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이머들을 위한 잔치- TGS 2001 가을 취재스케치
E3, ECTS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도쿄 게임쇼 2001 가을(TGS2001 가을)’이 10월 13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TGS2001 가을은 MS, 소니, 닌텐도가 차세대 비디오게임의 대권을 놓고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X박스의 잔치’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소프트웨어 제작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한 세가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관람객 배려가 돋보인 마쿠하리 메세TGS 2001 가을이 개최된 마쿠하리 메세는 일본 도쿄 외곽의 신도시 지바현에 자리 잡은 대규모 전시장이다. 도쿄 시내와는 지하철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역과 행사장은 도보로 3분쯤 걸린다. 인근 지역은 대형 주차장이 마련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을 배려했으며 대규모 근린공원과 녹지 등이 펼쳐져 있어 깔끔한 도시라는 인상을 풍긴다. 행사장 근처의 특급호텔은 지상의 연결통로를 통해 행사장과 직접 연결, 일본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바이어들도 쉽게 찾을 수 있게 조성되었으며 걸어서도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호텔과 행사장이 멀리 떨어진 탓에 지하철, 버스 갈아타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 어렵게 물어봐야 하는 국내 전시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관람객과 바이어의 편의 하나하나까지 고려하는 일본의 배려가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입추의 여지가 없는 전시장 내부
엄청난 규모로 입구를 장악한 MS
다양한 이벤트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행사장은 총 3개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1관은 MS 부스가 절반가량을 장악한 가운데 테크모, NTT도코모 등이 자리 잡았고, 2관은 대부분의 업체가 참가한 중앙 전시장이 위치해 있다. 3관은 식당과 발표회장이 마련되어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울러 행사장 위층에도 마실 것과 간단한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관람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시회 진행 요원과 부스 담당자들의 외국어 실력이 다소 모자랐다는 점. 덕분에 인터넷과 팩스를 통해 사전 프레스 등록을 마친 외국 기자들도 출입 배지하나 얻기 위해 온갖 손짓 발짓을 곁들여야만 했다는 후문이다. |
TGS2001 가을은 X박스를 위한 잔치?
지난 E3 2001에서 PS2, 게임큐브에 참패를 당했던 MS가 올 TGS2001 가을을 위해 회심의 칼을 갈아 온 것일까? 미국 E3, 영국 ECTS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도쿄게임쇼 2001 가을은 시종일관 X박스의 일방적인 육탄공세가 이어진 채 10월 14일 막을 내렸다. 당초 TGS2001 가을은 차세대 비디오게임 라이벌 3인방이 모두 출품,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소니의 부진, 닌텐도의 불참 등이 겹쳐 MS만 '나 홀로 잔치'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MS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X박스 잔치'를 벌였다
MS는 이번 TGS2001 가을을 통해 X박스의 하드웨어적 우수성과 지원 소프트웨어의 광범위함을 동시에 자랑하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테크모에서 개발한 '데드 오어 어라이브 3(Dead or alive 3)'와 '세가 GT-2002'는 "PC기반의 X박스는 별 볼일 없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그래픽과 수준 높은 효과를 자랑했다. 또한 '프로젝트 고담(Project Gotham)'과 '미스3: 엑자일(Myth 3: Exile)', '사일런트 힐 2(Silent Hill 2)' 등도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행사장을 찾은 세계 각국의 언론 기자는 물론 전시회가 끝나고 행사장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 대부분도 "X박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
세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날개짓세가는 MS와 더불어 TGS2001 가을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가의 TGS 2001 부스 주제는 도약(Take off), 부스 디자인도 활주로의 비행기 이륙장처럼 꾸며 독특함을 더했다. TGS2001 가을에서 세가가 전시한 작품은 모두 20여 개. PS 2와 X박스, PC, 드림캐스트, 게임큐브, 게임보이 어드밴스 등 다양한 플랫폼의 신작을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잦았던 곳은 단연 PS 2용 ‘버추어 파이터 4(Virtua Fighter 4)'와 ’판타지 스타 온라인(Fantasy Star Online)‘이었다. 특히 버추어 파이터 4는 업소용 게임의 세밀한 그래픽을 완벽하게 PS 2로 이식,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으며 게임큐브와 PC용으로 제작될 판타지 스타 온라인 역시 세가부스를 대표하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가는 이번 TGS2001 가을 전시회 기간 내내 유명 인사를 초청해 게임 시연회를 갖는 이벤트를 가졌다. 세가 사장 카야마 테쯔는 물론 ‘버추어 파이터’, ‘쉔무’ 시리즈를 개발한 스츠키 유, '소닉', ‘판타지 스타 온라인’ 등의 개발자 나카 유찌 등 총 10여 명의 세가 개발진이 3일 내내 돌아가며 게이머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일본 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들이 행사장에 나타날 때면 세가 발표회장 앞은 수백 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가 전시장에 나타난 ‘버추어파이터’ 개발자 스즈끼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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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잔칫집 E3, ECTS 등 세계 유명 게임전시회가 점점 비즈니스 성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TGS 2001은 말 그대로 ‘게이머를 위한 잔치’였다. 부스를 마련한 업체들은 사업적인 상담보다 게이머들 끌어들이기에 더욱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MS, 세가, 소니를 비롯한 남코, 코나미, 스퀘어 등의 메이저 업체들 부스는 게이머들이 직접 자사의 기대작을 플레이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세가의 카야마 테쯔 사장은 “사업적인 상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게이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일”이라며 부스 기획의도를 밝혔다. 부스의 얼굴 격인 도우미들의 활동도 남달랐다. 기자가 지금껏 다녀본 국내외 게임전시회 모두를 통틀어도 TGS 2001만큼 적극적이고 자사제품 홍보에 열심인 도우미를 본 적은 없다. 엄청난 부스 규모로 TGS를 ‘X박스 잔치’로 만든 MS는 무려 100여 명이 넘는 도우미를 부스 곳곳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으며 NTT도코모와 세가, 남코 등의 업체도 도우미를 적극 활용해 제품홍보에 나섰다. 또한 행사 마지막 날인 10월 15일에는 각 업체별 도우미들이 참가한 가운데 ‘베스트 도우미’ 선발 대회도 펼쳐졌다. 관람객들의 투표로 결정된 이날 행사는 MS X박스 도우미가 우승을 차지했고 NTT도코모와 아틀라스 도우미들이 준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누가 일본여자들의 다리가 짧다고 했나?
