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닌텐도 3DS로 정식발매된 '진 여신전생 4'
아틀라스의 대표 RPG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최신작 ‘진 여신전생 4’가 닌텐도 3DS로 지난 9일 국내에 한글화 정식 발매됐다. 지난 9월, 처음 게임이 한글화 발매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가코드 때문에 망설였던 정식발매용 3DS'를 구매하겠다는 게이머도 나올 정도로 반향은 컸다. 그만큼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게임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후 3개월이 지나서 발매된 이번 신작, 당시 그들이 실제 구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그만한 값어치의 게임이었는지 확인하고자 직접 플레이해봤다.
▲ '진 여신전생 4' 한글판 소개 영상
하드웨어적 한계를 팬서비스로 채워 넣은 아틀라스의 의지
3DS로 발매된 ‘진 여신전생 4’는 필드(또는 던전)에서의 배경과 캐릭터 그래픽은 3D, 주요 이벤트나 일부 마을에선 일러스트를 비롯한 2D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PS비타를 비롯한 다른 플랫폼으로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해 그래픽 품질은 뒤떨어진다. 그렇지만 이 아쉬운 점을 팬서비스로 채워 넣은 아틀라스의 배려가 돋보여 이 같은 단점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게임에서 주인공(게이머)은 동쪽 미카도국의 사무라이로 선발돼 다양한 악마를 퇴치해 나가는 스토리의 중심에서 활약하게 된다. 이후 마법 장치 ‘터미널’을 거쳐 현재의 일본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활동 영역은 더욱 넓어지게 된다. 평행세계를 연상케 하는 두 세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메인과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게 되고, 선택지에 따라 누군가를 살리거나 때로는 죽일 수밖에 없는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 동쪽 미카도국의 사무라이가 되어 악마 퇴치에 나서게 된 주인공 플린(이름 변경 가능)
눈여겨볼 점은 주요 이벤트에 유명 성우를 기용한 풀 음성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3DS로 발매된 RPG 중 이처럼 목소리를 들으면서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 몇 안 된다는 점이 고무적이고, 또 장르 특정상 많은 대사량을 소화해 스토리의 흡인력도 높이는데 일조한다. 비록 눈에 보이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가 최근 게임과 비교해 뒤떨어졌다지만, RPG의 핵심인 스토리의 흡인력만큼은 단점으로 평가받지 않겠다는 아틀라스의 의지가 엿보인다.
▲ 주요 이벤트는 성우를 기용한 풀 음성,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여기에 선택에 따라 동료 간의 협력 또는 갈등으로 빚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등, JRPG 특유의 개성 강한 캐릭터와 미스터리한 세계관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관련 팬들이라면 재미를 붙이기 좋다.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작과 비교해 스토리의 볼륨은 늘어나 좀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지금까지 어려웠던 ‘진 여신전생’, 그런데 이번 신작은 쉽다?!
시리즈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먼저 설명하자면, ‘진 여신전생’의 난이도는 일반적인 RPG와 비교해 절대 쉽지 않다. 초반 미션을 진행하면서 만나는 악마들을 상대로 회복약을 섭취하며 싸워나갈 정도며, 실수 한 번으로 게임 오버 화면을 보는 일은 흔하다. 이렇다 보니 초반의 경우 최대한 몬스터를 피하고 싶어 이동 동선 파악과 더불어 몇 없는 회복 아이템을 어느 타이밍에 사용할지 여부 등 머릿속에서 미리 계산하고 행동할 정도다. 그 중심에는 미로 형태의 던전과 함께 악마들의 인공지능(전투 난이도)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 높은 난이도의 '진 여신전생' 하지만 그 명성에 반대로 이번 신작은 쉬운편
그렇다면 이번 신작 ‘진 여신전생 4’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반이다. 초반엔 여전히 어렵지만, 던전의 난이도는 급락했다. 일단 시작부터 게임은 해당 던전 내 출몰하는 악마들의 약점을 파악하는 것보다, 게임 오버에 앞서 지옥 입구에서 NPC에 무엇을 지급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방법을 먼저 배울 정도로 높은 진입 장벽을 자랑한다. 때때로 연속 게임오버를 당해 한숨이 절로 나올 때도 있지만, 시리즈 특정상 더 깊은 재미를 맛보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통과 의례와 같아 콕 집어 단점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 승리보다 죽음을 먼저 배우게 될 가능성이 높을 만큼 초반 난이도는 극악에 가깝다
그렇지만 던전의 난이도가 급락했다는 점에서 시리즈 팬이라면 아쉬움이 클 것이다. 먼저 시리즈가 자랑하던 미로 형태의 복잡한 던전은 이번 신작에서 대부분 일직선 형태로 단순화되었다. 복잡한 구조의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전작의 스릴(탐험과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결정적으로 던전 규모도 작아졌다. 이렇다 보니 던전이 단순히 배경만 다른 필드로 느껴지기도 한다. 던전마다 고유의 스토리와 보스가 존재함에도 이를 개성 있게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 던전의 단순화로 모험의 재미는 전작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껏 ‘진 여신전생’의 높은 난이도를 꺼렸던 RPG 팬의 경우 이번 신작을 계기로 입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대게 닌텐도(로 발매되는) 게임들이 쉽고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점을, 개발사 아틀라스도 이번 ‘진 여신전생 4’를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세이브의 변화다. 전작까지 특정 장소에서만 가능했던 세이브가, 이번 신작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저장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세이브에 조건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르를 불문하고 난이도가 상승의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세이브의 제약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의 난이도가 급락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악마를 활용한 전투 시스템 재미는 여전하다. 다만
