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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찬의 ‘어디서나 던전’, 거창한 이름표 없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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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용찬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는 게임 '어디서나 던전'


‘아이온’의 기획팀장이었던 지용찬 PD가 신생 개발사인 레이드몹이라는 이름으로 게이머 앞에 다시 섰다. 레이드몹이 공개한 첫 게임 ‘어디서나 던전’(이하 어던)은 던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정통 롤플레잉 게임으로, 지난 1월 27일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출시됐다.


‘어던’에 대한 초반 기대치는 높았다. 국내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던 개발자가 모바일로 전환하면 어떤 게임을 만들지, 호기심 반이자 기대심 반이다. 


‘어던’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군더더기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모난 곳도 없고,각각의 연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게임의 스토리도 흥미롭고, 플레이어의 성장 곡선이 박자에 맞게 이루어진다. 한번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이 시간 동안 즐길 재밋거리들이 짜임새있게 구성된 게임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 조금씩 밝혀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어던’은 장황한 가이드 단계를 대부분 생략하고 플레이어를 바로 전투에 내던진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 모드를 짧게 진행하면서, 여기가 어디인지 플레이어는 왜 전투를 해야 하는지 목적을 분명하게 부여한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메인 스토리와 각종 몬스터를 클리어한 후 새롭게 생성되는 부연 스토리 등을 짜임새 있게 연결하여 다음에는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든다.


‘어던’의 궁극적인 목표는 샤드(아크샤드)를 찾고, 소환수를 수집·성장시키고, 이들과 함께 던전을 격파해 나가는 것이다. 모험은 총 세 가지로 나뉘며, 이는 가장 중요한 스토리 모드가 되는 공간인 방주와 화면 가득 넓게 펼쳐진 지역 던전, 그리고 랜덤하게 생성되는 시공 던전에서 펼쳐진다.


게임의 주된 재미는 소환수와 함께 하는 플레이지만, 초보 지역에서는 소환수를 장착하는 슬롯인 샤드가 한동안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 덕분에 상단에 떠 있는 빈 슬롯만 보면서 군침을 삼켜야 한다. 이러한 초반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것이 던전이다. 


‘어던’은 기본적으로 TCG 형식의 직진형 던전 플레이를 지향한다. 여기에 상하좌우로 이동이 가능하게 만들어 마치 플레이어가 직접 액션을 취해 장애물을 피하는 것처럼 구현했다. 천둥 번개, 쇠꼬챙이 길, 화염불 등의 장애물이 등장할 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화면을 스와이프하여 좌우로 피하거나 뛰어넘기, 수그리기 등을 이용해 장애물을 통과하게 된다. 





▲ 장애물은 옆으로 이동하거나 점프해서 피할 수 있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대미지를 크게 입어 죽을 수 있으며, 장애물 위치와 난이도는 레벨을 더할 때마다 어려워진다.


플레이어의 공격도 제각각으로 바뀌어 재미를 준다.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장착한 무기를 이용하여 물리 공격을 가한다. 공격은 무기의 특성에 따라 다른 효과로 나타나며, 공격 시 유저가 화면을 쓸어내리는 방향에 맞춰 효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몬스터보다 3턴 먼저 시작할 경우 손가락으로 화면을 왼쪽, 오른쪽 마구 저으면서 몽둥이를 3연타로 휘두를 수 있다.

 

‘어던’의 주인공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소환수다


던전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유저는 소환수를 장착시킬 수 있는 첫 샤드를 얻게 된다. MMORPG에 비교해 설명하자면 소환수는 일종의 클래스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소환수를 슬롯에 장착하는 것은 마치 스킬 트리를 조합하여 자신의 클래스를 정하는 것과 같다. 이를 통해 샤드가 2개 이상을 넘어가면 던전 플레이 외에도 소환수를 구성하고 조합하는 등 전략적인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소환수들은 공격, 방어, 회피 등과 같이 기본적인 스탯 외에도 저마다 탱커, 힐러, 딜러 등의 특징으로 구성된 특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 스킬은 일정 기간 턴이 지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액티브 스킬과 랜덤 확률로 발현되는 2차 스킬, 그리고 던전 내 경험치를 100% 채우면 사용할 수 있는 3차 스킬이 있다.