게임도 게임이지만 다양한 이벤트가 압권이다
전시회장 곳곳에서는 대규모 공연도 수차례 진행되었다. 스포츠카 ‘스카이라인-GTR'을 부스에 설치한 겐키는 다양한 타악기를 이용한 난타 공연을 펼쳤으며 MS와 세가, 테크모 등의 부스에서도 각종 공연과 토크쇼 등을 진행했다. 또한 연예인, 모델, 레이싱 퀸 등 유명인들을 초청해 사진촬영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업체도 여럿 눈에 띄었다. 행사장과 행사장을 연결하는 출입구 사이에서는 3일내내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열기로 과연 ‘코스튬 플레이의 천국’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와 스트리트 파이터, 세일러 문 등 다양한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은 사방에서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맞춰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1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드림카 ‘스카이라인-GTR'
‘북치고 장고치고’, 전시회장은 그야말로 잔칫집이다
이 많은 인파가 코스튬플레이를 위해 모인 사람이다 |
한국관, 도쿄 게임쇼에 왜 나갔나? 이번 TGS 한국관은 지난 번 E3, ECTS 등의 한국관과 똑같은 규모, 인테리어를 적용해 취재를 나선 한국기자들과 참관객들, 심지어 참가업체 담당자들 역시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한 한 업체 관계자는 아예 부스를 비워둔 채 행사장 밖 출입구에서 홍보자료를 나눠주는 광경도 목격되었다.
을씨년스러운 한국관,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다
반다이 부스에 둥지를 튼 포트리스 2
총 13개 한국 업체가 한국관에 둥지를 틀었으며 ‘고고시’로 유명한 클릭엔터테인먼트는 자체적으로 독립부스를 마련했다. 또한 CCR의 ‘포트리스2 블루’는 반다이 부스를 통해, 아이소닉 온라인의 ‘아타나시아’는 NTT도코모 부스에서 각각 제품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중 가장 눈에 띈 업체는 반다이 부스의 절반가량을 통째로 사용한 ‘포트리스2 블루’. 반다이는 ‘일본 최대의 완구/게임 업체’라는 이름에 걸맞게 깜찍한 캐릭터와 멀티플레이의 장점을 내세워 관객들을 ‘포트리스 2 블루’ 앞으로 끌어들였다. 한국관은 이번 전시회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세가 부스 발표회장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관을 마련한 게임종합지원센터는 행사가 끝난 뒤 공식발표를 통해 6천 2백만 불 상당의 상담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분명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쾌거를 이룬 결과로 볼 수 있으며 금액만 놓고 따져 봐도 8백억 원이 넘는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계약까지 이르는 업체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보도자료’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북적거리는 세가 부스와 썰렁한(?) 한국관
또한 이번 TGS 2001 한국관을 놓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왜 나왔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부에서는 “비디오게임 전시회 성격이 강한 TGS에 출품하느니 차라리 다른 전시회에 더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여럿 제시되었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놓고 볼 때 이번 TGS 2001은 PC게임 제작사들의 참여가 상당히 부진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2’의 제작사인 블리자드 역시 전시장 인근의 호텔 레스토랑 룸에서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블리자드 수석개발자 빌 로퍼는 “TGS는 전통적인 비디오게임 전시회”라며 “비디오게임을 개발한다면 모를까 굳이 돈 들여 부스를 마련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밝혀 함께 자리한 각국 기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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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X박스를 시연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MS부스에는 X박스 외에도 다양한 눈요기꺼리(?)가 많다
‘소닉’과 ‘판타지 스타 온라인’의 아버지 나카 유찌
세가 전시장 앞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