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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과정 공개하겠다던 엔씨, 실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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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힌 개발문화를 지속해왔던 엔씨소프트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 엔씽 소개 영상 갈무리)

그간 엔씨소프트에 꼬리처럼 따라붙은 부정적인 이미지 중 하나는 닫힌 개발문화다. 특히 리니지M을 시점으로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출시 전까지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없고, 신작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정식 서비스가 다가온 시점에 열리는 공식 행사 등을 통해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위 ‘비밀주의’ 전략인데, 이는 정보를 막판에 풀며 개발에 안정성을 더하고, 신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재 게임업계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 국내외 게임사 다수가 유튜브, 트위치, 디스코드 등 여러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개발 단계부터 유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의 경우 출시와 운영을 동등한 비중으로 생각하는 게이머가 적지 않다. 이에 엔씨소프트 역시 닫힌 개발문화를 조금씩 개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작년 2월에 첫 영상을 공개하며 시작된 ‘엔씽(NCing)’이 있다. 엔씽은 엔씨소프트 개발조직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개발 중인 게임을 과정부터 유저에게 공개하고, 서로 소통하며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근 1년 간 엔씽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영상은 총 16개로, 쓰론 앤 리버티, 슈팅 신작 LLL과 같은 대형 게임도 있으나, 3매치 퍼즐인 퍼즈업이나 액션 신작 ‘배틀 크러쉬’처럼 캐주얼한 게임도 자리하고 있다.

▲ 엔씽이라는 이름으로 영상 다수가 공개돼다 (사진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엔씨소프트가 실적발표 때마다 반복해서 강조한 ‘탈 리니지’가 실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씽을 통해 공개된 신작 중 MMORPG는 기존에도 발표됐던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 하나이며, 그 외에는 슈팅, 인터랙티브 무비, 퍼즐, 대전 액션, 전략까지 모두 다른 장르를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영상을 본 국내 유저 반응 중 대부분이 ‘엔씨가 이런 게임을?’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이 출시된 2017년 이후 모바일 MMORPG를 집중적으로 선보여왔고, 신작 공개에 소극적이었기에 내부적으로 다른 게임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시장에서 이를 알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비슷한 MMORPG만 만든다’라는 인식이 강해진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년부터 엔씨소프트 스스로 기존작과 다른, MMORPG가 아닌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유튜브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어필하기 시작하며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냈다.

▲ 프로젝트M 트레일러 (영상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두 번째는 보기 좋게 다듬은 트레일러가 아니라 다소 미흡하더라도 실제 플레이 영상과 왜 이 게임을 만들었고, 어떠한 게임으로 개발하고 싶은지를 다루는 개발자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15일에 공개된 슈팅 신작 LLL 플레이 영상은 디비전, 타이탄폴, 데스티니, 크라이시스 등 SF 슈팅이 떠오르는 방향성은 좋지만, 슈팅 게임에서 기대할만한 타격감이나 피격 애니메이션이 다소 부족하고, 끊김이 있어 최적화에 신경써야겠다는 평을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에 공개된 전략 게임 신작 프로젝트 G 개발자 영상에 대해서는 엔씨소프트가 해외에서도 틈새시장이라 평가되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을 개발한다는 점에 놀랐다는 반응과 함께, 영상을 토대로 봤을 때 삼국지 전략판 등으로 잘 알려진 SLG에 가까워 보여 어떠한 측면에서 RTS인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유저와 소통하며 개발한다’라는 측면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유저 입장에서도 신작에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개발사에 직접 전달할 수 있고, 개발사 역시 출시 전에 피드백을 체크하면서 좀 더 강조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 앞으로 추가할 콘텐츠 등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 유저 의견을 받아서 지속적으로 채워나간다면 완성도 측면에서도 기존보다 나은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다.

▲ LLL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채널)

물론, 유저 의견 중 적지 않은 비중이 BM에 대한 우려라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MMORPG 신작으로 소개된 TL은 그래픽 완성도와 세계관은 좋아 보이지만 BM이 걱정된다는 반응이 있고, 지난 GDC에서 신규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인터랙티브 무비인 프로젝트M에 대해서도 패키지 방식으로 출시되어야 승산이 있다는 피드백이 제시됐다. 이 부분은 엔씨소프트의 지난 행보에서 비롯된 인식이기에 실제 게임을 통해 스스로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엔씨소프트는 엔씽을 토대로 유저 소통 측면에서 빠르지는 않지만 확실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영상을 본 유저 다수가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거나 본인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건은 어렵게 확보한 피드백을 어떠한 방식으로 녹여내어 기대감에 부응하는 타이틀을 선보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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