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국내최초 GM과의 만남, WOW 최전방 초병 ‘고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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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메이커였다. 게임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공식 홈페이지에서 JinKo라는 닉네임으로 WOW베타테스터들에게 유명한 그는 시종 싱글벙글한 즐거운 얼굴로 인터뷰에 임하며 기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유난히 활달한 모습으로 예상에도 없던 답변을 늘어놓은 덕분에 배석한 PR매니저까지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던 고진규 씨(31, 비벤디유니버셜 CS팀). 보편적인 통계라고 볼 순 없겠지만 온라인게임 GM의 경우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 많았던 만큼 머리 속에 미리 담아둔 편견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쇼크(?)를 받았던 듯 하다.

그의 이력은 상당히 독특하다. 1세대 MMORPG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온라인의 카운슬러를 시작으로 EA의 GM업무를 담당했던 고진규 씨는 사실상 국내 최초의 GM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게임 내에서 운영자가 캐릭터의 모습으로 등장한 GM은 사실상 울티마온라인이 최초였다).

美 EA본사에서 GM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돌아온 그는 GM의 상위개념인 운영관리자의 역할로 울티마온라인의 전반적인 고객서비스를 담당했다.

그저 게임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게임업계에 입문, GM과 CM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온 고진규 씨는 2003년 7월 비벤디유니버셜에 입사, 블리자드를 오가며 WOW의 운영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 CM이란?
온라인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시판관리의 전반을 담당하며 게이머들과 개발사의 의견을 서로 전달해주는 일종의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운영자. WOW에서는 GM보다 상위개념의 운영자를 의미하며 이를 위한 팀이 별도로 구성돼 있다.

WOW의 GM은 “고귀하신 몸?”
현재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인 WOW에서는 GM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요, 고귀하신 몸의 영접이라는 유행어까지 떠돌 정도로 그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현재 WOW는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물론 비공개테스트에서도 고객서비스는 필요합니다만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보여지는 그런 의미는 아니죠. 오픈베타테스트와 상용화시기가 되면 기존의 서비스와는 비교될 수 없는 획기적인 고객서비스가 제공될 겁니다”

클로즈베타테스트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벤디유니버셜 내부에서 공식 채용된 GM은 무려 50명에 육박한다(여성 GM의 비율도 30%에 달한다고). 이 중 실제 GM의 업무를 진행하는 인원은 불과 20% 남짓. 나머지 인원은 모두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현재 인원과 더불어 앞으로 선발될 GM까지 수개월에 걸친 교육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선발된 인원들은 GM툴과 시스템에 대한 교육, 영어회화, 인성교육, 긴급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을 모두 전문GM과 외부강사진들에게 교육받게 되죠. 미국에 있는 블리자드로 날아가 별도의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입니다. 영어가 WOW에서 GM을 담당할 인원들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긴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본사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필요하죠. 얼마 전 WOW에서 특정지역을 들어갈 때마다 인벤토리에 100골드가 들어오는 버그와 같은 경우가 그것입니다. 최대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대처가 필요하죠”

▶ 아직은 많은 자리가 비어있는 사무실

이전에 발표한 대로 서비스직전 100여명까지 늘어나게 될 GM은 모두 경력자와 무경력자의 구분 없이 이같은 방식의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픈전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이뤄질 수 없다고 해도 GM과 CM의 활동은 곧 7일 24시간 체제로 돌입할 계획이라고.

