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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열전] 간접체험의 재미를 극대화하다, 리듬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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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프로처럼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리듬 게임은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던진다. 노트를 칠 손가락과 컨트롤러만 있으면 누구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악기를 본 따 만든 컨트롤러로 리듬 게임을 하면 진짜 연주가가 된 듯한 기분이다. 게임의 강점 중 하나는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리듬 게임은 악기는 다루지 못하지만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게이머들의 열망을 충족시켜준다.

* 본 연재는 NHN과 제휴로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에 함께 게재 됩니다.

음악-컨트롤러-패턴, 리듬 게임 3요소가 갖춰지기까지

리듬 게임은 세 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연주할 ‘음악’과 플레이에 필요한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알아보기 쉽게 구성한 ‘패턴’이다.

패턴에 맞춰 음을 내는 게임은 1978년에 첫 등장했다. 미국 밀턴 브래들리(Milton Bradley) 사가 출시한 가정용 게임기 '사이먼'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색이 다른 버튼 4개에 불이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이후 불이 깜빡인 순서대로 버튼을 누르면 된다. 즉, ‘패턴대로 버튼을 누른다’는 방식에 높낮이가 다른 소리를 넣어 음을 낸다는 개념을 붙인 것이다.

가정용 게임기, 인텔리비전용 게임 '멜로디 블래스터(1987년)'는 노트를 처리하며 음악을 연주한다는 방식을 보여줬다. 화면 아래에 피아노 건반과 같은 UI가 깔리고, 위에는 누를 건반을 표시하는 노트가 배치됐다. 여기에 게임 전용으로 신디사이저가 함께 출시된 첫 게임이기도 하다.


▲ 삑삑대는 소리가 은근히 중독적인 ‘사이먼’ (사진출처: etsy.com)
▲ 피아노를 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멜로디 블래스터’ (사진출처: gamesdbase.com)

1987년에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등장했다. 발로 밟아 조작하는 닌텐도 파워 패드를 지원하는 패미컴 게임 '댄스 에어로빅'이 그 주인공이다. 패드를 밟아 음악을 연주하며 화면에 나온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한다는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 노래를 부른다’를 퍼즐 요소로 넣은 '타케시의 도전장(1986년)', 총을 쏘는 소리에 음계를 넣어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살린 '오톳키(1987년)' 등 다양한 작품이 출시됐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것 중 시장에서 히트를 친 작품은 없다. 세련된 음향으로 귀가 즐거운 음악을 들려줄 기기가 없었으며, 용량 부족으로 다양한 장르와 곡을 다루기도 힘들었다. 쉽게 말해, 음악이 메인인 게임을 만들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했다. 한계에 부딪친 리듬 게임은 1990년대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고품질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CD-ROM이 탑재된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1이 등장한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 1 타이틀 '파라파 더 래퍼(1996년)'는 리듬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선택한 노래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한다. 화면 상단에는 어떤 타이밍에 어떠한 버튼을 누르는지를 보여주는 노트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에 맞춰 캐릭터가 랩을 하며 노래를 완성한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화면에 나온 노트를 놓치지 않고 눌러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다. [파라파 더 래퍼]는 1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게임 속 캐릭터가 등장하는 TV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까지 했다. 즉, 리듬 게임의 시장성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 본격적인 리듬 게임의 장을 연 ‘파라파 더 래퍼’ (사진출처: gamesradar.com)

대전액션과 함께 오락실의 간판스타로 군림하다 : 비트매니아와 DDR

콘솔에서 꽃을 피운 리듬 게임은 오락실에서 첫 전성기를 맞이했다. 코나미의 음악게임 시리즈 ‘비마니(BEMANI)’의 시작인 '비트매니아(1997년)'가 그 선두에 섰다. 전문 음악인이 아니면 평소에 만져보기 어려운 턴테이블을 빼닮은 독특한 디자인은 음악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버튼별로 구분된 기다란 라인을 따라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노트를 박자에 맞춰 처리하며 연주한다. '비트매니아'는 건반형 리듬게임의 기본틀 및 UI를 정립했다.


▲ 턴테이블을 본 딴 컨트롤러가 인상적인 ‘비트매니아’ (사진출처: leganerd.com)

'비트매니아'는 게임을 하는 모습 자체가 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눈에 보이는 노트를 타이밍 맞게 누른다. 얼핏 보면 간단하지만 리듬 게임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장르에 속한다. 수많은 노트가 빠른 속도로 흘러가면 혼신의 힘을 다해 버튼을 두들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박자가 어긋나면 다음 노트까지 주르르 미스 판정이 이어진다. 비처럼 쏟아지는 노트를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감이 안 선다. 리듬 게임 고수 옆에 구경꾼이 몰리는 이유는 신기에 가까운 플레이가 저절로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첫 제품을 성공시킨 코나미는 ‘비마니’ 시리즈를 확장하며 다양한 신작을 쏟아냈다. 악기 모양을 빼다 박은 디자인을 앞세운 '기타프릭스(1998년)', '드럼매니아(1998년)', '키보드매니아(2000년)', 귀여운 모습 뒤에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숨긴 [팝픈뮤직(1998년)]도 인기를 끌었다. 악기를 본 따서 만든 전용 컨트롤러는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오락실만의 재미’를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리듬 게임은 대전액션게임을 밀어내고 1990년대 말, 오락실의 간판으로 자리했다.

