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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 잘 맞은 ‘카스’와 국내 FPS 시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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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스트라이크, 1.03 패치와 미국테러 사건으로 인기 폭발!!!\"


테러세력과 이를 막기 위한 특수부대의 한판승부를 다룬 1인칭액션게임(이하 FPS)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최근 발표된 1.03패치와 미국테러 사건의 영향에 힘입어 날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프라이프의 MOD인 카스는 원래 장르와 소재의 특성상 북미지역, 유럽 등지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액션 게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비할 정도? E3 취재차 LA지역 PC방을 갔을 때는 전체 손님의 절반이상이 괴성(?)을 지르며 하프라이프 멀티플레이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하프라이프`, 카스뿐만 아니라 그 어떤 FPS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1인칭액션게임의 무덤=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해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퀘이크`, `언리얼` 등의 게임도 `명작`이라는 칭호아래 게이머들 기억 저편으로 묻혀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가 잠시나마 붐을 일으킨 점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 대형 개발/유통사들이 대거 FPS를 출시, 게임계의 흐름을 3D액션 쪽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출시된 해외 FPS만도 수십여 종인데다 재미시스템의 `액시스`를 필두로 한 국산 FPS도 몇몇 출시되었다.
이렇듯 전 세계 게임시장의 FPS 열풍에 심지를 당긴 게임은 `하프라이프`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프라이프의 정식 MOD인 카스는 2001년 초반 한국에 상륙해 게임 관계자들의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는 지적에도 불구, 클랜과 길드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기반 쌓기에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져버렸다. 미국에서 벌어진 비행기 테러참사와 획기적인 변화를 꾀한 1.03패치가 비슷한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다. 가장 먼저 카스의 인기를 부채질한 요인은 미국에서 벌어진 비행기 테러사건. `레드얼럿 2: 유리의 복수`를 비롯해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01`,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 등 이 사건으로 수많은 게임이 사람들의 화두에 오르내렸지만 정작 게이머들의 관심은 `카스`에 집중되었다.
이유는 현실과 흡사한 상황 설정과 PC 인공지능이 아닌 멀티플레이 상대와 대적한다는 점, 테러군, 진압군을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점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테러사건이 벌어진 뒤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란 아이디로 등장하는 게이머들이 카스의 전장터를 휩쓸기도 했다.

미국 테러사건에 이은 `카스`의 2차적 인기요인은 9월 20일자로 단행된 1.03패치. 패치 내용은 갖가지 버그 수정 외에도 자체적인 양 방향 음성 채팅기능(풀 듀플렉스)과 관람자 모드(스펙터 모드) 등이 추가되어 본격적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조건에 한발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PC주변기기 판매점은 때 아닌 사운드카드, 헤드셋 판매호황을 누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현재 `카스`의 국내 서버는 대략 100여 개.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인 탓에 최근 `카스`에 대한 인기가 급증, 서버 수가 두 배 이상 `뻥튀기` 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테러사건 이후 `카스`서버를 설치했다는 한 PC방 업주는 \"테러사건과 1.03패치 이후 `카스`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주로 친구, 직장동료 등과 동행해 몇 시간씩 게임을 즐긴다\"고 미소를 지었다. ‘카스’의 국내유통사인 한빛소프트 관계자 역시 “최근 벌어진 테러사건과 ‘카스’의 인기 급증이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며 “현재 판매량은 1만 5천장 내외지만 최근 들어 판매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카스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FPS 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관계자들의 의견은 아직도 `이르다`가 90%에 달한다. \"잘 만든 게임이 잘 팔린다는 보장없다\"는 말과 함께 \"일부 매니아들만 찾을 뿐 우리나라 게이머 대부분의 성향에 안 어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게임 타이틀을 유통해 이익을 창출해야하는 유통, 총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비싼 로열티 주고 들여온 대작 FPS 게임이 줄줄이 실패하는 경우를 바로 옆에서 체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개혁에 앞장서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 된다\", \"FPS는 어지럽다\"는 말과 함께 언제까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2`류의 인기 타이틀 아류작들만 쏟아낼 것인가?
얼마 전 열린 `ECTS 2001` 취재 당시 만난 CGW, PC Gamer 등의 외신 기자들은 한국 게임시장에 대해 `RTS(실시간 전략)와 MMPOG(온라인게임)의 나라, 블리자드의 나라`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가끔 기사 작성할 때 비유적인 의미로 쓰던 말이 실제 유명 외국 기자의 입에서 직접 튀어나온 것이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한마디지만 개인적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뭐라고 따지고도 싶었지만 특정 장르에 편중된 국내 게임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한 마디인지라 얼굴만 붉히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는 `어지럽다`, `안 된다`는 편견보다는 다양한 마케팅 기획과 새로운 시도로 국내 게임시장의 현주소를 바꿔나가야 할 때다. 한국이 진정 `세계 일류 게임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팔아서 돈 되는(?)` 특정 장르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시도와 변화하는 세계시장의 흐름에 앞서나가야 할 것이다. 모쪼록 국내 유통/총판사들이 `되는 게임`만 찾기 위해 비싼 로열티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다양한 기획과 마케팅을 통한 `새로운 장르 띄우기`에 적극 앞장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게임메카 임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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