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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뜨거] 유저DB 볼모 되는 퍼블리셔와 개발사 갈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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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뜨거]는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게임계 이슈를 누구나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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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게이머의 흥겨운 놀이터이자 사교의 장으로 사랑 받아온 온라인 댄스게임 ‘오디션’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인기가 무색하게도 ‘오디션’ 10살 생일잔치에는 성대한 이벤트도, 푸짐한 경품도 찾아볼 수 없는데요. 대신 유저들의 소중한 정보를 사이에 둔 개발사와 퍼블리셔간의 불화만이 남았습니다.

현재 ‘오디션’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이하 티쓰리)와 퍼블리셔 와이디온라인(이하 와이디)은 서로의 입장을 강변하며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요.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온 양사가 공식적으로 갈라선 것은 지난 5월, 티쓰리가 ‘오디션’을 독자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지난 10년간 축적된 유저들의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 이관을 놓고 갈등이 촉발됐는데요. 간략히 말해서 와이디는 유저DB에 합당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것이고, 티쓰리는 그 돈 못 주겠다는 것이죠.


▲ 오디션 1억 3천 만 유저 DB의 향방은? (사진제공: 와이디온라인)

지난 19일에는 티쓰리가 서울지방법원에 '오디션' 개발서버(VPN) 접속방해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싸움터를 법정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와이디가 7월경부터 고의로 개발자의 서버 접속을 차단함으로써 업데이트 및 오류 수정, 민원 해결 등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이에 와이디는 통상적으로 퍼블리셔만이 VPN 접속 권한을 갖는 것이 온당하며, 현재는 개발자의 어뷰징 행위를 감사 중이라 차단을 풀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얘기가 되어버렸는데요. 양사의 공방은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되고 있기에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긴 어렵습니다. 사실 VPN 접속 제한으로 인한 법정싸움은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갈등이라는 큰 그림의 편린일 뿐이죠. 여기서는 이 큰 그림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어떻게 만나고 왜 헤어지는가


▲ 오디션의 개발사 티쓰리(좌)와 퍼블리셔 와이디(우)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일종의 공생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는 콘텐츠 생산에 전념하고, 이를 홍보하고 운영하는 업무는 퍼블리셔가 전담하는데요. 게임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양사가 계약사항에 따라 사이 좋게 나눠 갖습니다. 성공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태만하지 않고 밀접하게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죠.

티쓰리와 와이디 또한 견고한 협력체계 속에서 ‘오디션’을 이끌어왔습니다. 티쓰리는 지난 2005년 9월, 와이디의 전신 예당온라인과 ‘오디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후 2010년 한차례 계약을 연장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오는 9월 30일 계약 종료를 앞두고 티쓰리는 와이디와 관계를 지속하는 대신 자체 서비스라는 강수를 두었죠. 이에 따라 와이디는 ‘오디션’ 국내외 서비스 일체를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결별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업무 공조 과정에서 서로에게 불만이 쌓여 폭발하는 경우인데요. 퍼블리셔 입장에선 콘텐츠 생산이 원활치 않거나, 반대로 개발사가 보기에 마케팅이 너무 부실한 거죠. 이번에 티쓰리가 내세운 명분도 와이디가 맡은바 역할을 소홀이 했다는 겁니다. 현재 ‘오디션’은 서비스 10주년을 맞았음에도 관련 이벤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의 흥행여부에 따라서도 계약 유지 여부가 좌우지됩니다. 흥행이 너무 저조해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퍼블리셔가 재계약을 포기하기 마련이죠. 반면에 흥행이 너무 잘 될 경우, 개발사가 ‘견물생심’ 더 좋은 조건의 퍼블리셔로 이동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결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이번 사안에 대입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볼모로 붙잡힌 유저 데이터베이스(DB)


▲ 유저 DB 이관을 놓고 홍역을 치렀던 게임들
스페셜포스(좌), 서든어택(중), 크로스파이어(우)

