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신문의 1면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 이는 우리 사회에서 집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아이온 속 가상의 세계, 아트레이아에도 다양한 주택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업데이트 초반 잠시 흥미를 보이고는, 다시금 집을 떠나 유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이 유저들을 주택에서 떠나 떠돌게 했을까? 하우징의 문제점을 짚어 보도록 하자.
하우징, 무엇이 불만이길래…?
“햇살이 가득한 아트레이아의 천계 엘리안 시 지테인 주 야자 나무 마을, 고급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김데바씨(30)는 오늘도 고민이다. 실내 가구 배치 수를 전부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비어 보이는 방안의 풍경때문이다. 그렇다고 텅 비어있는 공간에서 사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포라에 물 주기뿐, 김데바씨는 침대에 눕지도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애처롭고 슬프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김데바씨가 또 다른 불만으로 주택 유지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도 어떻게 위치를 찾았는지 집주인 박슈고씨가 찾아와 주택 유지비를 독촉했다는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소시민에게 적은 비용도 아닌 몇백만이나 하는 거금을 매주 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김데바씨는 매 주 유지비를 걷어갈 거라면 제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외쳤다.” |
농담처럼 보이지만 위의 글은 현재 아이온의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기본적인 주택 수량과 유지비, 그리고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소리다.
주택의 수량은 종족별로 515개, 선택 받은 소수의 인원만이 획득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선택 받았다는 것은 키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돈이 없는 라이트 유저들은 호화 주택을 꿈도 꾸지 못한다. 여기에다 주택 유지비 이야기가 나오면 라이트 유저들의 기는 또 한번 꺾인다. 최대 2천만 키나라는 거금을 매주 필요로 하기 때문. 주택 분양이 시작된 지 2달, 벌써부터 유저들이 주장하는 “유지비가 버거워 주택을 팔아 치우겠다”는 이야기가 괜한 허풍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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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주택 수량과 높은 유지비
가구를 배치하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잠시일 뿐, 가구의 배치가 모두 끝나면 특별히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구 배치에 제한이 걸려있고, 이 제한을 가득 채우더라도 텅 비어 보이는 방안의 풍경은 유저들에게 공허함만 안겨주고 있다.
포라의 재사용 시간도 문제다. 하우징과 동시에 추가된 포라는 촉진제 주사를 통해 신석이나 새로운 외형의 날개,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3분이라는 재사용 시간이 불만스럽다고 유저들은 입을 모은다. 포라 촉진제를 주사하려고 친구의 집을 갔는데, 친구가 이미 촉진제 주사를 한 상황이라면? 따로 즐길 것이 없는 집에 강제로 감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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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늉님의
카툰 ‘하루에 만번 새우라떼’ 中 한 장면 <보러가기>
1월 4일 업데이트를 통해 주택 등급에 따라 버프가 추가되었다. 자신의 주택이 고급 주택 이상이라면 제작 크리 버프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제작 크리 버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고급 주택 소지뿐인데 반해, 고급 주택의 수가 애초에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이번 패치는 재미보다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패치’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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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업데이트된 내용, 고급 주택 이상이면 제작 크리 버프가 생긴다
하우징에서 고쳐야 할 부분 외에도 추가되었으면 하는 요구 사항도 많았다. 가장 많은 유저들이 바란 것은 레기온 단위의 하우징이다. 개인 하우징이 커뮤니티를 살릴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 인원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레기온 하우징을 바라는 것이다. 이는 리니지1과 리니지2의 아지트 시스템을 통해 그 재미를 증명했던 바 있다. 그 외에도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채집물이나, 더욱 다양한 포라 등 SNG(소셜 네트워크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미니 게임 형식의 요구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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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의 아지트 시스템, 혈맹 단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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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SNG 게임, ‘룰 더 스카이’, 이런 미니 게임 방식의 재미를 원하고 있다
하우징은 분명히 흥미 있는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게임 내에 적용하기에는 애매한 콘텐츠다. 집을 가질 수 있는 유저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어, 좋은 성능을 부여했다가는 형평성 문제에서 논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하우징은 개인의 공간에 가깝기 때문에 커뮤니티와 쉽게 연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하우징을 도입한 게임은 쉽게 찾아볼 수 없으며, 성공한 게임은 손을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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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티마 온라인은 도둑질이나 커스터마이징 등, 다양한 요소로 하우징을 성공시켰다
하우징은 게임 내에 접목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유저들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유저들의 요구 사항 중,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온이 지금까지 PvP와 인스턴스 던전 플레이를 통해 무거운 재미를 줬다면, 하우징은 이에 벗어나서 색다른 재미를 주길 원하는 것이다. 2012년 한 해, 이미 존재하는 청기 백기 게임처럼 색다른 재미를 주는 하우징을 기대해본다.
글: 게임메카 노지웅 기자 (올로레, abyss220@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