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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너무나 바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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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미국이 두가지 전쟁을 치루면서 동분서주 무척이나 바빠 보인다. 첫 번째 전쟁은 누구나 뉴스를 통해서 봤을 지난 9.11 테러에 의한 오사마 빈 라덴 사냥. 가난과 종교말고는 볼 것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을 연일 두들겨 부수면서 동굴속에 숨어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토끼몰이식으로 쫓고 있다.

반대로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러나 게이머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또다른 전쟁이 미국에서 치러지고 있다. 바로 미 관세청과 FBI 그리고 법무부가 주체가 되서 벌이고 있는 와레즈와의 전쟁이다.

물론 이전에 와레즈에 대한 단속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적 재산권의 불모지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와레즈라는 단어는 몇몇 아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닐테지만 이번의 수사는 그 강도와 진행 정도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그들이 각각 Operation Buccaneer, Operation Bandwidth 그리고 Operation Digital Piratez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작전들이 적어도 1년 이상, 길게는 2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지속적인 수사를 벌여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각각의 작전들은 상호 중복되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파악된 각 릴리즈 그룹들의 상층부를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단순히 개인간의 파일 공유자를 대충 잡아넣는 것이 아닌, 그룹을 지탱해나가는 핵심 멤버들을 잡아들여서 배포 그룹 자체를 완전히 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 정부의 공세 개시일인 12월 11일 첫날에 VCD 배포 그룹으로 유명한 DrinkOrDie가 떨어져 나갔다. 게다가 유럽과 북미쪽의 배포를 맡고 있던 서버와 관계자들도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마치 미국이 과거 이라크를 상대로 벌였던 걸프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 붓던 순항 미사일과 폭격기들의 집중 폭격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정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와레즈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정품 사용자와 관련 제작자들에게 따사로운 햇볕이 뜨게 될까?

물론 뉴스에서 지적한 대로 앞으로 당분간은 원활한 공급이 되지 않으니 불법 소프트웨어나 영상물들을 시중에 내다 팔던 소위 ‘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밥줄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크래커’들이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반대로 미국이 또 다른 형태의 사이버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도 아주 없다고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하튼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더불어 지난 20일 미국이 지적 재산권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불법 복제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서 7천500만 달러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점을 봐서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거나 아니면 다가올 봄이 기대되는, 서로 상반된 입장의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전세계의 군주를 자처하는 미국이 오랜 기다림끝에 칼을 뽑아들었으니 적어도 무조각 몇 개라도 잘려 나갈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이런 미국의 또 다른 전쟁이 우리나라의 게임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게임관련 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인터넷에 만연한 와레즈’와 턱없이 부족한 ‘정품 사용자’들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내려친 단 한칼에 그런 그들의 고민거리가 사라진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정말 모두가 잘먹고 잘살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문제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장사가 안 된다는 한숨이 나오면 그때는 누굴 탓할 것인가? 자신들의 근시안에 의해서 결정되는 여러 사안들이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던 가장 큰 주범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눈물을 흘리면서 받아들일 것인가?

미국이 치루는 두 가지 전쟁이 바다 건너 이쪽에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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