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체

B&S 아트 디렉터 김형태,`내 그림 야한거 인정, 굳이 숨길 필요있나`

/ 1

야한 그림체? 맞다, 인체의 풍부한 아름다움을 표현했을 뿐이다.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생애 두 번째로 부산을 찾았다.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개발자콘텐츠컨퍼런스(ICON2008)을 통해 자신의 게임 아트 컨셉 제작 과정에 대한 강연을 위해서였다.

일러스트레이션 제작 과정에 대한 강연, 게임 개발자 혹은 아트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과의 대화, 컴퓨터 그래픽 작업 15년, 게임 개발 13년의 경력에서 오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자리였다. 특히, 한 시간 동안 이루어진 네트워크 강연 내내 그림을 그리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최정상급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게임 아트 디렉터인 김형태는 어떤 사람이고, 그의 그림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5일 오후, 팬싸인회를 앞두고 있는 김형태 팀장을 부산 현지에서 만나보았다.

▲ 소수의 사전신청자만 참여할 수 있었던 네트워크 강연  당시 김형태 팀장의 모습.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며 참석자들과 1:1 대화를 이어나갔다.

“블레이드앤소울 공개되시고 좀 후련하세요?”

“이제부터 부담이 더 많이 되요. 공개하고 사람들의 반응도 엄청났고,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이든 부정적인 반응이든 반응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많은 의견을 듣고 우려하시는 부분들을 점차 완성도 있게 다듬어 나가고 싶은 마음에 전 스텝들이 공개후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야한 캐릭터, 신체적 과장은 내 그림의 특징이 맞다

김형태 팀장은 4일 이루어진 강연을 통해, ‘블레이드앤소울’의 발표회에 앞서 티저 이미지 공개 당시를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로 손꼽았다. 2주 가까이 작업했던 이미지인데도 불구하고, 일러스트 이미지 하나만으로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려웠다며,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개인적인 작업으로는 더 이상 이슈를 일으키는 게 힘들겠구나 라고 느꼈던 당시 느낌을 고백했다.

“아직 구체적인 게임 시스템이 공개되기 이전이라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캐릭터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중에는 캐릭터가 너무 야하다는 의견도 많았는데요.”

“야한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걸 숨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구요. 아직까지 현실적으로는 MMORPG는 남성 유저분들이 많고, 저는 그 분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고, 또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가 대체로 성적인 것을 숨기고 감추는 분위기라면 저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이 같은 분위기는 더 심했어요.

저는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솔직한 것을 좋아하고, 노골적인 표현, 이른바 ‘키취(Kitsch)’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에로티시즘을 우아하게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처럼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예전에는 제 그림이 매우 마이너였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접근법을 많이 쓴 것도 사실입니다.”

▲ 블레이드앤소울, 왼쪽은 2주의 시간이 걸렸고 오른쪽은 2일 정도가 걸렸다고 고백했다.

“특히, 남성 캐릭터보다는 여성 캐릭터의 풍만함? 이런 것들의 묘사가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사실, 남자 캐릭터도 여성 캐릭터 못지 않게 신경 쓰는데 잘 몰라보시는 것 같습니다. 강연을 통해서도 말씀 드린 부분이지만, 제 그림의 특징이 디포메이션(디폼), 특정한 부분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거에요. 그런 과장에는 가슴이나 허벅지, 같은 신체적 과장이 있을 수 있고, 카메라의 앵글, 빛의 과장도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늘 신체적 과장에만 관심을 주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인체의 아름다움 중에서도 지방에 의해 만들어지는 곡선이 특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뼈가 있고, 근육이 여러 개의 선으로 우리 몸을 연결하고 있으면,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이 덩어리가 지방인데, 거기서 이른바 벗은 신체의 아름다움이 나오는 거죠. 그 지방 때문에 이번에 캐릭터 폴리곤 숫자를 줄이느라 고생했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이요?”

“예, 캐릭터의 폴리곤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얼굴이나 신체의 아름다움이 덜 표현되는 거죠. 쉽게 생각하면 우리 얼굴의 풍부한 표정이나 둥글고 아름다운 선도 다 지방 덕택이죠. 폴리곤 숫자를 줄이는 작업을 할때면 뼈나 근육을 없앨수는 없으니까 단순하게 지방을 줄인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마른몸과 유사한 형태가 되고 가슴의 크기나 허벅지 같은 부분도 모두 마르게 표현되는 거죠. 옷은 마를수록 더 예쁘지만, 지방은 줄이면 덜 예뻐요.”

“팀장님 캐릭터가 다들 너무 아름다워서 이성의 외모를 보는 눈도 높으실 것 같아요(웃음).”

“아니에요. 저는 길거리에 다니는 여성분들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되서 큰일입니다(웃음) 각자의 개성이 표현되는 거니까요. 저는 그런 일상적인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요. 패션지도 많이 보고,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여겨보죠.”

김형태가 창조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비밀

그는 그림의 취향이 있는 것처럼 아름다움에도 다양성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그림에 대해 ‘야하다’고 평가하는 부분도 쉽게 수긍했다. 다만, ‘야한 측면’ 이외에도 그가 창조해낸 다양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모두 바라봐주길 바랬다.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특히 김형태만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잘 모델링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엔씨소프트만의 기술이 있는 건가요?”

