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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WOW)> 메카리포트> 기획기사] MMORPG에서 ‘퀘스트’는 유저들에게 찐빵 속의 팥소와 같은 존재이다. 망망대해 같은 게임 속 세상에서 건진 단 하나밖에 없는 지침서랄까. 여기에 보너스로 아이템과 게임 머니, 경험치까지 제공하는, 엄마와 같은 자상함까지 선보인다. 물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게임을 알아가는 유저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MMORPG 유저들은 퀘스트를 수행하며 게임을 배워나간다. 이제 MMORPG를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 퀘스트부터 수행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퀘스트의 성향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하나씩 깰 때마다 정보와 함께 무한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던 퀘스트는 이제 하다 남은 학교 숙제처럼 퀘스트 목록에 하나씩 쌓이기만 한다. 게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퀘스트 도우미 프로그램은 오히려 퀘스트의 ‘막노동’화를 가속시키는 주범으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편리하게 사용했던 유저들도 이제는 새로운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마저 빼앗긴 채, 몬스터 사냥과 아이템 수집에 내몰린 상황이다. 오죽하면 ‘노예 게임’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MMORPG의 퀘스트를 짧게 고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MMORPG에서 퀘스트가 차지하는 역할을 돌아봄과 동시에 현재 MMORPG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퀘스트 도우미’ 시스템들의 모습들도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사실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이젠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다 같이 MMORPG가 직면한 이 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 초기 퀘스트가 없는 MMORPG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초기 MMORPG에는 퀘스트가 없었다. 철저히 캐릭터의 레벨 업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기 때문에 시스템 상 크게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퀘스트의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유저를 쏟아지는 퀘스트의 향연에 빠뜨리는 ‘리니지’ 역시, 개발 초기에는 퀘스트 하나 없는 담백한 게임 진행을 선보였다. 초창기 시절, ‘리니지’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캐릭터를 키워서 강하게 만드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전부였기 때문에 세부적인 퀘스트가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현재 MMORPG와 비교해 게임 내 목표가 한 가지로 확실히 모아진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막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개방된 지역이 ‘말하는 섬’밖에 없었기 때문에 넓은 필드때문에 고생할 염려도 없었다. 마을을 중심으로 사냥터가 펼쳐진 단순한 구조로 필드가 구성되어 따로 안내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퀘스트가 없어도 유저들은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막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그 시절, 유저들은 게임 플레이보다는 채팅을 위해 게임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니지’뿐만 아니라 당시 서비스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MMORPG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과거의 이 체제가 유저들의 ‘자유도’적인 면에서는 훨씬 좋아 보인다. 퀘스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난이도다. ‘리니지’를 통해, 처음 MMORPG를 접하는 유저들은 갑자기 자신을 죽이고 달아나는 유저들 때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사냥터에 나왔다가 마을 위치를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또한, 레벨이 낮을 때는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돈과 아이템이 턱없이 부족해 제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맞추는 것은 거의 꿈에 가깝기만 했다. 퀘스트의 생성과 역할 - 낯선 세계의 안내자가 되어줄게요 이렇게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유저들을 돕기 위해 퀘스트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이라는 파급력 높은 매체를 이용하는 만큼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MMORPG의 퀘스트는 게임의 전체 스토리와 유저가 게임 안에서 이뤄야 할 목표를 일러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MMORPG게임 경험이 많이 없는 유저들도 퀘스트를 잘 따라가면 게임에 쉽고 재미있게 적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WOW’는 탄탄한 퀘스트 구성을 자랑한다. ‘워크래프트1’부터 꾸준히 발전해 온 ‘아제로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스토리가 퀘스트 하나로 말끔하게 정리된다. 보통의 MMORPG가 에픽 퀘스트를 통해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WOW’는 모든 퀘스트에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스토리를 점진적으로 제시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유저들은 퀘스트를 수행하며 ‘WOW’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까지 얻어간다. 수행 뒤에 따라오는 경험치와 각종 아이템, 골드는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특수 제작 기술이나 이동 수단 등, 게임 내에 제공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놓치지 않고 이용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대장기술 퀘스트’ 와 같은 특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퀘스트를 제공해 유저들이 특수 기술을 실수로 배우지 않고 지나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퀘스트를 수행하여 해당 종족에 대한 평판을 높이면 아이템 가격을 10% 할인해 준다거나 이동 수단을 2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혜택을 주어 유저들이 퀘스트를 깨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만든다.