▲ 상단 아이콘이 반짝이면 기본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 악어 소환수의 3차 스킬인 '엄호'를 사용하면 보이는 효과



▲ 3성 이상의 소환수는 3가지 스킬을 가지게 된다

이 네코냥의 경우 각성을 통해 2성을 3성으로 만든 경우로 2차 스킬이 비어있다.


소환수는 등급과 보유 스킬 레벨, 그리고 경험치 레벨을 육성시켜야 한다. 경험치는 일반 카드나 경험치 열매를 사용해 쌓을 수 있다. 스킬 레벨의 경우 등급이 같은 다른 소환수를 합성하여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2성 소환수는 2성 소환수를 이용해야만 스킬 레벨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하나의 스킬이 최대치까지 오르게 되면, 동급의 최대치 카드를 이용해 소환수를 각성시킬 수 있는데, 각성은 소환수 자체가 가진 등급을 상향시킨다. TCG를 예로 설명하자면, 2성 카드를 3성으로 랭크업시키는 것이다. 


소환수는 던전 완료 보상으로 얻거나 뽑기로 얻을 수 있다. 뽑기는 용옥과 보옥을 사용해야 하는데 용옥은 던전 수행을 통해 얻을 수 있고 보옥은 마석으로 구입해야 한다. 마석은 방주 완료 시 보상으로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과금으로 구입해야 한다.


소환수, 무과금 유저에게 희망을


모바일게임은 대부분 유저가 돈을 많이 쓸수록 화려해진다. 각 게임들은 뽑기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을 올리는 당근을 이용해, 유저를 과금의 세계로 이끈다. 과금 유저 입장에서 보면 ‘어던’은 불리한 게임이다. 유료 뽑기를 돌려봐도 돈을 투자한 값어치를 그다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용옥을 돌리나 보옥을 돌리나 결과는 비슷하다.


▲ 각성을 통한 등급 업그레이드가 살 길이다


일부의 과금 유저에 대한 배려는 없지만, 대부분의 무과금 유저에게는 좋은 소식이 될듯하다. 투자한 시간만큼의 효과는 분명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소환수 합성과 강화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부지런히만 움직인다면 3성 이상의 소환수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대신에 소환수 각성을 위해 던전 파밍, 강화, 각성, 업적 달성, 아이템 제련 등등 소일거리가 숱하게 많다. 


조금은 부족한 소셜


구석구석에 있는 콘텐츠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어던’이지만, 소셜 시스템은 부실하다. ‘어던’에서 다른 플레이어는 분명 게임상 함께 파티 플레이를 하거나, 친구로 등록해서 결투를 벌일 수도 있고 이를 통해 포인트를 빼앗는 등의 접점은 존재한다. 그러나 파티 플레이에서 원하는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하거나 대화를 하기란 어렵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NPC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현재 소셜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 부분은 상단에 존재하는 알림 메시지다. 누가 어떤 스테이지를 격파했다거나, 좋은 소환수를 획득했는지를 공고하면서 간접적인 경쟁을 일으킨다. 


앞으로 레이드나 대전 등의 규모있는 PVP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상대 플레이어는 파티에 동참해주는 또 다른 소환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미소녀, 풀 3D, 스펙터클‥ 이런 단어 없어도 괜찮아


‘어던’은 세간의 기대치만큼 휘황찬란한 게임은 아니다. ‘미소녀’도 딱히 없고,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이나 기기에 부담이 되는 과장된 효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간단, 구성도 심플하다. 이 게임의 기본 전제는 뭐가 됐든 등급만 같으면 합쳐지고, 업그레이드된다. 


이처럼 전체 시스템은 둥글둥글하지만 작은 디테일은 세세하게 살아 있다. 네다섯개의 캐릭터에서 머리 색상만 바뀌었을 뿐인데, 플레이어마다 커스터마이징이라도 한듯 천차만별이다. 하단 메뉴를 돌릴 때마다 여관 시점도 따라 이동하고, 보옥이나 용옥을 돌릴 수 있는 만큼이 모이면 소환의 방이 반짝이며 신호를 보낸다. 세로 조작에 적합한 UI 배치는 한 손으로 대부분의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며, 아이템 사용 및 스킬 조작 등이 편히라고 가시성도 좋다. 


대단한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편하고 재미있다. ‘어던’은 그냥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봤던 모바일 RPG들과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비슷한 게임이다. 다만 그중에서 굉장히 잘 만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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