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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게임성 보고 선택했어요 ‘둥지짓는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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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2015년의 마지막이 다가왔습니다. 현실 이성과 한 해 회포를 푸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래도 미소녀메카 코너 특성상 모니터 속 여자친구와 함께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적 적적함이야 달래집니다만 컴퓨터 본체의 발열로 옆구리 시림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죠. 역시 인간의 온기가 필요하기 마련…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솔직히 이성 친구 섭외는 무리겠지만, 가까운 동성 친구에게 당당하게 소개해 줄 수 있는 ‘메이저’ 미소녀게임을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미소녀게임은 게임 해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타이틀 ‘둥지짓는 드래곤’입니다. 미소녀게임으로써의 요소는 다 갖췄지만, 본디 미소녀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기에도 괜찮은 작품이죠. 오타쿠나 변태 등으로 오해받지 않고 ‘게임성’ 때문에 했다고도 둘러대기 좋은, 그런 타이틀입니다.

아, 물론 19세 이상만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입니다. 므흣한 장면이 다수 등장해 청소년들은 플레이하실 수 없습니다. 기사에는 그런 내용과 이미지는 넣지 않았습니다.



무명 회사를 메이저로 끌어올린 ‘둥지짓는 드래곤’

보통 미소녀게임은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중시한, 선택형 비주얼 노벨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히로인의 반응과 시나리오 전개를 즐기는 형태죠. 앞서 미소녀메카에서 소개한 작품들도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타이틀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둥지짓는 드래곤’은 미소녀게임치고는 좀 특이한 작품입니다. 허약한 남자 드래곤이 주인공인데요, 여러 국가를 침공해 공물을 얻고 자신의 영역을 외부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과의 연애담도 펼쳐지고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디펜스와 RPG를 결합한 게임에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양념을 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처음에는 텅텅 비어 있는 둥지 짓기 화면
디펜스게임 UI와 비슷합니다

게임 자체만 보자면 ‘던전 키퍼’나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같은 디펜스류에 가깝습니다. 미소녀게임과 디펜스 조합이다 보니 좀 생소한데요,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이 게임은 마이너 제작사였던 ‘소프트하우스 캬라’를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했죠.

소프트하우스 캬라는 1회차 후에도 다시 게임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파고들 만한 콘텐츠’를 미소녀게임에 꾸준히 접목해온 회사입니다. 일본어로는 ‘야리코미(やり込み)’라고 하죠. ‘둥지짓는 드래곤’ 전에는 ‘레벨 저스티스’, 그 이후에는 ‘그린스발의 숲 속’, ‘왕적’, ‘버니블랙’ 시리즈 등을 출시했습니다. 2000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미소녀게임만 만들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참 대단한 회사이기도… 

미소녀게임의 탈을 쓴 디펜스게임?

‘둥지짓는 드래곤’의 주인공은 허약한 혼혈종 드래곤, ‘블러드 라인’입니다. 드래곤 중에서 거의 최약체로 분류될 만큼 소심하고 약해서, 주변 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둥지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초식남이죠. 그런데 약혼녀가 많이 무섭습니다. 게임의 주요 히로인이자 고대 용족 중 최강의 용 ‘류미스벨륜(이하 류미스)’와 백년가약을 해야 할 운명에 놓인 겁니다.

약혼녀 류미스는 난데없이 주인공의 둥지를 찾아와 명령을 합니다.

“둥지는 크게 재보는 많이. 그리고 인간 상대라면 용서해 줄 테니까 잠자리 기술 연습도 빼먹지 말고, 기한은 1년. 만약 나한테 치욕을 줬다가는 ….죽일 테니까"


▲ 이런 분이 집을 장만하라고 하십니다
까라면 까야...

참으로 간략하고 명확한 미션 전달입니다. 1년 안에 약혼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둥지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험하게 생긴 거죠. 다른 장르의 게임이라면 주인공의 능력치를 키우고 약혼녀와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면 되겠습니다만… 미소녀게임이잖습니까. 공략해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근사한 둥지를 지어야 합니다.

멋진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드래곤이라 마을에 방문해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주변 국가를 침략해서 피해를 입히고, 각 국가의 수장으로부터 공물을 받아 재력을 충당해야 합니다. 서양 판타지를 보면 용들이 갑자기 마을을 덮쳐서 보물을 빼앗아가는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주인공도 그런 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겁니다.

주인공은 설정상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혼혈 드래곤이라 국가 상황에 따라 다른 속성 카드를 선택해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침공 수준을 잘 판단해야 합니다. 피해를 너무 적게 주면 보상이 적고, 마을을 아예 박살 내버리면 ‘악명도’가 늘어나, 주인공이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을 지닌 용사가 둥지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 둥지에는 다양한 용사들이 파티를 맺고 쳐들어옵니다

둥지에 찾아오는 용사들은 각종 몬스터와 함정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둥지의 보물 방까지 가는 길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야만 어렵게 모은 보물을 뺏기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용사들을 잘 막고, 포로로 잡으면 배상금 교환도 가능하죠.

