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발매 해외정품 직구입 대행 “성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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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들이 해외게임의 국내유통에 손을 놓은 사이에 게이머들이 해외에서 직접 게임을 공수해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뭐를 팔아야 살 것 아닌가”

유통사들이 해외게임의 국내유통에 손을 놓은 사이에 게이머들이 해외에서 직접 게임을 공수해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불황의 늪을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내 PC게임 유통사들이 저마다 온라인게임 제작이나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에 나서며 ‘돈이 되지 않는’ 해외 PC게임타이틀 유통에서 손을 놓게 되자 게이머들이 직접 해외에 게임을 주문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인천공항 세관담당자에 따르면 개인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작년부터 크게 늘면서 음반과 게임 소프트웨어 구입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개인이 해외 쇼핑몰을 이용해 해외게임을 직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국내에서 해당게임을 유통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해외게임을 공급하는 업체는 넉넉하게 손꼽아봐도 4~5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 EA, 인포그램즈코리아 등 해외직배사를 제외한다면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외게임을 유통해왔던 국내유통사들의 해외타이틀 유통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EA 등의 직배사 제품이 아닌 게임들은 어지간한 대작이 아니면 국내유통사를 잡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로윈드와 NOLF 2 등으로 해외에서는 대작 타이틀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유통사를 구하지 못해 출시되지 못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싼 한글화 작업까지 마친 게임들이 모두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A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만 해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은 판권경쟁까지 해가면서 서로 국내에 유통하려고 했었지만 요즘에는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와도 웬만한 대작 타이틀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태”라고 한다. 시장에서 10,000장을 소화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출시하는 타이틀이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패키지 제작비용도 안 빠진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품게임을 소유하고 싶은 게이머들은 해외 게임쇼핑몰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내에서 유통된 해외게임보다 해외 직구입 게임을 더 많이 산다는 20대 후반의 직장인 B모씨는 “미진한 한글화나 한글화 과정에서의 버그, 부실한 패키지 구성 내용 등의 이유로 국내에 유통되더라도 해외 직구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국내에서 게임을 팔지 않거나 수입 유통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해외 직구입을 선호한다. 자주 이용하면 깜짝 놀랄 게임을 사은품으로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B씨는 해외 직구입을 하는 많은 게이머들이 대부분 대졸 이상의 고학력 직장인에 정품사용 의식이 강한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해외 게임쇼핑몰이 신용카드로만 결제하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없는 초, 중, 고등학생은 이용하기 어렵고 영어 원문 게임을 구입하는 만큼 웬만큼의 영어실력이 되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각종 와레즈나 P2P로 인해 쉽게 게임을 불법복사할 수 있음에도 해외에서라도 게임을 구입하는 정품 사용 의식이 잘 잡힌 게이머들이라는 설명이다.

높은 배송 비용과 배달 사고 등으로 불편 줄이어

하지만 해외 직구입에는 몇가지 심각한 단점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막대한 비용 문제다. 실제로 약 50불 정도하는 해외 최신 게임을 구입하게 되면 쇼핑몰에 따라 다르지만 배송비가 약 30불 가량이 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약 80불 가량을 게임구입으로 쓰게 되는 셈인데 원화로 환산하면 10만원 가량이 된다.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들이 대부분 3~4만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약 2~3배 이상의 가격으로 게임을 구입하는 셈이다.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여러 개의 게임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면 이번에는 또 관세가 붙게 된다. 게임보다 배송비가 더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배송과정에서의 불편도 큰 문제다. 해외에서 주문을 하는 경우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안에 배송하기는 어렵다. 적게 잡아도 10일이고 늦어지면 20일 정도가 배송에 소요된다. 작년 9.11 테러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게임 배송에 약 40일이 걸렸다는 게이머도 만나볼 수 있었다. 또 배송과정에서 게임이 증발(?)하는 사고도 가끔 일어난다고. 이런 경우 게이머들은 외국 쇼핑몰에 국제 전화를 걸어서 사고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게이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공항 세관을 통과하면서 게임 패키지가 개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해외에서 에버퀘스트를 주문한 한 게이머는 공항 세관에서 패키지를 개봉하고 게임설치까지 한 흔적이 있는 것도 모자라 게임패키지까지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어디에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중고게임을 구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게임이 다 이렇게 배송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세관에서는 원칙적으로 10만원이 넘는 배송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고 과세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패키지를 뜯어보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한정된 인원이 많은 량의 수하물을 검색하기 때문에 그물에서 빠져나가는(?)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불편이 잇따르자 해외게임 구매를 대행해 주는 곳도 성업중이다. 용산전자상가에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 부띠크(이하 EB)같은 곳이 대표적인 경우다. EB에 근무하는 담당자는 EB에서 판매되는 게임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직수입한 게임들이고 게이머들의 게임 구매를 대행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보통 한달에 20여건의 주문을 받기 때문에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에 한개 꼴로 주문을 받는 셈이라고. 사장이 외국인인 해외 법인 회사인데다가 다량으로 구매를 하기 때문에 배송비용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구매 대행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게이머가 직접 해외게임을 구입하는 가격과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배달사고가 있을 경우 EB에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모로윈드’ 같은 게임의 경우 주문하는 게이머들이 많아 EB에서 독자적으로 영등위에서 심의를 받고 정식으로 수입해 다량으로 팔고 있는 형편이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유통되지 않는 위자드리나 하츠 오브 아이언, GTA 3와 북미버전 X박스 게임 타이틀도 판매하고 있었다. EB 담당자는 “원칙적으로는 심의를 받아야 판매를 할 수 있지만 1~2장씩 아주 극소량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다가 심의를 넣는 심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팔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가 이득을 보자는 것도 아니고 구매 대행적인 성격이 강한 타이틀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말해 극소량이지만 국내 미발매, 미심의 타이틀도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중에 만난 한 해외 직구입 사용자는 “결국 게이머들의 무분별한 불법복사와 유통사들의 온라인게임 편중으로 정품 패키지 사용자들만 불편을 겪는 형편” 이라며 “국내 유통사들의 수익률 악화로 해외타이틀을 유통하지 못할 형편이라면 저렴하게 미발매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는 단체나 전문 대행사라도 생겨 그나마 정품게임을 사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메카 원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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