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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동네잔치로 전락한 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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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닌텐도, MS 등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3사와 대형 메이저급 개발/유통사가 대거 불참, 행사 시작 전부터 ‘먹을 것 없는 잔치’로 소문났던 ECTS2001이 당초 기대(?)만큼이나 수준 이하의 볼거리와 행사규모를 제공해 많은 게임 관계자를 실망케 했다.

런던 외곽에 자리 잡은 ECTS 행사장

 

ECTS 행사가 열린 엑셀 전시장은 런던 중심가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해외관계자들이 입국한 히드로 공항과는 지하철로 1시간 30분, 택시를 타도 1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거리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김포공항에서 의정부쯤 될 것이다. 행사장이 지하철과 연결되어 교통 불편을 겪지 않은 점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행사장 크기는 우리나라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의 2/3쯤 된다. 원해 ECTS가 다른 국제 게임쇼(E3, 동경게임쇼)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이는 흡사 국내 컴퓨터 전시회를 연상케 할 만큼 협소했다. 게다가 구석구석 빈 부스도 눈에 띄어 ‘유럽최대의 게임쇼’라는 말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첫 날 가장 많은 인파 몰려


다른 행가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ECTS는 9월 2일 첫날,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다. 특히 이날은 블리자드의 차기작 공개 소식이 예고되면서 국내외 기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낮 12시경, 프레스 룸 주변은 흡사 발 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이처럼 관객이 가장 많았던 첫 날,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부스는 게임박스와 판타그램, 어뮤즈월드 등의 국내 게임업체. 특히 게임박스에서 제작한 ‘드림건(모형 총으로 모니터 위의 적을 공격하는 방식의 게임)’은 행사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부스가 가득 메워졌으며 어뮤즈월드의 ‘이지투댄서’ 또한 많은 외국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첩보전을 방불케 한 블리자드


E3, ECTS 등 매년 대규모 게임전시회 때마다 깜짝 발표를 단행,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곤 했던 블리자드는 이번 ECTS2001에서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최초로 공개해 전 세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특히 행사장 구석에 조그만 규모로 부스를 마련한 블리자드는 흡사 첩보전을 연상케 하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사전예약이 없다면 부스나 컨퍼런스룸에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게 막았으며 카메라나 캠코더 등을 이용한 촬영도 철저히 통제했다. 하지만 행사장에서는 이처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반면, 대외적으로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관련 자료를 컨퍼런스 시간보다 빨리 공개해 각국 언론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PS2, 주인 없는 행사에서 게임큐브, X박스에 판정승


소니, 닌텐도, MS 등 가정용 게임기 3사는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지만 비디오게임 타이틀은 ECTS 행사기간 내내 PC게임을 누르고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업체 참여와 관객 관람률을 자랑한 것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이하 PS2). 개발/유통사들이 내놓은 타이틀도 많은데다가 조이스틱, 게임패드, 레이싱 휠 등 PS2와 관련된 입력 장치 업체들이 대거 부스를 마련, ECTS를 PS2의 잔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PS2가 많은 유럽인의 머리 속에 좋은 기억을 남긴 반면 X박스와 게임큐브용 타이틀은 기껏해야 한두 편 남짓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나마 관심을 끌었던 작품은 TDK에서 전시한 X박스용 ‘슈렉’이 고작이었다

 

주연은 하드웨어, 게임은 조연일 뿐?


 

이번 ECTS 전시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동종 계열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대거 참여, 이들 간의 경쟁으로 주인공이 되어야 할 게임 업체들이 오히려 조연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하드웨어 업체들이 행사장 중앙을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반면 게임업체들은 몇몇 규모 큰 부스를 제외하고는 죄다 구석으로 내몰려 흡사 하드웨어 관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이번 전시회 동안 가장 홍보전에 열을 올린 하드웨어 업체는 ATI, nVIDIA, 허큘리스가 벌인 그래픽카드 3파전. 행사장 중앙 부스를 장악한 이들은 그래픽카드 뿐만 아니라 게임과 관련된 갖가지 멀티미디어 장비, 조이스틱 등의 입력 장치로 관객몰이에 나섰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사 제품 알리기에도 열띤 경쟁을 보였다.

특히 nVIDIA는 행사 이튿날인 9월 3일, ‘갓 시뮬레이션’의 창시자 피터 몰리뉴를 초빙해 ‘블랙 앤 화이트 확장팩(크리처 아일)’ 시연회를 갖는 등 각국 언론과 관객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그래픽카드 3사 외에도 경쟁관계의 하드웨어 업체는 많았다. CPU시장의 거두 인텔과 AMD가 벌인 눈치작전과 로지텍, 인터랙트, 허큘리스 간의 입력 장치 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개성 필요한 한국관, 아쉬움 속에서도 성과는 풍성

매년 해외 게임쇼가 끝나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 중 하나가 ‘한국관’에 대한 얘기다. 올해 ECTS에는 단독부스 5개 업체와 한국관 22개 업체 등 총 27개 한국업체가 참가했다. 커다란 단독부스를 마련한 몇몇 업체는 저마다 독특한 홍보작전으로 자사 제품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한정된 공간에 22개 업체 동수에 수용된 한국관은 전체적으로 집중됨 없이 산만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업체마다 불과 한두 대의 PC 밖에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여건상 어쩔 수 없다 해도 전체적인 부스 기획과 인테리어, 세심한 공간 활용 등에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흡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보완해야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의 성과는 첫 날부터 기대 이상으로 컸다. 아케이드게임업체인 어뮤즈월드가 영국의 게임유통사 LS레이저와 ‘이지투댄스’, ‘굿잭’ 게임기 1천대를 3백 48만 불에 수출하는 계약을 성립한데 이어 ‘하얀마음 백구’의 제작사로 유명한 키드앤 키드 닷컴은 교육용 게임 ‘워드 마스터’를 TLC에 공급, 계약급 10만 불에 현지 매출액의 50%를 러닝개런티 형식으로 가져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드림건’으로 전시회 내내 관객들의 발목을 붙잡았던 드림박스이엔티는 독일 지멘스, 이스라엘 가다그룹을 포함한 덴마크, 터키, 그리스 등지의 20여개 업체들로부터 1천 5백만 불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소프넷, SD엔터넷, 코디넷, 잼겜, 비주얼랜드 등 많은 국내 업체가 수출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며 3D온라인게임 ‘테트라모프’를 전시한 조이임팩트는 대규모 해외 수출상담과 함께 콘솔 게임으로의 이식에 대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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