여기서 용사들을 수월히 막아 포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몬스터들을 잘 배치해야 합니다. 처음에야 오합지졸로도 용사를 내쫓을 수 있지만, 주인공의 재산과 악명도가 쌓여감에 따라 용사들도 강해지죠. 더 강한 몬스터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일정 재력을 달성하거나 소유 골드 뒷자리가 ‘77’로 끝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 상위 몬스터를 소환하고 나면 2회차 플레이부터 데이터 승계가 가능합니다.


▲ 이렇게 카드 능력치에 따라 몬스터의 강력함이 결정됩니다

미소녀게임 본분에도 충실하다

사실 앞선 설명만 보면 ‘둥지짓는 드래곤’이 미소녀게임인지, 디펜스게임인지 헷갈릴 정도인데요. 미소녀게임의 본래 목적에도 충실합니다. 왕녀에 제물이 된 수인족, 마도사, 심지어 남자 드래곤(!!!)까지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지천에 깔렸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주인공 둥지에 사는 인물들은 아니고, 여러 루트를 통해 공략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자동 이벤트로 등장하는 ‘유메 사이온’과 ‘류미스’를 제외하면 둥지에 쳐들어온 용사를 포획하거나, 침략한 국가에서 공물로 바친 제물과 왕녀 등으로 만나게 되죠.


▲ 유메 사이온: 주인공이 나타나자, 산 제물로 바쳐진 비운의 수인족. 정확히는 산 제물로 바쳐진 척을 한 후 주인공을 쓰러트리는게 목적이다. 온순하고 가정적인 캐릭터로, 그만큼 공략하기 쉽지만 엔딩에서의 포스는 남다르다



▲ 페이 루란젤 헬톤: 파문기사인 아버지의 명예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의 둥지에 침입한 여기사, ‘백치’ 속성이다. 포획한 후에는 둥지를 지키게 할 수 있고, 불사 속성이 있다 보니 가장 잘 죽는 위치에 탱커로 두는 경우가 많다. 엔딩부터 시작해서 고기 방패, 세컨드 히로인 임에도 약한 인상이라 아쉬운 캐릭터




▲ 리 루크루 엘브워드: 주인공에게 보쌈당한 어느 왕국의 제1 왕녀. 왕녀답게 강하고 도도한 성격으로, 주인공이 가장 무서워 하는 류미스와 성격이 비슷하다. 왕녀치고 너무 말을 험하게 하는 편인데, 가장 진취적인 성향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 두에르나: 최강의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마도사. 용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심을 가지고 있으며, 용을 3마리 이상 사냥했다고 알려져 있어 수배된 상태. 어마무시하게 강하다보니 1회차 플레이에는 포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류미스 벨룬: 게임 세계관 상 단 2마리만 남아있는 순수 혈통의 고대 용족 중, 최강을 자랑하는 여성. 주인공이 둥지를 짓게 만드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츤데레 계열이지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폭군같을 때도 종종 있다. 진 히로인 격의 인물이지만, 제작진의 미움을 받은 것인지, 패키지 타이틀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 쿠: 마족 회사 ‘균규스카 상회’에서 파견된 메이드 일행의 지휘관. 간단하게 생각하면 집사. 주인공을 보필함과 동시에 감시하는데, 단순 안내역 NPC라고 하기엔 은근히 모에 포인트가 많다



▲ 메이드: 마족 회사 ‘균규스카 상회’에서 파견된 메이드로, 어디까지나 엑스트라. 클리어 조건의 괴랄함에 비해서, 엔딩은 특별하지 않은 편



▲ 류벨마이트: 주인공의 친구역이자, 류미스의 남동생. 용족 최강의 남성이고, 류미스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용족. 류미스의 심부름으로 한마디씩 툭툭 내뱉고 가는 정도로만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과의 엔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비중있는 캐릭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메이저’ 미소녀게임

‘둥지짓는 드래곤’은 연애 시뮬레이션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은 게임입니다. 여러모로 가볍고 유쾌한 연출이 많습니다만, 세계관을 곰곰히 뜯어보다 보면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다른 타이틀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앞서 언급된 ‘그린스발의 숲 속’, ‘왕적’ 등의 세계관 설정이 다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게임 내에 나오는 용족들에 얽힌 비화나, 국가, 마법 체계 등이 얽혀있어 캐릭터의 대사를 통해서 숨겨진 설정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물론 서비스 컷도 풍부합니다

그래서 미소녀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소개해 볼 법한 타이틀로 꼽았습니다. ‘둥지짓는 드래곤’으로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미소녀게임에 입문(!)하시는 분들도 제법 됩니다. 쓸쓸한 연말, ‘둥지짓는 드래곤’을 계기로 같은 취미를 가진 동성 친구와 도란도란 게임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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