비마니 라인업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게임은 발로 버튼을 밟으며 춤추듯이 즐기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1998년)'이다. '댄스 댄스 레볼루션'의 장점은 화면에 보이는 화살표를 발로 밟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으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이에 여성이나 청소년처럼 리듬 게임을 하지 않던 이용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 댄스 게임 열풍을 일으킨 ‘댄스 댄스 레볼루션’ (사진출처: ecievents.net)


일본에서 시작된 열기는 한국에도 이어졌다. 1,000만원 이상 가는 비싼 기기를 세트로 들여놓은 오락실을 쉬이 찾아볼 수 있었다. 방송에 비보이 기술까지 동원하며 현란하게 게임을 하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 장인이 출연하거나 연예인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언론에 비춰진 리듬 게임의 이미지는 젊은이들의 유행에 가까웠다.

'댄스 댄스 레볼루션'을 필두로 오락실에서 리듬 게임이 인기를 끌자 한국 개발사도 하나 둘씩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중 빛을 본 게임이 'EZ2DJ(1999년)', '펌프 잇 업(1999년)'이다. 두 게임은 '비트매니아'와 '댄스 댄스 레볼루션'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타이틀이다.

실제로 코나미는 'EZ2DJ'의 개발사, 어뮤즈월드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어 2007년에 승소한 바 있다. 아류작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음에도 두 게임이 인기를 끈 이유는 노래에 있다. 'EZ2DJ'는 한국 DJ가 직접 만든 믹싱곡, 자작곡에 대중가요까지 포섭했다. '펌프 잇 업' 역시 당대 인기 가요에 흥을 돋우는 독자적인 ‘족보(노래에 붙은 발 움직임 패턴)’를 붙여 붐업에 성공했다.


▲ 오락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EZ2DJ’와 ‘펌프 잇 업 (사진출처: xrea.com, blogspot.kr)

리듬 게임이 호황을 이루던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오락실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성기였다. 아케이드 리듬 게임은 일본에서 먼저 가라앉았다. 색다른 게임성을 보여주는 신작은 적고, 기존작은 난이도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으며 매니아가 아니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 됐다.

여기에 한국 오락실에는 시대적인 어려움이 겹쳤다. IMF 이후 일어난 창업붐의 중심에 있었던 PC방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디아블로' 등 초창기 대표작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트랜드가 온라인게임으로 급격하게 넘어간 것이다. 리듬 게임을 대체할 킬러 콘텐츠가 없는 와중에 PC방 열풍에까지 휩쓸린 한국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2006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건에 직격타를 맞으며 소멸 직전에 몰렸다.

오락실이 아닌 집에서도 즐긴다 : 콘솔 리듬 게임의 발전

콘솔과 온라인에서도 아케이드와 별개로 리듬 게임이 발전했다. '스페이스 채널 5(1999년)'와 '비브 리본(1999년)'은 리듬 게임을 다른 장르와 결합해 독특한 게임성을 보여줬다. '스페이스 채널 5'는 주인공의 연주와 춤이 곧 공격이 된다. 버튼에 배정된 노래와 춤을 액션게임의 '약 공격', '강 공격' 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인류를 위협하는 외계인을 무찌르는 초보 리포터'라는 시나리오를 붙여 진행하는 재미를 살렸다.


▲ 음악과 액션을 결합한 대담한 게임성을 선보인 ‘스페이스 채널 5’ (사진출처: gamelitist.com)

'비브 리본'은 간결함을 무기로 삼았다. 주인공과 스테이지를 비롯한 게임 속 모든 요소가 하얀 선으로 그려진다. 직선으로 뻗은 선 위에는 원이나 지그재그 모양의 트랙과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배치된다. 플레이어가 할 일은 트랙 모양 및 장애물이 앞으로 다가오면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눌러야 할 버튼 종류도 각기 다르며 제각각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장애물을 넘는 과정에서 특유의 박자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으로 트랙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끌었다.