실제로 사무실 곳곳에서는 가슴에 ‘교육생’이라는 명찰을 단 GM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이 중 많은 인원이 타 온라인게임회사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간 GM업무를 담당해온 경력자들이지만 이곳에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

하지만 블리자드로선 온라인게임의 개발과 운영이 처음으로 이뤄지는게 아닌가. 경력이 전무한 회사입장으로 타사에서 볼 수 없는 독보적인 GM교육시스템을 유지한다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블리자드는 울티마온라인을 비롯 에버퀘스트, 애쉬론즈콜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GM과 운영업무를 담당해온 전문경력자들을 모두 영입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EA시절 스승으로 모셨던(?) 에릭 아빌라 역시 이곳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구요.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 스타랍니다(웃음)”

▶ 울티마온라인의 GM교육을 담당했던 GM계 지존급(?) 인물 에릭 아빌라. 현재 WOW의 수석게임마스터로 근무 중에 있다 (4.25 방한 당시 모습)

이어서 그는 국내에서 WOW의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많은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의 GM지원과 게시판 답변 서비스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 역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지원과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적어도 게임이 완성된 시점에 도달하기 전엔 ‘서비스’의 개념을 도입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블리자드의 입장이죠”

심지어 그는 WOW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된 뒤 답답한 마음이 앞서 자비로 블리자드로 날아가 개발자 옆에서 숙식하며 실시간 답변을 주면 안되겠냐는 제안까지 했다고. 어쨌든 왠지 경직된 듯한 느낌의 GM서비스와 국내 온라인게임에 익숙한 테스터로 하여금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공식베타포럼의 형태는 오픈베타테스트 시기에 맞춰 완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WOW의 GM과 CM을 거치며 기억에 남는 사건은?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하나하나를 예를 들기보다는 블리자드가 한국유저들의 집념(?)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죠”

국가간 PvP가 가능한 연합서버가 생긴 이후 불과 몇일만에 최고레벨이 국내에서 탄생한 사례도 그렇지만 북미서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한국서버에서 발생하면서 버그리포팅에 상당한 도움을 얻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호드지역 불모의 땅에 가시넝쿨골짜기라는 던전이 있죠. 이곳이 완성되지 않았던 때 장벽을 뚫고 들어간 유저는 한국인뿐이었습니다. 아예 시야가 막혀버리는 지역에선 ‘왼쪽으로 두 발짝, 오른쪽으로 세발짝…’ 이런 식으로 일종의 공식(?)을 작성해 난입하는 장면을 보고 혀를 내둘렀죠”

재미있는 일화는 이어졌다.

“WOW에는 미완성된 지역을 ‘블리자드의 수호자’라는 NPC가 지키고 있습니다. 일정한 반경 내 이상에 진입하면 이 수호자의 공격으로 단 한방에 캐릭터가 사망하죠. 이 시간차를 노리고 15명 이상의 캐릭터들이 4~5시간에 걸쳐 블리자드의 수호자를 넘어서는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죠”

이 밖에 일종의 경매서비스인 우편물 배달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길드장이 길드원들에게 하루에 1,000건이 넘는 물건을 한꺼번에 받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될 뻔 한 경우까지 있었다고. 북미지역보다 한국의 WOW 서버다운률이 좀 더 잦은 이유 중의 하나도 국내유저들의 모험심과 실험정신(?)에 기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뱀뿌리’라는 약초 하나만으로 은행과 인벤토리를 모두 메워버린 유저를 보고 블리자드에선 혹여나 있을 서버불안정 사태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는 대목은 재미있다.

“그래도 고마울 따름이죠. 이런건 내부에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는 QA팀에서도 절대 진행할 수 없는 테스트입니다. 북미유저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구요. 한국에서 발견된 버그가 수정되고 이 내용이 전세계에서 실시될 WOW에도 접목되는 만큼 시너지효과는 상당한겁니다”

WOW의 공식한국베타포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미묘한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항상 온라인게임의 세계에서 민감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일명 ‘님아’ 호칭과 관련된 사건.