어떤 방식으로든 게임의 서비스 주체가 바뀌면 그간 축적된 유저 DB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온라인게임에서 그간 유저들이 쌓아 올린 모든 것, 즉 수많은 캐릭터 및 디지털 재화에 대한 정보는 천금에 비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만일 새로운 서비스 주체가 유저 DB를 계승하지 못한다면 차후 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받기 마련이죠. 하루 아침에 게임에서 이룩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유저들의 피해는 추산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퍼블리셔와 개발사간 협상 테이블에서 유저 DB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입니다. 게임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개발사의 소유지만, 이를 서비스하며 다년간 유저 DB를 축적한 것은 분명 퍼블리셔니까요. 실제로 퍼블리셔가 재계약의 볼모로 유저 DB를 내세우는 일이 과거 몇 차례나 있어왔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네오위즈게임즈가 드래곤플라이와 ‘스페셜포스’ 재계약이 결렬되자 유저 DB를 총구 앞에 세웠습니다. 결국 양사는 협상을 통해 계약을 이어나가기로 합의했지만 유저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죠. 2011년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이 ‘서든어택’을 놓고 대치할 때도, 이듬해 스마일게이트와 네오위즈게임즈가 벌인 ‘크로스파이어’ 진흙탕 싸움에서도 쟁점은 언제나 유저 DB였습니다. 이 강력한 협상카드 때문에 다들 재계약 혹은 공동서비스 수순을 밞으며 서둘러 문제를 봉합했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티쓰리와 와이디의 엇갈린 주장


▲ "유저 DB 이관 시 대가 지불에 대해 계약서에 명시돼있다"

티쓰리와 와이디의 1차 계약 연장 시점은 ‘스페셜포스’ 재계약 사태로부터 3년이나 지난 2010년입니다. 과연 양사는 네오위즈게임즈와 드래곤플아이의 갈등을 보면서도 아무런 계약 조건을 추가하지 않았을까요? 과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고객님’이어야 할 유저들은 매번 ‘볼모’로 끌려 나와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와이디는 계약서 상에 유저 DB는 공동 소유이며, ‘한쪽이 서비스를 해제할 경우 상대방에게 유저 DB에 대한 일정 대가를 합의하에 지불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먼저 ‘오디션’ 서비스에서 물러서는 와이디가 티쓰리로부터 적정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다만 이 ‘적정한’이 어느 정도 금액을 말하는지는 양사가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는 한 쉽사리 알기 어렵습니다. 보통 계약서는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와이디는 중국 현지 퍼블리셔와 접촉해 해외 유저 DB를 확보하려는 티쓰리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는데요. 중국 현지 퍼블리셔는 계약기간 종료 시 ‘오디션’ 상표권과 DB를 와이디에 반납하도록 되어있어 타사가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겁니다. 만일 티쓰리가 이를 무시하고 중국 퍼블리셔와 함께 현지 서비스를 지속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죠.


▲ "그간 서비스를 방기해놓고 계약종료를 앞두고 상도의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오디션’은 현재 중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30%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유저 DB까지 놓치는 것은 티쓰리로써도 감내하기 어려울 텐데요. 그러나 티쓰리의 주장은 와이디와 전혀 다릅니다. 재계약을 하지 않는 주된 사유는 와이디가 지난 3년간 ‘오디션’ 마케팅을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양사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합의했었다는 겁니다.

티쓰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는 9월 계약 해지를 마치 ‘독립기념일처럼’ 숨죽여 기다려왔답니다. 자체 서비스를 통해 방치되어온 유저들과 직접 만나 그간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거죠. 그러나 당초 선선히 이관 협조를 약속했던 와이디가 점차 연락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갑작스레 유저 DB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24일 현재, 티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재차 발표했습니다. ‘그간 ‘오디션’ 서비스를 방기한 와이디가 계약종료를 앞두고 상도의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감정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계약과 법을 준수하라는 와이디의 전언에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고 소송을 전개하겠다며 맞붙을 놓았습니다.

‘오디션’ 1억 3천 만 유저들의 DB가 아닌 추억의 가치


▲ 양사의 사사로운 이해 관계 때문에 유저들의 소중한 추억이 희생되지 않길...

티쓰리와 와이디 모두 법의 심판을 따르겠다며 한치도 물러섬도 없습니다. 정말 와이디의 주장대로 모든 것이 계약서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을까요? 티쓰리는 와이디가 수년간 배임을 일삼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은 법정에서 관련 자료가 공개되기 전까진 어두운 베일 속에 가려져있습니다.

양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오디션’을 지지해준 유저들입니다. 기업들의 사사로운 이해 관계 때문에 오랜 세월 쌓여온 유저들의 소중한 추억이 희생돼서는 안됩니다. 티쓰리와 와이디 둘 중 어느 쪽이 도의적, 법적 승자가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사태가 어떠 국면으로 치닫더라도 유저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오디션’ 서비스 이관까지 앞으로 한달, 전세계 1억 3천 만 유저들의 DB가 아닌 추억의 가치를 재고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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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오디션 2015. 10. 01
플랫폼
온라인
장르
리듬액션
제작사
T3엔터테인먼트
게임소개
'클럽 오디션'은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만 사용하는 간단한 조작으로 다양한 댄스를 즐길 수 있는 리듬 액션 게임이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노래부터 최신 인기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원음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이에 맞...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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