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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남은 과제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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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자료출처: 국회방송 공식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지난 2월 27일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게임 아이템 확률 공개를 핵심으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이하 게임법)이 통과됐다. 유료로 구매하거나 유료와 무료 재화를 합쳐서 결과물을 얻는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아이템이 나오는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시정명령에도 발표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법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되며, 현재는 시행령을 준비하는 단계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지적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이며, 확률 공개를 법으로 만드는 것은 2015년부터 시도됐다. 햇수로 따지면 8년 만에 법이 생긴 것이다. 법이 만들어진 점과 그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법이 실질적으로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시행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상당히 많다.

1. 공개된 확률 정보 누가 검증하나?

▲ 자율규제에서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내 자율규제평가위원회가 매월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해왔다 (자료제공: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법 통과 후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은 각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 정보가 정확한지 누가 검증하느냐다. 게임업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정보 공개와 함께 매월 게임트릭스(PC방 사용 순위) 상위 100위(PC온라인)와 모바일인덱스 상위 100위(모바일) 게임을 범위로 잡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3회 연속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게임과 게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며, 업계 및 학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시행령 등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업무를 맡을 후보로 떠오른 기관은 크게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게임문화재단이다. 다만 인력과 예산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했을 때 두 기관 모두 확률 정보 검증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의문으로 남는다.

우선 게임위의 경우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와 함께 자율규제 후 급격하게 늘어난 사후관리와 모니터링 업무도 수행해야 하며,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연례행사처럼 부실한 업무 처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즉, 현재 맡은 일에도 공백이 있기에 여기에 새로운 업무가 더해진다면 미흡한 운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올해 게임위 예산은 125억 2,2000만 원으로 작년보다 7억 9,300만 원 삭감됐다.

게임문화재단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잔여 예산은 약 20억 원이며, 게임과몰입힐링센터, 게임 리터러시(바로알기) 교육 등 기존 사업에 올해부터 게임시간 선택 서비스를 새로 시작한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없어짐에 따라 부모 혹은 청소년 본인이 여러 게임에 대한 플레이 시간을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규 사업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최소 월 단위로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 확률 정보를 검증까지 수행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현재 자율규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그대로 수행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민간에서 운영하던 모니터링 업무를 정부 사업으로 변경할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업계에서 자금을 마련해 ‘자율규제’를 명목으로 시작한 모니터링을 정부에 넘길 수 있느냐가 의문이다. 문체부가 앞서 이야기한 협의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운영 방식까지 컨트롤할 수 있나?

▲ 2월 말에 제기된 그랜드체이스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공지, 공지 이전에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아이템이 나온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료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두 번째로 고려해볼 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세부적인 운영 방식에서 소비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변칙적인 부분도 잡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예시 중 하나가 지난 2월 말에 적발된 그랜드체이스 확률형 아이템 이슈다.

자율규제 범위 밖에 있어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이 뒤늦게 발견된 부분도 있지만, 게임 내 안내대로 순수하게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템이 나오는 구슬을 봉인해제할 때마다 쌓이는 포인트가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코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코디 아이템 획득에 대해 확률 외에 특정 조건이 붙은 셈이다.

이 부분을 앞서 이야기한 검증과 함께 엮어 고려하면 확률 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공개된 확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변칙적인 운영 방식이나 규칙이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한 확인이 없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라는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앞서 이야기한 확률 공개 외에도 컴플리트 가챠(확률형 아이템에서 특정 아이템 조합을 맞추면 추가 보상을 주는 것) 판매를 금지하거나, 공개된 정보가 맞는지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부분도 상임위 단계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두 가지 모두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3. 국내법으로 해외 게임사 확률 공개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 2023년 1월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포함된 개발사·유통사 국적별 준수율 (자료출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세 번째는 국내법 범위 외에 있는 해외 게임사에도 확률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느냐다. 자율규제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발표한 올해 1월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체 준수율은 97.1%에 달하지만, 해외는 개발사 국적 기준으로는 53.2%, 유통사 기준으로는 47.8%로 저조하다. 특히 해외를 개발사 국적 기준으로 기종에 따라 보면 PC온라인은 71.4%가 확률을 공개하고 있으나, 모바일은 50%밖에 되지 않으며, 유통사 기준으로 보면 수치는 더 낮아진다.

시중에 출시되는 게임 수는 모바일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해외 게임은 서비스 종료나 환불 공지 없이 치고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해외 게임사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게이머 입장에서도 권익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역차별이라 느낄 수밖에 없다.

국내 지사도 마련하지 않은 해외 게임사를 국내법 안으로 끌어들일 방안은 현재로서 마땅히 없다. 지난 2020년에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해외 게임사에 대해 국내법 위반 등을 책임질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전부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법을 위반한 해외 게임 플랫폼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팀,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온라인을 토대로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시장에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위가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 많은 스팀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도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 국내 게이머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4. 확률 정보를 공개하면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사라질까?

▲ 트럭시위 배경에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있었다 (사진: 2021년 4월 9일자 게임메카 이구동성 만평)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확률 정보 공개가 확률형 아이템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확률 정보 자체는 법이 생기기 전에도 업계에서 2017년부터 자율적으로 발표해왔다. 그러나 게이머들이 체감하기에는 확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 과도한 과금 유도는 지속됐고, 얼마큼 돈을 써야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가도 알 길이 없었다.

이에 대한 여론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주된 화두로 떠올랐던 2021년 트럭시위 릴레이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유저들이 제시한 의견 중에는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 정보를 믿기 어렵다는 부분도 있었으나 과도하게 낮은 확률과 이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결제 금액, 큰 돈을 썼음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한 문제 등을 호소한 바 있다.

앞으로 시행령에 어떠한 내용을 담을지는 미지수지만 법 자체에는 확률 범위를 제한하는 부분은 없다. 법에 명시된 부분은 ‘확률 정보 공개와 표시’에 그칠 뿐, 몇 회 이상 뽑으면 특정 아이템을 주는 소위 ‘천장’이나 ‘0.1% 이하는 금지한다’와 같은 문구는 없다. 아울러 법보다 아래에 있는 시행령에 법령에 없는 ‘확률 범위 제한’을 담는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을 넘어서는 구조가 되어버리며, 이는 시행령 논의 단계에서 업계에서 문제로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시행령에 확률 범위를 제한하는 것까지 담아낼 수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 문체부에서 아이템 확률 범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축소하는 행정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다.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된 후 시행령 등을 마련하며 정부와 업계가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도출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첫 삽 뜬 확률 정보 공개,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길

앞서 많은 과제와 한계점을 짚어봤지만 ‘확률 공개’ 자체를 법으로 만든 점은 게이머 권익 보호 차원에서 분명한 성과다. 다만 앞서 밝혔다시피 법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단순히 정보 공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확률형 아이템에 얽힌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소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행까지 남은 1년 사이에 앞서 언급한 여러 과제에 대한 해답이 나와야 한다. 정부, 업계, 학계가 이를 풀어낼 수 있을지, 준비 과정에서 허술한 점은 없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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