▲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한 ‘비브 리본’ (사진출처: denofgeek.com)

'스페이스 채널 5'의 제작자 미즈구치 테츠야는 게임과 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접점을 끊임 없이 찾아 다녔다. '레즈(2001년)'는 리듬 게임과 슈팅을 결합했다. 진행에 따라 바뀌는 배경음악에 주인공이 에너지를 발사하는 소리를 얹어 '하모니'를 완성했다. 즉, 게임 안에서 쏘는 포 하나하나가 모여 음악이 되는 식이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루미네스(2004년)'는 두 종류의 블록을 조합해 정사각형을 만든다는 퍼즐 요소에 다채로운 효과음을 붙여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을 살렸다.


▲ 독창적인 게임성으로 눈길을 끈 ‘레즈’와 ‘루미네스’ (사진출처: gaygamer.net, torrentsnack.com)

NDS용 게임 '오쓰! 싸워라! 응원단(2005년)'과 Wii로 출시된 '리듬천국(2006년)'은 박자를 치는데 집중한 간단한 게임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리듬천국'은 박자를 일상에 녹여 친근한 느낌을 강조했다. 골프공 치기, 나사 조이기, 포크로 콩 찍어 먹기 등 간단한 소재에 상황에 따라 버튼을 짧게 혹은 길게 누르는 타이밍을 넣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박자감을 완성해낸 것이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본연의 재미에 충실한 게임도 속속들이 출시됐다. 소닉 개발팀의 제작한 리듬 게임 '삼바 디 아미고(1999년)'는 2인 플레이를 지원했으며 마카리나를 본 딴 전용 컨트롤러가 딸려 왔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브라보 뮤직(2001년)'과 마이크로 직접 노래를 부르며 게임을 하는 '싱스타(2004년)'도 대표적인 타이틀로 손꼽힌다.


▲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는 박자감 ‘리듬천국’ (사진출처: kakaku.k-img.com)

동양을 넘어 서양에도 리듬 게임 붐이 불었다. 하모닉스의 첫 작품 '프리퀸시(2001년)'는 신디사이저, 보컬, 드럼, 베이스 중 원하는 악기를 골라서 연주할 수 있었다. 이어서 세상의 빛을 본 '기타 히어로(2005년)'와 '락 밴드(2008년)'를 바탕으로 '리듬 게임'이 영향력 있는 장르로 떠올랐다.

성공비결은 음악이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락 음악을 대거 배치해 유저들의 귀를 만족시킨 것이다. '비틀즈', '그린데이' 등 유명 밴드 음악까지 동원하며 음악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서양 시장에서 리듬 게임은 2009년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기타 히어로 5'와 '비틀즈: 락 밴드'는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팝 음악을 다룬 '밴드 히어로', '레고'를 도입한 '레고 락 밴드' 등,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 서양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기타 히어로’ (사진출처: blog.codinghorror.com)
▲ 그린데이와 함께 한 ‘락밴드’ (사진출처: bit-tech.net)

한국,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온라인 리듬게임이 대세를 이뤘다. '보스홀(1999년)'은 온라인으로 음악을 공유하고, 키보드로 비트를 치며 멜로디를 완성하는 온라인 건반형 리듬게임의 틀을 정립했다. '보스홀'을 필두로 '오투잼', 'DJ MAX', '팝스테이지', '아스트로레인저', '밴드마스터', '크레이지 레인' 등, 다양한 타이틀이 출시되며 시장을 풍성하게 했다.

건반형 외에도 '오디션'처럼 춤을 즐기며 다른 유저들과 만나는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댄스 게임과 레이싱과 리듬 게임을 결합한 '알투비트'와 같은 타이틀도 등장했다. 이 중 'DJ MAX'는 온라인을 넘어 PSP, 아케이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며 높은 인지도를 과시했으며, '오디션'과 '알투비트'는 간결한 게임성과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여성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 온라인을 넘어 콘솔과 아케이드에도 진출한 ‘DJ MAX’ (사진출처: 게임메카)
▲ 춤으로 다른 유저와 대결한다는 콘셉을 앞세운 ‘클럽 오디션’ (사진출처: 게임메카)

그러나 콘솔과 온라인에서도 리듬 게임은 비주류에 머물렀다. 가장 큰 문제는 진입장벽이다. '게임으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콘셉이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반복되는 진행에 흥미를 잃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같은 패턴에 지루해하는 유저들의 주위를 환기시키는 방법은 끊임 없이 새로운 곡과 패턴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 타깃층인 상위 유저의 입맛에 맞는 어려운 패턴과 곡이 중심을 이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초급자들이 소외됐다. 새로운 이용자가 없는 게임은 도태된다. 이 법칙은 장르에도 마찬가지로 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높은 난이도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숙명으로 인해 리듬 게임은 뉴비 유입이 없는 '매니아들의 리그'가 되고 말았다.

