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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는 ‘게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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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일게이트는 2012년 콘텐츠 대상에서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 해외진출유공포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작년에도 게임은 별도 수상부문이 없었다 (사진출처: 스마일게이트 홈페이지)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콘텐츠 산업 시상식인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는 게임 부문 시상이 따로 없다. 국산 우수 콘텐츠를 표창하는 이 시상식에 게임이 빠진 이유는 간단하다. 업계와 정부 모두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따로 있기 때문에 굳이 콘텐츠 대상에 또 게임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는 모든 콘텐츠 분야 중 특히 수출성과가 좋은 작품을 표창하는 해외진출유공포상과 방송영상산업발전유공, 만화대상, 애니메이션대상, 캐릭터대상 이렇게 총 5개 분야가 있다. 작년까지 있었던 차세대 콘텐츠 부문은 관련 업무가 문화부에서 미래부로 이관되머 사라졌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현재 게임이 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해외진출유공포상밖에 없다.

 

사실 정부는 처음 콘텐츠 대상을 만들 때 게임업계에 시상 부문에 게임을 넣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제안을 업계가 거절하며 게임부문 시상이 없는 상태로 5회 째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대표 콘텐츠를 기리는 시상식에 들어갈 기회를 게임업계 스스로 차버린 꼴이다. 업계도 할 말은 있다. 상이 2개나 있으면 주목도가 분산되어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대통령상이 있기에, 콘텐츠 대상에서 또 상을 받으면 게임에만 상을 몰아주는 것처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도 시상식 안에 게임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기자가 ‘왜 콘텐츠 대상에 게임이 따로 없느냐’고 물었을 때야 ‘게임이 있을 법도 한데 왜 없는지 모르겠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콘텐츠 대상에 게임 부문 시상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뒤에야 ‘맞다, 게임도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 대상이 첫걸음을 뗀 2009년과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특히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이 나왔을 정도로 여론이 상당히 나빠졌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외부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는 좀 더 개방되고 권위 있는 장소에서 우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이 정도임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12일에 열린 ‘게임은 문화다!’ 대토론회에서 서글펐던 점은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라 문화입니다’고 악을 쓰며 외쳐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게임은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에 업계 스스로라도 이걸 말해 대중의 시선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국내 우수 콘텐츠를 한 자리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콘텐츠 대상은 게임은 문화 콘텐츠라는 것을 대중 앞에 드러낼 좋은 기회다. 특히 게임은 물론 방송,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 있기에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게임대상보다 문화로서의 성격을 더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자리다.

 

즉, 콘텐츠 대상에 게임이 함께했을 때 얻어가는 가장 큰 장점은 게임인을 넘어 대중 앞에 게임도 영화, 방송, 만화와 같은 우리 사회의 문화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대상이 따로 있어서, 다른 장르랑 달라서라는 핑계를 대고 뒤에 숨기보다 더 개방된 장소에 나와서 게임의 문화적 정체성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업계 스스로가 게임을 만든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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