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5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곰TV 스튜디오에서 월드오브탱크의 국내 e스포츠 대회인 '월드오브탱크 코리안 리그(World of tanks Korean League, 이하 WTKL)' 첫 번째 4강전이 열렸다. 이번 경기는 월드오브탱크의 국내 서비스 이전부터 북미 서버에서 활약한 'DRAKI', 작년 WCG 국가대표로 출전한 'ROKA' 클랜 소속팀을 연파한 'DOSKA 살모사'의 격돌로 펼쳐졌다.
특히 양팀의 팀장인 민웅기, 공상운 선수는 북미 서버에서 같은 클랜 소속으로 클랜전을 펼친 경험이 있어 서로의 전력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양팀 모두 4강전을 대비해 많은 전략을 준비했을 것으로 예상되어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WTKL 4강전은 7전 4승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맵과 전차 우선 선택권은 첫 경기에는 코인 토스로, 이후부터는 이전 경기에서 패한 팀에게 주어진다. 전차 선택은 우선권을 얻은 팀부터 순서대로 2대씩 교대로 선택한다.
4강 1경기, DRAKI vs DOSKA 살모사
1차전: 비행장, DRAKI 승
코인 토스를 통해 맵 선택권을 얻은 DRAKI는 엄폐물이 거의 없는 개방형 맵 '비행장'을 1차전의 무대로 선택했다. 개방형 전장에서는 자주포의 효율이 좋은데, DOSKA 살모사는 이번 대회에서 한번도 자주포를 선택한 적이 없다. DRAKI는 이처럼 자주포에 익숙치 않은 DOSKA 살모사의 약점을 노려 비행장 맵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예상대로 DRAKI는 경전차와 중전차 조합에 기동력이 좋은 자주포 'Lor 155 50'를 선택한 반면, DOSKA 살모사는 중전차와 중형전차 위주의 조합으로 경기에 나섰다.
DRAKI는 자주포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북동쪽 언덕에 자주포를 밀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는 DRAKI가 8강전에서도 선보인 전략으로, 북동쪽 언덕은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주포가 없는 DOSKA 살모사로부터 안전하다. DRAKI는 언덕 위의 자주포로 DOSKA 살모사의 전차에 피해를 주고 전면전에 들어갔다.
▲ 북동쪽 언덕으로 자주포를 밀어올리는 전략은 8강전에도 DRAKI팀이 선보인 바 있다
언덕 위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안전하게 자주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자주포에 많은 피해를 받은 DOSKA 살모사는 교전 초반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DRAKI의 주력은 일정 횟수 이상 포격하면 매우 긴 장전 시간이 소요되는 클립탄창식 주포를 사용하는 전차였다. DOSKA 살모사는 교전 초반에 입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탄창 교환 시간을 노려 과감히 진격해 전세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DOSKA 살모사의 분전으로 양팀의 남은 전차는 2대로 동률이 됐고, DRAKI의 남은 전차 2대 가운데 1대는 북동쪽 언덕 위에 배치된 자주포였다. 전방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전차는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은 AMX 13 90 1대 뿐이었기에, 본진까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DOSKA 살모사는 수적 우위에 힘입어 여유있게 본진 점령에 나섰다. DRAKI는 설상가상으로 DOSKA 살모사의 1티어 경전차를 파괴하려다 AMX 13 90이 파괴 직전까지 몰렸다. DOSKA 살모사가 DRAKI의 본진 점령을 앞둔 그 순간, 북동쪽 언덕 위의 자주포가 DOSKA 살모사의 8티어 중형전차 'Indien Panzer를 파괴하며 전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DOSKA 살모사의 남은 전차는 전투 능력이 없는 1티어 경전차였고, DRAKI가 이를 마무리하며 승리를 거뒀다.