예로 든 ‘WOW’뿐만 아니라 다른 MMORPG들도 체계적인 퀘스트를 제시해 유저들을 돕는다. 요새 MMORPG 유저들은 퀘스트가 부실하면 게임 자체를 쳐다보지도 않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퀘스트는 MMORPG에서 캐릭터의 레벨 업만큼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은 것이다. 퀘스트를 갉아먹는 여러 ‘내비게이션’ 시스템 그러나 최근 MMORPG의 퀘스트가 변하고 있다. 현재 MMORPG의 유저들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하고 있다. 물론, 유저들의 빠른 콘텐츠 소모력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의 너무 친절한 공략도 원인이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원흉은 따로 있다. 바로 ‘내비게이션’, 일명 ‘퀘스트 알리미’ 시스템이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을과 필드의 주요 지역의 위치를 안내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퀘스트에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퀘스트 알리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마비노기’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마비노기’는 퀘스트 수행 레벨에 다다른 유저에게 하얀 비둘기를 보내 해당 퀘스트를 받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퀘스트를 갑자기 받아버리면 미니맵에 퀘스트 시작 지점을 표시한 붉은 화살표가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월 19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조디악 온라인’의 ‘별가루 시스템’은 지금껏 개발된 ‘내비게이션’ 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퀘스트 인터페이스 화면에 ‘몬스터 찾기’와 ‘NPC찾기’ 메뉴가 존재해, 그 메뉴를 클릭만 하면 길을 안내하는 별가루 길이 형성되어 빠르게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가끔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유저들을 안내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지만 이 시스템이 완벽해지면 퀘스트에 힘들게 공을 들일 필요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게임 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WOW’에 ‘퀘스트 헬퍼’라는 에드온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퀘스트 헬퍼’는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퀘스트의 정보와 위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 위치의 최단 이동경로까지 자세하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저들을 ‘에드온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WOW’의 ‘퀘스트 헬퍼’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정식 프로그램도 아니라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일단 한 번 실행해 놓으면 퀘스트의 기본적 정보는 물론이고 시작 위치와 완료 위치, 최단 이동 경로까지 자세하게 안내해 말 그대로 ‘광속’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위치까지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까지 제시하여 퀘스트가 대충 언제쯤 끝나리라는 예상 시간까지 가늠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퀘스트 헬퍼’를 이용해 유저들이 할 일이라고는 지시대로 이동하여 행동하는 것뿐이다.
물론, 위와 같은 프로그램이 편리하기는 하다. 필자는 ‘완미세계’를 통해 처음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해봤는데 그 편리함에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퀘스트를 해결하면 유저들 본인에게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아이템 등, 실질적인 이득이 아니라 게임 자체의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퀘스트를 해결하며 유저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퀘스트 아이템을 모으는 장면밖에 없다. 몬스터와 아이템의 종류만 바뀔 뿐, 반복되는 행동만 되풀이하는 게임이 어디가 재미 있겠는가.
위와 같은 문제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북미나 유럽 등, 해외 쪽의 MMORPG 역시 마찬가지 문제에 직면해있다. 국내에 비해 비교적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며 콘텐츠를 천천히 소화했던 이전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작년에 출시되었던 ‘워해머 온라인’과 ‘에이지 오브 코난’ 역시, 퀘스트의 수행을 돕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다. 편리함만 쫓아가다가 놓쳐버린 재미 퀘스트는 해결하는 과정이 진짜배기이다. 필자 역시, 새로운 MMORPG를 시작하면 튜토리얼 퀘스트부터 수행하며 게임에 적응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요새 MMORPG들의 퀘스트들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 안타깝다. ‘내비게이션’과 ‘퀘스트 도우미’를 이용하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유저들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각종 기능과 프로그램을 활용해 퀘스트를 수행한 유저에게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라. 아마 대부분의 유저가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내비게이션’과 ‘퀘스트 헬퍼’ 프로그램이 콘텐츠를 소모하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현재 많은 MMORPG가 겪고 있는 ‘콘텐츠 부족’ 현상의 주범들이 바로 이들이라는 소리이다. 당장의 편리함 때문에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글_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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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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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CBT를 진행한 에버플래닛, 친절한 튜토리얼 퀘스트가
인상적이었다.
▲ 현재 `말하는 섬`의 모습...처음 시작할 때는 이 것보다 더
작았다...
▲ 리니지 초기의 게임 화면...여기서 할 일은 사냥과 레벨 업...딱 두
가지
▲ `WOW`의 거대한 역사도 퀘스트와 함께라면 어렵지
않다
▲ NPC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정말 한 종족의 일원이 된 듯 한 소속감마저
든다.
▲`대장기술` 퀘스트 담당, `선더퓨리`...왜 대장장이들은 하나같이
덥수룩할까??
▲퀘스트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니맵에 빨갛게 불이
난다...;;
▲NPC 바로 앞까지 직접 안내하는 별가루 길...심지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WOW` 애드온 자료실 게시판...단연 `퀘스트헬퍼`의 조회수가
압도적이다...
▲퀘스트의 시작 위치 뿐만 아니라 진행상황까지 일러주는 대단한
`퀘스트헬퍼`
▲완미세계의 `자동 이동 시스템`...이건
혁명이었다...
▲`워해머 온라인`의 `내비게이션 시스템`...퀘스트 지역이 붉게
표시된다...
▲ 이제는 반복되는 막노동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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