작으로 칭송받는 작품 5개를 모아 봤다. 이번에는 순위를 매기기 보다는 시간 순으로 나열하겠다.
1. 패미컴으로 이 정도 비행을? 첫 게임 '탑건'
코나미에서 패미컴으로 1987년 출시한 '탑건'은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해 제작한 게임이다.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F-14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1인칭으로 조작하는 게임성을 구현했다는 점은 현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로서는 난해한 조작법이나 부족한 콘텐츠 등이 비판받기도 했지만, 영화의 유명세와 패미컴 성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게임성 등으로 미국에서만 200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사실, 지금 와서 이 게임을 해 보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참고할 만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몇 없는 상황에서 아케이드 기판도 아닌 패미컴으로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의 노고만큼은 뼈저리게 느껴진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어른의 사정 때문인지 톰 크루즈가 엔딩에서야 콩알만하게 나온다는 점인데, 도트로 찍힌 그의 젊은 시절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은 마냥 아쉽다.
2. 게임보이에서 애썼다, 탑건: 것츠 앤 글로리
탑건: 것츠 앤 글로리는 무려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게임보이용으로 발매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초당 10프레임이 나올까 말까 한 초창기 휴대용 콘솔인지라 게임성 자체는 간소하디 간소하지만, 30년 전에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게임 내에서는 F-14, F-117A, F-16, MiG-29 등을 조작해 비행과 공중전, 폭격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기체에 따른 조작감이나 성능 차이까지도 어느 정도 구현했다. 비록 타 기종으로 훗날 나온 비행 게임에 비하면 열악한 그래픽과 조작감이지만, 휴대용 기기에서도 비행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맨 아래에 서술할 스마트폰 게임까지 계보를 이어갔다는 점을 높게 사고 싶다.
3. 일본해는 없다! 탑건: 파이어 앳 윌
원작 영화로부터 10년 후인 1996년, PC와 PS1으로 발매된 탑 건 파이어 앳 윌은 시대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임성은 비행 시뮬레이션 보다는 슈팅 장르에 가까웠지만, 하드웨어 발전을 반영하듯 그래픽이 사실적으로 바뀌어 실제 전투기에 탄 느낌을 전달해 줬고, 정밀하게 묘사된 조종석과 간혹 비춰지는 톰 크루즈의 얼굴 등도 돋보인다.
사실, 이 게임은 국내 올드 게이머들에게 가장 익숙한 탑건 게임이 아닐까 싶다. 당시 국내 게임잡지에 대대적으로 광고와 공략 등이 실렸기 때문인데, 당시 게임 내 동해의 표기가 일본해(Japan Sea)로 되어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국내 유통사인 쌍용이 표기 수정을 요청했지만, 출시 시기가 미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부분을 아예 삭제한 채 발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참고로 당시 광고 표어는 '일본해는 없다' 였다.
4. 영화와 연결고리는 희박해졌지만, 탑건: 컴뱃 존
2001년 PS2로 출시된 후 게임큐브와 PC로도 이식된 탑건: 컴뱃 존 역시 탑건 게임 중에서 빼놓으면 섭할 수작이다. 당시는 에이스 컴뱃 시리즈가 등장해 인기를 끌며 새로운 전투기 시뮬레이션 붐을 일으킨 데다, 원작 영화도 개봉한 지 15년이나 흐른 시기였다. 따라서 이 때의 '탑건'은 원작 영화보다는 1987년부터 이어온 비행 게임의 상징과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게임 자체도 영화와는 거의 상관 없는 비행 슈팅 게임으로 나왔다.
일부에서는 영화와 연결고리가 너무 옅고 인게임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혹평을 내렸지만, PS2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비행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전투에 있어서는 살짝 지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훗날 출시된 게임큐브나 PC판에서 상당수 개선됐다.
5. 스마트폰으로도 비행시뮬 나올 수 있어, 탑건 iOS
스마트폰 초창기, 아이폰 3GS조차 나오기 전인 2009년에 아이폰으로 탑건 모바일게임이 나왔다. 3인칭 전투기 시점에서 적기를 쫒아 격투하는 비행 슈팅 게임이었는데, 당시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만날 수 없었던 고성능 3D 그래픽과 기울이기를 활용한 컨트롤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스마트폰 자체가 낯설었던 당시 게이머들은 모바일 기기에서 PSP 수준 게임이 구동된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고, 높은 다운로드 수로 이어졌다. 이는 이듬해 '탑건 2' 개발로 이어졌는데, 아쉽게도 2편은 큰 발전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당시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던 스마트폰 모바일게임의 해일에 묻혀 큰 존재감 없이 묻히고 말았다. 그래도 탑건: 매버릭 이전에 '탑건 2'라는 이름으로 나온 최초의 작품이니만큼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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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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