“일단 회사 내에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많이 계신것도 맞습니다만, 지금의 그래픽팀은 처음부터 스타일이 맞는 분들을 어렵게 섭외했습니다. 특히 지금의 모델링 팀장님은 프로젝트 초반 직접 연락을 드려 섭외한 분으로 ‘컴온베이비’ 작업을 하셨던 분이십니다. 그 게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작품을 보고 실력이 탄탄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 실력은 탄탄하지만, 자신의 색깔, 스타일이 완성된 것은 아니어서 함께 게임에 맞는 스타일을 처음부터 완성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초면에 그 분에게 같이 일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만나기 전까진 동명이인인줄 아셨다고 하시더군요.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고 같이 연구하면서 작업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언리얼 엔진3은 어떠세요? 언리얼 엔진이 빛의 표현이 잘 되는 엔진이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는데, 팀장님의 캐릭터와 잘 맞는 엔진이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형태는 강연을 통해 그림을 그리면서도 빛의 묘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캐릭터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페인팅, 특히 빛의 표현에 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어요. 물론, 언리얼 엔진이 라이팅(빛)알고리즘이 매우 탄탄한 엔진인 것은 맞아요. 이미 회사에서도 여러 번 개발과 개량이 이루어진 엔진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크리처나 남성적인 캐릭터 만들기에 엔진이거든요. 이걸 그대로 게임 개발에 쓰게 되면, 쉽게 이야기하면 ‘기어즈오브워’나 ‘언리얼토너먼트’같은 분위기가 나죠.(웃음) 제 그림체나 ‘블레이드앤소울’이 추구하는 게임색과는 썩 맞지 않죠. 그 부분도 엔진 파트장님과 참 많이 연구했어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가 아닌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 디렉터 김형태로 넘어갔다. 그는 2005년 10월 엔씨소프트에 입사하여, ‘리니지2’를 개발했던 배재현 전무와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소프트맥스에서 패키지게임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를 개발했던 그로서는 도전이나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게임 아트 디렉터 김형태

“’블레이드앤소울’ 발표회 당시에 배재현 전무님이 ‘MMORPG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해봤다’라고 하신 말씀은 사실이에요.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이라서, 하지 말라는 것을 일부러 한 것이 아니고,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본 것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른바 ‘성공공식’이란 것은 성공한 것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것뿐이죠.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함정이에요. 그런 건 저나 전무님이나 잘 맞아요.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남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나 새로운 것을 좋아하죠.“

현재 김형태 팀장은 ‘블레이드앤소울’의 게임 컨셉을 구상하는 동시에, 수십 여명의 그래픽팀을 총괄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패키지 게임에 비하여 수배의 시간과 인력이 투자되는 온라인 게임 개발의 효율적인 운용이 최근 들어 그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다소 의외였다. 디자이너로서 그의 ‘아티스트적’인 면만을 상상해 온 기자에게 김형태 팀장의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문제들에 향해 있었다.

“제가 아니라 후배들에게 단순히 아티스트, 디자이너가 아니라 치프 아티스트, 치프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길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단순히 매니지먼트의 역량만이 아니라 동시에 아티스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말이죠.”

▲ 현재는 아트 디렉터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김형태도 여전히 살아있다.

김형태 팀장이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의미하는 ‘Next-Zen’ 차세대 그래픽 개발 기술이다. ‘쉐이더 3.0’을 사용하는 이 기술은 과거의 3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동시에, 3배 이상의 비용과 시간, 인력 투자를 요구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현재 북미의 비디오게임 개발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세스다.

그러나 이 같은 지나친 ‘코스트(비용투자)’가 게임 개발에 부하를 발생시키고, 전체 게임 개발에 차질을 빚게 마련이다. 그는 “그래픽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며, 게임 개발이 처한 현재의 고민과 방향을 털어놓았다.

“과거와 달리 게임 개발은 대형화 되어가고, 또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어요. 과거에 우리 세대는 일본의 게임을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 북미의 게임 개발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어요. 실제로 만난 일본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분발해달라, 힘을 더 내달라.’고 이야기 할 정도에요. 닌텐도의 캐주얼 게임들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비디오 게임은 더 이상 혁신적인 것을 내놓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이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라, 쉬지 마라, 그리고 개척하라

인터뷰에 앞서 김형태 팀장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능숙한 사람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말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그리는 것에 더 익숙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혼자서 그리는 일러스트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하는 게임 개발을 오랫동안 몸소 경험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서로 믿어’라고 이야기하면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평안을 가장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거죠. 자꾸 만나서 서로 의견이 달라서 소리가 나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싸움이 나더라도 대화가 있어야 잘못이 수정될 수 있어요.”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게임 아트 디렉터로서 김형태, 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고민하고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면, 조금이라고 옳다고 판단되는 방향을 향한채 손을 쉬지 마세요. 티비를 보면서도 그리고, 인터넷을 하면서도 그리세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부터 하세요. 아니면 가장 덜 하기 싫은 일부터 하세요.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아요. 쉬운 말이지만, 왕도는 없어요. 노력해 나가면서 그런 자신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 김형태 아트 디렉터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