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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게임, 공포의 근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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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포물을 좋아한다. 영화나 소설, 만화, 음악 등등 심지어는 으시시한 장소도 맘에 든다. 그러나 이것은 내 일상의 고단함을 탈피하는 대리만족일 뿐. 공포를 탐닉하고 변태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공포 영화를 봐도 그렇다. ‘죠스 1’ 이후로는 무서움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공포스러운 장면보다는 긴장감을 유도하는 청춘 남녀의 진한 장면이라든가 사방으로 튀는 피와 열혈 신체의 일부가 더 신난다. 그러니까 무섭다는 표현보다는 ‘그 장면이 야했다’나 ‘XX 잘리는 장면 멋졌다’가 주로 느껴지는 감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게임으로도 전달되어 무섭기는 고사하고 어떤 경우에는 지겹기까지 했다.

헌데, 클라이브 바커가 직접 감수했다는 언다잉은 달랐다. 언다잉은 무섭다. 정말 살 떨리도록 무섭다. 그 어떤 공포 만화나 영화, 소설, 음악, 놀이동산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소름이라는 것이 발끝에서 척추를 타고 머리털까지 관통한다.

언다잉을 플레이 하기 전 : 일부러 밤 12시까지 기다림, 4채널 슈퍼 우퍼 점검, 클라이브 바커에 대한 조사, 따분하게 담배를 핌.

언다잉을 플레이 한 후 : 밤에 게임한 것을 후회함, 방문과 창문을 열지 못함, 클라이브 바커의 못생긴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돔, 줄 담배.

내 자신 스스로도 믿기가 힘들었다. 내일 모레면 나이 서른인데 무서워서 게임을 계속 진행하기가 힘들다니. 나만 그런가? 자존심이 상한 나는 은근슬쩍 다른 사람에게도 언다잉을 빌려줬다. 일주일 후 언다잉을 빌려간 친구는 더 이상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게임을 돌려줬다. 아으~ 다롱디리. 내 심장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과연 호러 게임도 한 시대를 장식할 시기가 올 것인가. 그래픽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한 사운드는 공포에 가장 중요한 요소. 곧 출시될 ‘어둠 속의 나홀로 4’나 ‘사이렌트 힐 2’는 히미한 손전등 불빛과 아득한 사운드만으로도 죽여준다(아직 보지 못했다면 당장 게임메카의 ‘사이렌트 힐 2’ 동영상을 보시라). 분명 이들 게임은 게이머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 것이다. 호러 게임. 재미있기 전에 진짜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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