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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는 인디 게임 탄생의 비결은 '쳐내고 뒤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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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 워 오브 마인' 개발사 11 비트 스튜디오 미할 도브스키 디렉터

여기 소재도, 타깃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두 게임이 있다. 하나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거지 키우기', 또 하나는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민간인의 삶을 다룬 '디스 워 오브 마인'이다. 두 게임은 '인디 게임'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지만, 작법에는 의외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 노하우를 NDC 16을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27일에는 마나바바 이동수 이사가 자사의 대표작 '거지 키우기' 개발 및 출시 과정을 소개했다. 28일에는 '디스 워 오브 마인'을 제작한 폴란드 게임 개발사 11 비트 스튜디오 미할 도브스키 디렉터와 쉐믹 마르사유 아트 디렉터가 자사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개발사가 강조한 점은 '확실한 포인트'를 잡으라는 것이다. 인력도, 자본도, 리소스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인디 게임'에 있어 게임을 관통하는 '확실한 주제'를 잡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주제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쳐내야 날카로운 개성이 살아 있는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나바바 이동수 이사는 "거지 키우기는 '거지가 돈을 벌어 성공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 하나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한 게임은 '단순함'이다. 재미있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에 모바일게임에 맞는 간단한 조합, 튜토리얼이 없어도 될 정도로 쉬운 게임, 스토리를 전하는 재미있는 카툰 등이 있다"라며 "좋은 그래픽에 풍부한 리소스,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디에게는 한계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여기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동수 이사는 '확실한 주제 잡기'를 강조했다


▲ '거지를 키운다'는 웃기면서도 가벼운 소재는 무엇보다 '입소문 타기'에 큰 영향을 줬다
해당 화면은 'EXO' 찬열이 '거지 키우기'를 즐겨한다는 소식을 본 팬이 남긴 리뷰

11 비트 스튜디오 미할 도브스키 디렉터 역시 "디스 워 오브 마인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전쟁 속에 살아가는 민간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보자'는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후 주목한 것은 단 하나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며, 매 순간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다"라며 "개발자들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계속 뭔가를 이것저것 넣어보는 것이다. 이 경우 일단 자본과 시간, 인력에 한계가 오며 너무 다양한 것이 들어가면 핵심이 흐려진다"고 강조했다.


▲ 게임 주제와 이를 표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정하고 가야 한다

공식을 뒤집어라, 게임 흥행 규칙 깨부수기

두 게임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규칙 뒤집기'다. 게임 시장에서 주요 흥행 요소로 손꼽히는 것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나바바 이동수 이사는 "거지 키우기는 모든 요소를 뒤집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그림은 대표님이 마우스로 직접 그린 것이며 효과음으로 대표님의 신음소리를 많이 넣었다. 배경음악도 따로 없고, 나오는 소리는 깡통에 부딪치는 동전 소리 뿐이다. 시나리오 역시 즉석 대본에 '병맛' 코드를 가득 넣었다"라고 말했다.

마나바바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게임의 주제가 '간단함'이었기 때문이다. '레이븐' 같은 진지한 RPG가 아니라 플래시게임과 같은 단순한 재미에 집중했기에 무거운 겉치레는 과감하게 버렸다. 다소 엉성한 그림에 촌스러운 아이콘이 '거지를 키워보자'는 황당한 주제와 만나 군더더기 없는 게임으로 완성된 것이다.


▲ 눈이 튀어나오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는 손그림은 가벼움을 추구한 '거지 키우기'의 방향성에 맞았다

'디스 워 오브 마인' 역시 기존 시장 규칙을 완전히 뒤집었다. 보통 전쟁이라 하면 '군인'을 주인공으로 전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 많았다. 11 비트 스튜디오는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 전투가 아니라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이 주제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은 생략해 플레이어가 '주제'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도브스키 디렉터는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장르, 슈퍼히어로, 스킬, 레벨업까지 모든 것이 없다. 민간인은 군인과 달리 전쟁 중 싸우지 않으며, 특별한 전투 스킬도 없다. 여기에 결정 역시 '네' 혹은 '아니오'로 간결하게 답할 수 있도록 했다. 전쟁 중 모든 의사결정은 빠르게 이뤄진다. 보호소 밖에서 '군인에게 쫓기고 있으니 문을 열어달라'며 노크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의 목숨은 문을 열지, 말지를 고민하는 '몇 초'에 달려 있다. 즉,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결정 과정을 간결하게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 가이드라인에 따라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된다

마르사유 아트 디렉터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기에 직원들의 사진을 직접 찍어 게임 속에 넣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메이크업 없이 평소 모습을 있는 그대로 촬영했다. 여기에 게임 속 배경도 회사 주변을 촬영한 리소스를 활용했다"라며 "여기에 UI에는 캐릭터를 폴라노이드 사진에 넣어서 보여주는 것처럼 기존에 잘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넣어 차별화를 더했다"라고 말했다. 최신 기술, 더 비싼 엔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게임이 필요한 것'은 넣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제하는 선택과 집중이 인디 게임 제작에는 필요하다.


▲ 11 비트 스튜디오 쉐믹 마르사유 아트 디렉터


▲ 직원의 얼굴을 찍은 사진과


▲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아 리소스로 활용했다


▲ 캐릭터 움직임은 '키넥트'를 사용해 따냈다


▲ 아트에는 명확한 흑백 대비와 펜으로 그린 듯한 '스케치 쉐이더'를 활용했다


▲ 폴라로이드 사진 같은 UI는 현장감을 높여준다

처음부터 완벽한 게임을 목표로 하지 말아라, 프로토타입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두 개발사가 강조한 것은 프로토타입이다. 시작부터 '완벽한 게임'을 목표로 하지 말고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그 뒤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며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마나바바 이동수 이사는 "너무 완벽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거지 키우기'는 유저와 함께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고치는 과정이다. 유저의 불만과 지적에 해명과 반박이 아니라 무조건 사과하고 이를 고치는 데만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 변명보다는 빠른 사과와 수정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11 비트 스튜디오 마르사유 아트 디렉터 역시 "프로토타입 제작은 반드시 필요하다. 완성작이 아니라 작품 주제에 부합한 프로토타입을 일단 완성시켜라. 이후 프로토타이블 살펴보거나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문제점을 찾았다면 이를 고친 후 다시 한 번 게임을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어느새 게임은 완성에 도달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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