신작이 자리잡기 유달리 어려운 장르기도 하다. RPG나 FPS,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RTS마저도 오랫동안 그 장르를 해온 유저라면 옛날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게임을 좀 더 빨리 배우곤 한다. 그러나 리듬 게임에는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게임이 바뀌면 낯선 감각에 적응하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에 비해 시간이 배 이상 걸린다. 다시 말해 ‘옛날 경험’이 새 게임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다양한 작품이 등장한 건반형 리듬게임의 경우, 전에 하던 버릇이 손에 남아 다른 의미의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리듬 게임은 음악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느냐, 없느냐’가 게임을 고르는 기준이 됐다. 코나미의 ‘비마니’ 시리즈가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노래가 여러 게임에 연동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비트매니아'에서 하던 노래를 ‘비마니’ 라인업의 다른 타이틀 '유비트'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귀가 예민한 리듬 게임 매니아들에게 ‘익숙한 노래’는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타이틀에 유저들이 이동하지 않고 기존작에 눌러 앉는 현상이 심화됐다.

모션 컨트롤러와 스마트폰, 체감형 리듬 게임 떠오르다

고난이도와 신작에 둔감한 시장, 두 가지 이유로 침체에 빠진 리듬 게임은 대중화와 체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기존작이 ‘음악을 시뮬레이션 한다’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음악을 체험한다’에 무게를 실은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태고의 달인(2001년)'은 북처럼 생긴 게임기를 둥둥 두드리며 박자를 치는 간결한 게임성에 귀여운 캐릭터와 현지인에게 친숙한 음악을 붙였다.


▲ 양손에 채를 들고 북을 두들기며 즐기는 ‘태고의 달인’ (사진출처: amiami.jp)

현재 오락실에서도 ‘체감형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음악에 맞춰 투명한 버튼에 그림이 차오르고, 꽉 찬 것부터 순서대로 두들기는 '유비트(2008년)', 트랙을 질주하는 듯한 속도감이 묘미인 '사운드 볼텍스(2011년)', 커다란 캐릭터를 전면에 세워 보는 맛을 살린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2009년)', 버튼 2개를 손으로 치거나 돌리며 즐기는 색다른 조작에 화려한 시각효과로 보는 맛을 더한 '그루브 코스터 AC(2013년)'가 대표작이다.


▲ 한국 오락실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비트’ (사진출처: bmsm.net)

콘솔 리듬 게임 역시 모션 컨트롤러를 토대로 체감형 게임이 떠올랐다. 모션 컨트롤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댄스 게임이다. 몸을 움직인다는 모션 컨트롤러의 특성과 춤을 추며 게임을 즐긴다는 댄스 게임의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2009년에 출시된 '저스트 댄스'는 Wii의 모션 컨트롤러를 들고 화면에 나온 움직임을 따라 하며 춤을 추는 콘셉으로 새로운 감각은 더하고, 진입장벽은 낮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기타 히어로', '락 밴드'를 세상에 내놓은 하모닉스 역시 키넥트를 활용한 '댄스 센트럴(2010년)'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었다. 컨트롤러 없이 몸 자체를 움직이는 키넥트는 댄스게임과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댄스 센트럴'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1년 8월 기준 250만 장에 달했다. 실제 악기를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도 눈길을 끌었다. 전용 기타도 함께 출시된 '파워 기그: 라이즈 오브 더 식스스트링(2010년)', '락스미스(2011년)'가 대표작이다.


▲ 모션 컨트롤러와 댄스 게임의 만남 ‘저스트 댄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 게임으로 기타를 배울 수 있다, ‘락스미스’ (사진출처: rocksmith.ubi.com)

모바일 리듬게임 역시 스마트폰이 나오며 격변을 맞이했다. 피처폰 시절에도 키패드로 즐기는 게임이 나왔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키패드로는 악기를 연주한다는 타격감을 살리기 어려웠고, 음을 풍부하게 표현할 기술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스마트폰이 나오며 해소된 것이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는 직관적인 조작법은 손맛을 살림과 동시에 진입장벽을 낮췄다. MP3를 대체할 정도로 음질이 향상된 점 역시 호재로 통했다.

스마트폰 리듬게임 초창기를 대표하는 '탭 탭 리벤지'는 2008년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게임으로 기록됐다. ‘탭 탭’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0만 회로,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기네스북에 ‘가장 인기 있는 아이폰 게임 시리즈’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한국에서도 '탭소닉(2012년)'을 비롯한 다양한 타이틀이 출시됐다. 메인을 이루는 건반형 게임 외에도 잔잔한 시나리오와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내세운 '디모(2013년)', 액션과 리듬 게임을 조합한 '매드 아콘(2012년)' 등 독자적인 특색을 내세운 타이틀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 아이폰 리듬 게임 대표작 ‘탭 탭 리벤지’ (사진출처: appsa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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