▲ 분명히 DOSKA 살모사는 100% 점령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자주포에게 전차를 파괴당해 점령을 저지당하고,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2차전: 힘멜스도르프, DRAKI 승리
2차전의 무대는 시가지형 전장인 힘멜스도르프였다. 양팀 모두 힘멜스도르프에서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기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힘멜스도르프의 중앙에는 넓은 공원이 있다. 이 곳에는 엄폐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식 대회에서는 물론, 공개 게임에서도 진격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DOSKA 살모사의 모든 주력 전차가 중앙 공원을 가로질러 진격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DRAKI는 관측 범위가 넓은 'T69'를 선택했고, 이를 본 DOSKA 살모사는 DRAKI가 동쪽 언덕을 중심으로 천천히 정찰전에 나서리라 판단한 것이다. 양팀이 서로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 중앙 공원으로 과감히 진격하는 DOSKA 살모사의 전차들
이처럼 개활지를 돌파하는 플레이는 본래 큰 위험이 따른다
DOSKA 살모사는 정확한 판단으로 위험한 진격 작전을 성공시켜, 전차를 1대 잃지 않고 DRAKI의 본진 근처에 전선을 구축했다. 이처럼 적의 본진 부근에서 전투를 펼치면 적 본진 점령 기회를 노리기 쉽다. 하지만 DRAKI의 시가전 전투 능력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언덕으로 진격한 병력들을 중심으로 시가지 우측을 수비하면서 소수 전차를 우회시켜 시가지 좌측까지 도달시킨 것이다. 전차가 포탑을 회전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양쪽으로 포위당하면 효율적인 전투를 펼칠 수 없다. 결국 DRAKI는 DOSKA 살모사의 과감한 돌진에 침착한 포위 작전으로 대응하여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3차전: 루인베르크, DRAKI 승리
3차전의 무대는 시가지와 평지가 혼합된 형태의 전장인 루인베르크였다. 양팀 모두 서쪽 시가지는 소수 병력만 배치하여 수비하면서, 동쪽 도로에 주력 병력을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DRAKI는 도로 옆에 늘어선 수풀에 매복한 DOSKA 살모사의 전차에 피해를 입으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수풀에 전차를 배치하면 포를 발사하거나, 매우 근접하기 전에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 도로 양 옆의 수풀에 매복한 DOSKA 살모사의 전차들
이처럼 수풀에 전차를 배치하면 상대에게 좀처럼 관측되지 않는다
먼저 피해를 받은 DRAKI는 시가지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대치를 이어갔다. DOSKA 살모사는 경기 중반에 이르러, 시가지로 진격하지 않으리란 판단을 내리고 시가지의 소수 병력까지 동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런데 DRAKI의 정찰 능력도 만만치 않았다. DOSKA 살모사의 병력 이동을 파악하고 서쪽 시가지의 병력을 전진시킨 것이다. 결국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던 DOSKA 살모사의 KV-5는 큰 피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1티어 경전차 'T1 Cunningham'을 이용한 DRAKI의 신속한 정찰 플레이가 돋보였다.
▲ 시가지 내의 교차로 중심에서 정찰에 임하고 있는 DRAKI의 'T1 Cunnigham'
비록 KV-5는 피해를 받았으나 DOSKA 살모사는 DRAKI의 시가지 병력 존재를 확인, 자신들이 동쪽에서 수적 우위에 있음을 확신했다. 그리하여 동쪽 시가지에서 과감히 진격했고, DOSKA 살모사의 주력 전차 3대를 완파했다. 이처럼 상황이 불리해지자 DRAKI는 서쪽 시가지를 돌파한 전차 2대로 DOSKA 살모사의 본진 점령으로 역전을 시도했다.
DOSKA 살모사는 전차를 회군시켜 점령 저지에 나섰으나, 그야말로 0.1초 차이로 저지에 실패하여 DRAKI에게 3번째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1차전 비행장 맵에서 DRAKI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주포로 본진 수비에 성공한 것과 상반된 결과였기에 눈길을 끌었다.
▲ 분명히 DOKSA 살모사는 DRAKI의 전차에게 포를 명중시켰지만,
간발의 차로 본진 수비에 실패하고 말았다
4차전: 광산, DRAKI 승리
벼랑 끝까지 몰린 DOSKA 살모사가 선택한 4차전의 무대는 광산 맵이었다. 광산 맵은 엄폐물이 적어서 자주포를 사용하기 좋지만, 맵의 크기가 작아서 중전차 위주의 접근전도 자주 일어나는 독특한 전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DRAKI는 자주포를 2대나 선택하여 원거리전에 힘을 실은 반면, DOSKA 살모사는 중전차와 중형전차 중심의 전차 조합으로 상반된 전략을 내세웠다.
중전차 위주의 전차 조합을 선택한 DOSKA 살모사는 경기 초반부터 서쪽의 섬으로 전 병력을 진격시켰다. DRAKI는 한 점에 힘을 집중하려는 DOSKA 살모사의 의도를 예상한듯, 기동력이 뛰어난 'T-50-2'를 선택하여 중앙 지역을 점거하고 시야를 확보했다.
중앙 언덕을 확보하여 DOSKA 살모사의 진격로를 확인한 이상, 자주포가 2대나 있는 DRAKI가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었다. DOSKA 살모사의 전차들은 어떻게든 자주포의 포격을 피할 수 있는 위치로 숨었지만, DRAKI는 중전차로 섬을 포위하여 근거리 포격으로 숨어있는 전차들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결국 DOSKA 살모사의 전차들은 전장에서 사라져 갔고, DRAKI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대응하는 유연한 플레이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 자주포의 포격을 피해 바위 뒤로 몸을 숨긴 DOSKA 살모사의 전차
정면에는 자주포, 측면에는 중전차가 매복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 4대0 스코어 완승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한 'DRAKI'
[4강 1경기 결과 및 다음 경기 예고]
8강 2주차 1경기
- [승] DRAKI (4) : (0) DOSKA 살모사
<다음 경기 일정>
4강 2경기 (6월 22일)
- DRAKI-헤츨링의 반란 : e-MONEY
글: 게임메카 김상진 기자 (에레하임, wzcs0044@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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