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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칼부림 살인사건이 게임 탓? 검찰 수사 결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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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조선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자료출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검찰이 신림동 칼부림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피고인이 사건을 저지른 원인 중 하나로 명확한 근거나 기준 제시 없이 '게임중독 상태에서 묻지마 살해를 시도했다'며 객관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사건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해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조선(남, 33세)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청은 "피고인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하며,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등 계획적으로 실행한 범행"이라며 "젊은 남성을 의도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이라 설명했다.

수사에 따르면 피고인은 최근 8개월 간 대부분의 시간을 FPS 등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며 보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그가 '게임중독 상태'였다고 판단했고, 범행 역시 "FPS를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라고 설명했다.

▲ 검찰이 그가 게임중독 상태였음을 설명하는 수사결과 발표 내용 (자료출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다만 이어지는 수사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젊은 남성에 적개심을 가지게 된 원인은 게임이 아니다. 발표에 따르면 피고인은 가족관계 붕괴, 대학·회사 등 사회생활 부적응, 실연, 경제적 곤궁 등이 겹치며 실패감과 열등감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그는 작년 12월부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매일 집에 머무르며 게임, 동영상 시청,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작성에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에 대해 모욕죄로 고소됐고, 사건 직전인 7월 17일에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자 열등감과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해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 취업 실패로 인한 좌절감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후 커뮤니티 활동 중 작성한 댓글로 모욕죄로 고소되며 젊은 남성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표출됐다는 내용을 담은 수사 내용 (자료출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식 홈페이지)

즉, 그가 게임을 집중적으로 한 시기는 사회와 단절되어 칩거생활을 시작한 작년 12월 이후다. 게임에 중독되어 사회와 단절됐다기보다는 사회와 단절되며 게임에 몰입했다는 판단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게임중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정말로 해결해야 할 '진짜 사회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인식을 가리고, 게임을 사건의 본질적 원인으로 내세워 마녀사냥 하는 것에 가깝다.

지난 5월에 미국 스탠포드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게임과 폭력성 간 상관관계에 대해 다룬 82개 의학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둘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 논문은 단순한 설문조사로 진행한 것이며, 객관적인 상관관계는 규명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0년 간 미국 FBI 범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폭력성을 강조한 게임 판매로 실제 폭력 사태가 증가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8일 묻지마 살인 및 살인예고 원인으로 제대로 된 근거 제시 없이 게임중독이 원인이라 보도하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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