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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울티마 온라인 Vs.... 미국의 리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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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om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을 시도했다. EA의 나이젤 샌드포드가 인터뷰에서 밝힌것처럼 한국에서의 PC방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기자가 올해 E3쇼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때 미국의 게임방을 가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방이 두가지로 분류된다. 미국인이 경영하는 미국식 사이버 카페와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국식 게임방이다. 미국식 게임방은 말그대로 사이버 카페다.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가벼운 채팅을 즐기는 장소다. 물론 업소마다 차이가 나지만 거의 24시간 영업을 하는 사이버 카페는 없다. 그에 반해 한국식 게임방은 게임을 주로 즐기는 장소이다.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PC들, 게임에 몰두해 있는 젊은이들. 물론 이런 한국식 게임방은 24시간 영업이다. 커피대신 라면이 이들의 주요 판매 상품이다.

EA.com이 한국식 게임방 문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제일 먼저 판단한 것은 역시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인 듯하다. 한국식 울티마 온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을 보면, 미국식 울티마 온라인이 국내에서 먹히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주요 내용은 PK(플레이어 킬러)를 울티마 온라인 상에서 자유롭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PK가 자유롭지 못한 울티마 온라인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PK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리니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99년부터 리니지의 경쟁작으로 한때 수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울티마 온라인이 한국시장에서 터득한 것은 결국 PK의 중요성이다.

엔씨 인터렉티브가 미국시장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송재경 부사장은 얼마전 열린 리차드개리엇 기자 간담회에서 리니지가 현재 미국에서 동시접속자 1천명, 유료가입자 4천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쑥스럽게 밝혔다. 1천 5백만명의 누적회원을 가지고 있는 리니지가 미국에서 고작 4천명의 유료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무언가 시장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게이머들의 차이라는 것이다. 리니지는 미국에서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것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의 리니지와는 다른 미국식 리니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미국식 리니지의 주요한 컨셉은 무엇일까? 울티마 온라인이 국내시장에서 PK를 성공의 키로 삼는다면 역으로 리니지가 찾아야할 것은 Non-PK라는 말인가. 지금 이 두회사는 그렇게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EA나 엔씨소프트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개발사다. 절대적인 비교로 놓고 봤을때는 EA가 엔씨소프트보다는 압도적으로 큰 기업이지만, 각 나라별로 상징적인 의미를 놓고 본다면 EA와 엔씨는 각 국가별 대표적인 게임업체다. 이들이 지금 서로 자신의 터전을 놔두고 상대국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EA는 우리나라에서, 엔씨소프트는 미국에서. 두 회사의 진검승부가 어떤식으로 승부가 날지는 모르겠으나, 이 아이러니컬한 상황속에서 한가지는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두 회사는 지금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울티마 온라인, 리니지는 그 자체로도 현재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상대국에서의 평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지만, 기반을 두고 있는 자국에서의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울티마 온라인은 아직도 해외 게임외신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고 리니지도 마찬가지의 게임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동으로 저지른 잘못은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성향을 자극적이고 비도덕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부류의 게이머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EA.com이 우리나라에 진출했다는 소식과 함께 외신들은 한국형 울티마 온라인의 탄생을 보도했다. PK를 집중 보완한 게임으로 말이다. 엔씨소프트가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시장을 겨냥해 부각시킨 최고의 선물은 Non-PK서버였다. 외국 기자들에게 있어서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원인은 이제 하나다. ‘PK`.

EA.com의 한국진출은 그 자체만으로 후발주자들의 한국시장 진입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Ubi, 비벤디 유니버셜, 액티비전 등 다양한 게임업체들이 한국에 상륙하려고 안달이 날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가 인정한 나라를 포기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낙오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성향을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게임을 좋아한다다고 판단할 것이다. ‘PK`가 아주 자유롭고 일상적인 자극으로 게임을 제작할 것이다.

진짜 리니지의 성공요인이 PK에 있었나? 울티마 온라인이 국내에서 실패한 이유는 PK가 자유롭지 않아서였나? 그렇다면 Non-PK서버를 가지고 있는 리니지가 미국에서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울티마 온라인은 북미지역에서 왜 PK를 허용하고 있는가?

두 회사는 한번 생각을 달리 해보는 것이 좋겠다. 리니지는 지금 PK문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도전을 받고 있다. 해외업체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국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PK문제가 비켜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더 큰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울티마 온라인은 생활과 사회관계가 주를 이루는 게임이다. 리니지는 단체 전투와 아이템 습득이 주를 이루는 게임이다. 이 게임들에 PK가 추가되고 안되고는 전체적인 게임시스템에서 볼때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게임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 문제가 상당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게임을 보는 시선들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식 사이버 카페는 그 나름대로, 한국식 게임방은 그 나름대로 시장성이 있다. EA, 엔씨소프트는 최고의 게임업체다. 최고의 게임업체들답게 시장원칙만을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K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게임이 다 뜨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성향이 해외에서건 국내에서건 왜곡되어져서는 안된다. 그냥 좋은 게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이머들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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