“베타포럼에 게재되는 테스터들의 많은 의견들은 블리자드 본사로 매일매일 보고됩니다. 욕설필터링이 도입되던 당시 ‘님아~’라는 호칭을 과연 WOW에서도 용인해야하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유저들끼리 한바탕 논쟁을 벌인 적이 있죠. 워낙 뜨거운 사건이었기에 본사로 이 글들을 보고했는데 블리자드가 ‘님아’라는 단어 자체를 필터링으로 막아버린 겁니다. 사실 영어로 번역하기도 힘든 뉘앙스였죠(웃음)”

결국 ‘님아’라는 명칭은 필터링에서 제외되고 테스터들 사이에서 자정하는 의미로 남겨진 상태다.

개인적으로 WOW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가?
솔직담백한 대답을 원했다. 앞으로 이뤄질 WOW의 업데이트 방향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해달라는 말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만 지금 상태로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타게임과 비교할 때 어느정도 완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블리자드에서는 지금 버전이 ‘게임’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오픈시 목표로 한 컨텐츠의 40%조차 완성되지 않은 것이 현재의 버전이라는 이야기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왜 게임이 아닌 상태의 WOW를 두고 광고를 해야하는가?”라는 블리자드의 지론에 따른 것이라고.

“연합서버를 예로 들어보죠. 현재 많은 지역에서 PvP가 벌어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책이라든가 전술, 밸런스 등 그 어떤 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실제 지금 테스터들이 PvP 시스템이나 차후 업데이트 내용에 대해 요구하는 사항도 블리자드 내부의 개발스케쥴에 포함돼 있는 것들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밸런싱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게 블리자드의 계획이라고 고진규 씨는 설명했다. 캐릭터들간의 밸런스조정과 각 클래스별 고유의 특징이 완성되고 난 후 컨텐츠 업데이트가 실시된다는 것.

▶ 오랜기간동안 열성을 갖고 즐겼다는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사실 그는 울티마온라인 외에도 다양한 해외온라인게임을 즐긴 골수분자(?) 중의 한명이다.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베타테스트버전부터 오래도록 즐겨온 고진규 씨는 해외에서 카멜롯과 관련된 최대 팬사이트 중의 하나인 ‘DAOC 카타콤(daoc.catacomb.com)`을 만드는데 일조한 초창기 멤버이기도 하다.

애로사항을 꼽아본다면?
“베타기간에 대한 인식입니다. 유저들은 원하는 업데이트가 빨리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개발사 입장에선 보다 완벽한 내용을 선보이기 위해 좀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죠. 그 의견 사이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CM의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역시 애로사항으로 작용하는 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읽고 해석할 수 있지만 본사에선 그렇게 하기가 힘들죠. 항상 미국과 동시에 정보를 제공해드리려고 하지만 시차 때문에 우리가 늦어질 때가 있고 미국이 늦을 때가 있습니다. 왜 해외에선 이러한 정보가 나왔는데 국내 공식사이트에서는 일언반구도 없느냐고 질타할 때 어려움을 느끼곤 하지만 앞으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래서 블리자드 본사에서도 한국인을 계속 선발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많은 숫자는 결코 아니지만 그는 유저들이 베타테스터의 임무를 성실히 다해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번은 패치가 된 이후 NPC들의 위치가 아주 조금씩 변경된 적이 있었는데 7~8시간동안 변동된 위치만 찾아가며 문제점을 보고해주는 유저를 보고 있으면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죠”

몇 시간동안의 인터뷰 중에서도 피곤한 기색 없이 세상 모든 일이 즐겁기만 했던 고진규 씨. WOW의 최전방에 서서 유저들과 개발사의 가교역할을 하는 GM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열혈 게이머이기도 한 그는 예의 스스럼없는 표현으로 인터뷰의 끝을 장식했다.

“블리자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발매연기의 제왕이죠. 모회사의 직원이기에 앞서 워크래프트를 비롯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블리자드의 게임을 밤새워 즐겨온 팬의 입장에서도 정말 짜증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결국 이들은 절대 게이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을 들고 나타난다는 사실을 말이죠. WOW는 아직 게임이 아닌 테스트버전에 불과한 타이틀입니다.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분명 놀라울만한 일이 벌어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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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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