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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부모 안부 묻는 게이머, 어디까지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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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 욕설 문제는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와 같은 대전 중심 온라인게임에서 욕설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가벼운 욕설은 게임 내에서 신고 조치로 끝낼 수 있겠지만, 수위 높은 욕설을 들었다면 모욕죄로 형사고소까지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욕죄로 형사고소하러 경찰서에 갔더니 "게임 욕설로는 처벌이 안 된다"며 고소장을 접수받지 않으려 했다는 후기가 많습니다. 왜 처벌이 어렵다는 걸까요? 

1. 모욕죄로 처벌하기 위한 3가지 요건 

모욕죄로 처벌하려면 3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① 모욕적인 표현, ② 공연성, ③ 특정성입나다. 

① 모욕적인 표현인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더라도 모욕죄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며, "나이 X먹은게 무슨 자랑이냐"라는 표현은 모욕이 아니라고 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특정 상대를 지정하지 않은 채 "아이 X발"이라고 표현한 것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이거 X라이 아냐?", "듣보잡", "저 망할X 저기 오네", "X발, 개XX야 X도 아닌 젊은 새X는 꺼져 새X야”, "X발X들아. 개XX야"와 같은 표현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프로게이머 게임 ID를 가리켜 "대리충"이라고 표현한 경우에도 모욕죄로 인정한 사건도 있습니다.

② 공연성

모욕죄로 처벌하려면 '공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 대 1 대전과 같이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 다른 유저가 없는 상태에서 게임 채팅창에 욕을 한 경우, 귓말(귓속말)로 욕설한 경우는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아 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비공개 대화방에서 1 대 1로 대화한 것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 판례의 1 대 1 대화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의 대화였으므로, 가해자와 피해자 간 1 대 1 대화에서는 공연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 1 대 1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③ 특정성

게임 욕설에 대한 형사고소에서 문제되는 것이 바로 '특정성'입니다. 특정 ID나 닉네임을 가리키며 욕설을 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 ID나 닉네임만 알 수 있을 뿐 주위 상황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 ID나 닉네임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게임에서 욕설을 들어 형사고소를 하면, '게임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저하되었을지는 몰라도 실제 인물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 또는 혐의없음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고소장을 제출하러 경찰서에 가면, 수사관이 "처벌이 어렵다"며 고소장을 접수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물론 처벌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길드원으로서 단체대화방에 초대되어 있어 가해자가 그 피해자 ID뿐만 아니라 실명을 알고 있었던 경우, 게임 채팅에서 피해자 ID를 가리켜 'X나 못생긴'이라고 욕설한 것을 모욕죄로 처벌한 사건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게임에 참여하는 멤버 중 그 이름을 가진 특정인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었던 이상 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피해자 ID가 인지도가 높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 ID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경우에도 피해자 특정되었다고 보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특정 ID를 가리켜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X정이 난 새X답게 일단 끼어들고 보죠 X병X새X ㅋㅋ"라고 글을 썼는데, 그 피해자 ID가 게임랭킹 1위를 달성한 경우 모욕죄가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게임랭킹 2위인 ID를 가리키며 "길폭후에 타 길드 기웃거릴 생각하지 말고, 니들끼리 길드 파서 X레기 소굴마냥 뭉쳐서 지내세요"라고 한 글도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해 모욕죄가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본인 인적사항을 밝힌 경우에도 피해자 특정이 되었다고 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피해자가 "나는 어디에 사는 누구이다"라고 주소와 이름을 밝혔음에도, "딜이나 넣고 말해 X@신아"라고 욕설한 사건에서 모욕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피해자가 욕설을 듣기 전에 먼저 채팅으로 본인 이름, 거주지역, 휴대 전화번호를 게시한 경우에도 피해자 특정이 되었다고 보아 모욕죄가 성립됐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다른 유저들이 특정 닉네임을 가진 피해자 실명, 직장, 거주 지역을 게임 게시판에 언급했던 경우에도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인정된 사건도 있습니다. 

2. 게임 욕설 모욕죄, 인정되면 어떤 처벌 받을까?

모욕죄는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서로가 합의하면 처벌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서 합의를 권고하거나 검찰 형사조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모욕 합의금은 통상 50만 원~200만 원 정도입니다.

욕설한 사람이 만 10세 이상 미성년자라면 청소년 비행예방센터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나 소년보호처분 등 선처를 받을 수 있고, 성인도 욕설 수위가 높지 않으면 기소유예 처분에 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 채팅 중 "딜이나 넣고 말해 X@신아"라는 욕설을 한 사람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모욕죄 법정형은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욕설 수위와 횟수에 따라서 형량이 달라지는데, 아래는 게임 욕설 모욕죄 처벌 형량 중 대표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 게임 내 욕설 모욕죄 처벌 대표 사례 (자료제공: 유관우 변호사)

게임에서 욕설할 당시 술에 취해서 심신장애였으므로 감경해달라고 한 피고인도 있었으나, 법원은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제출한 게임채팅 캡처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굳이 피해자가 조작할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캡처사진을 증거로 인정해 모욕죄 유죄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죠. 

3. 모욕죄 외에 다른 범죄도 성립할까?

앞서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라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을 적시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특정인을 지칭해 "지금까지 복사템 파는 X이고 현재도 복사하는 X, 응징해야죠"라는 글을 쓴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죠. 반면, 길드 회원들이 모인 게임 채팅방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밝힌 사건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이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채팅에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작성하면 성폭력처벌법에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꼭 여성이어야만 처벌받는 것은 아니며, 남성 피해자 게임 캐릭터를 지칭하며 "X미 시체 X간중인데 괜찮으세요?"라는 글을 쓴 사건에서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 2년 취업제한 명령이 선고됐습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모욕죄보다 형량이 높습니다. 법정형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게임 채팅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작성해 벌금 500~600만 원이 선고되는 경우도 흔하며, 최대 형량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이었습니다.

4. 형사고소할 때 주의사항

형사고소를 위해서는 게임 채팅이 삭제되기 전에 닉네임 또는 ID와 욕설이 나온 장면을 캡처해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욕설 내용이 게임사 서버에 남아있을 수 있지만, 스크린샷 정도의 증거도 없다면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정도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에는 가해자 ID 또는 닉네임, 욕설 내용과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 외 다른 유저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꼭 가해자 실명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고, 해외 게임이라 하더라도 국내 지사가 있다면 수사기관은 ID만으로도 가해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해자 실명, 전화번호 등을 이미 알고 있다면,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5. 민사소송도 가능할까? 

게임 중 욕설을 듣고 정신적 고통을 입은 부분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10만 원, 15만 원, 200만 원이 인정된 사례가 있죠.

▲ 게임 내 욕설 민사소송 대표 사례 (자료제공: 유관우 변호사)

위자료 10만 원이 인정된 사건에서는 원고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은 치료비 약 35만 원도 함께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욕설로 인해 정신질환 등을 얻어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치료비 청구는 기각하고 위자료 1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위자료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소송까지 진행된 사건이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가진 재산이 없다면 승소하더라도, 소송에서 이미 지출한 인지대, 송달료를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6. 게임 내 신고 조치

모욕죄 등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게임사에서도 욕설 행위를 자체적으로 제재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운영정책에 따르면, 욕설 1차 적발 시 14일 게임 이용제한을 내리고, 2차 적발 시 30일, 3차에서는 영구 정지됩니다. 다만, 상대가 먼저 욕했더라도 같이 욕설로 대응하면 둘 다 제재될수 있기 때문에, 욕설로 대응하지 말고 상대방이 욕설한 화면을 캡처하여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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