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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팬아트, 알쏭달쏭한 2차 창작물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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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커뮤니티에서 게임 팬아트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우선 국내 인디 게임 중 ‘사망여각’이라는 게임이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소재로 그린 팬아트가 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팬아트를 본 개발자는 이 그림을 공식 카페에 올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팬아트를 그린 사람의 지인이 동의 없이 외부에 작품을 공개하는 것은 2차 창작물을 그린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며 파장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두 가지다. 게임 팬아트에도 저작권이 있나. 그리고 게임 개발자 역시 팬아트를 다른 곳에 공개할 때 그림을 그린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게임메카는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 변호사 (사진제공: 법무법인 민후)

2차 창작물에도 독립적인 저작권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을 소재로 탄생한 2차 창작물에도 독립적인 저작권이 있다. 김 변호사는 “2차 창작물은 원 저작물과 별도로 독립적인 저작권을 가진다. 다만 2차 창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만든 사람만의 창의성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2등신 캐릭터를 8등신으로 바꾸어 그리는 것은 본래 없던 새로운 표현이라 2차 창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캐릭터를 똑같이 그리거나, 단순히 색만 바꾼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기보다 반복노동에 가깝다. 2차 창작물이 아닌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김경환 변호사는 “저작권에는 상품을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복제권’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원 저작권을 그대로 베껴놓은 작품은 창의성이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2차 창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 '큐라레'와 '괴리성밀리언아서' 합동으로 진행된 팬아트 공모전 수상작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그렇다면 2차 창작물도 게임처럼 독립적인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을까? 김경환 변호사는 “2차 창작물 역시 저작권이 있는 작품이다. 저작권은 복제, 공연, 방송, 전시, 배포 등을 보호하는 지적재산권과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이 포함된 저작인격권이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지적재산권은 이 작품을 사용할 권리, 지적인격권은 가져온 출처와 작가를 밝히고 동의 없이 작품을 변형하지 말 것을 보장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사망여각’의 경우 작품을 다른 곳에 공개할 ‘공표권’에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 저작권을 가진 게임 개발자라도 이를 소재로 한 팬아트를 동의를 받고 다른 곳에 올려야 하나?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저작권에는 기본적으로 작품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공표권’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2차 창작물 역시 다른 곳에 공개할 때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점은 원 저작권을 가진 게임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원 저작권자의 고소 여부가 또 다른 핵심

다만 여기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2차 창작물은 원칙적으로 원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경환 변호사는 “게임을 소재로 한 그림과 같은 2차 창작물은 게임사의 동의를 얻어 진행되어야 한다. 저작권 자체에 ‘2차 창작물’을 제작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사 동의 없이 제작된 ‘2차 창작물’은 원 저작권자가 가진 이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사망여각’의 경우 팬아트 작가와 게임 개발사가 서로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2차 창작물 모두가 게임사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불법일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고소’다. 김경환 변호사는 “저작권법 위반은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죄를 물을 수 있는 친고죄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소재로 한 2차 창작물은 게임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임사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2차 창작물은 게임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고소가 없을 경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가 있다. 게임이 가진 이미지를 훼손하는 경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버워치’다. ‘오버워치’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출시 전부터 다양한 그림과 만화가 쏟아졌다. 그리고 블리자드 역시 이러한 활동을 막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예외사항이 있다. ‘오버워치’를 사용해 성인물을 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를 소재로 제작된 성인물을 저작권 침해로 삭제한 바 있다. 김경환 변호사는 “게임사 입장에서 게임 또는 회사에 손해를 입힌다고 판단하는 2차 창작물에 대해서는 당연히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 '저작권 침해' 사유로 '오버워치' 포르노가 삭제됐음을 알리는 내용
(사진출처: imgur.com/)

내가 만든 팬아트 팔아도 되나?

앞에서 이야기한 것 외에도 민감한 부분은 ‘수익’이다. 내가 만든 팬아트를 팔거나, 커뮤니티 안에서 공동구매 형태로 상품을 제작해 배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

김경환 변호사는 “2차 창작물로 수익을 내는 것 역시 원 저작권자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맞다. 소송이 제기된다면 민, 형사상 합의를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법원이 결정을 내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만약 소송이 진행되면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진행된다. 형사의 경우 저작권을 침해한 죄를 묻는 것이고, 민사는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다.

다만 2차 창작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임사의 동의를 얻은 경우다. 실제로 넥슨이 직접 개최한 2차 창작물 행사 ‘네코제’에서는 유저들이 본인이 만든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이 있었다. 이에 대해 넥슨은 네코제의 경우 참가하는 유저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된 행사이며, 수익을 내는 부분 역시 협의가 된 부분이라 저작권법 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넥슨이 개최한 2차 창작물 행사 '네코제' 현장 (사진제공: 넥슨)

마지막으로 김경환 변호사는 저작권법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는 “저작권법은 아주 간단한 개념이다. 남의 것을 무단으로 가져와서 사용하지 말 것. 그리고 저작권자와 합의된 범위를 벗어나서 쓰지 말 것이다”라며 “게임사 역시 공모전을 통해 받은 팬아트를 동의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선정이 되지 않은 작품의 저작권은 그 작품을 만든 유저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모 전 ‘수상이 결정되면 저작권이 게임사에 귀속된다’는 점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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