‘진 여신전생 4’에서는 자신과 동료 악마가 파티(4명)를 이뤄 턴제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여기에 마음에 드는 악마가 있다면 대화하기를 통해 동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악마에 따라 좋아하는 말(또는 물건)과 싫어하는 것이 모두 달라 어떤 대화로 설득할지가 밀고 당기듯 꽤 재미있다. 그리고 동료 악마들을 합체시켜 더욱 강력한 악마로 탄생시킬 수도 있는 등, 시리즈 전통의 악마를 활용한 다양한 시스템의 재미도 여전했다.
▲ 밀고 당기는 재미에 특화된 동료 악마를 얻기 위한 대화하기
전투에서는 악마마다 특화된 부분과 약점이 하나씩은 존재해 이를 잘 파악해 턴을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약점 공략에 성공했을 경우, 다시 공격할 수 있는 턴이 주어지기도 하므로 자연스럽게 턴 확보를 위한 머리싸움으로 전개돼 재미를 더한다. 적들의 인공지능도 아군의 약점 위주로 공격할 만큼 나쁘지 않아 매 전투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전투에서는 약점을 공략해 자신의 턴을 최대한 늘려나가는 것이 관건
다만, 초반의 높은 난이도를 극복한 이후인 중반부터는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느낌을 크게 받는다. 악마들의 약점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이자 주인공도 악마들 이상으로 강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스의 위용과 강함은 일관되었지만, 이미 난이도에 단련이 끝난 게이머들 앞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초반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끌고 나가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특정 전투에서의 패널티 부여 같은 좀 더 강압적인 조건이 더해졌다면 쉽게만 느껴지지 않았을 텐데 이점에 대해선 아쉽다.
▲ 보스의 위용과 강함은 여전하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스토리와 전투의 재미는 여전한데, 불친절하다
‘진 여신전생 4’에서 가장 큰 단점은 내비게이션의 부재에서 오는 불친절함을 꼽을 수 있다. 앞서 현재 내가 무슨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기가 번거롭다. 게임 중 진행 중인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체 메뉴를 누르고 그 안에 퀘스트 아이콘을 또 한 번 클릭해야 한다. 여기에 불친절함을 불편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목적지는 있으나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힌트 없는 정답 맞추기, 플레이 시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한 의도가 강했다
게임에서 메인 퀘스트는 내용에 따라 특정 인물과 장소를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오직 글로만 표기된다. 목적지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힌트조차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처 없이 맵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운 좋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처럼 스스로 찾아 해결하도록 한 플레이 방식에 재미를 느끼는 유저도 더러 있겠지만, 일부러 플레이 타임을 늘리려는 의도가 더 강했다. 단순하게 플레이 화면 한쪽에 목적지에 대한 방향 표시라도 해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진 여신전생 4’는 마니악함에서 대중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작품
‘진 여신전생 4’는 전작보다 분명 쉬운 게임으로 제작됐다. 어려움도 하나의 재미였던 '진 여신전생'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시리즈에 입문하고자 하는 RPG 팬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번 최신작은 전작의 마니악한 이미지에서 좀 더 쉽게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대중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작품, 즉 마니아함이 처음 무디어진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JRPG를 좋아하고, 할 만한 RPG를 찾고자 한 유저들에게는 정식발매된 3DS를 구입해서라도 즐길 만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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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나이로 막내'였던' 기자,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게재되는 [야!겜영상] 연재 중.
뼛속까지 비디오게이머이지만, 현실은 하드웨어 총괄과 몇몇 온라인+모바일 업체 담당자jinmo@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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