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내가 요즘 들어 게임에 오랜 시간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워낙 주의가 산만하고 이것저것 잡생각이 많은 성격이라 본래가 한 가지 일에 집중을 못하는 탓이려니 했지만 그 옛날 게임 하나를 가지고 2~3일 밤을 꼬박 세웠던 기억을 되새겨보면 그다지 좋은 핑계거리는 못되는 듯 하다.
‘요즘 게임은 내용이 부실해… 게임성이 결여됐어… 그래픽만 좋으면 장땡이냐?’ 등등 각종 핑계거리를 내세워 나의 잡식성 취향을 지적하는 이들을 맞받아쳐 내왔지만 아무래도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 본 후 결론지어본 병명은 바로 ‘게임 면역성 거부반응’이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증상은 너무나 단순 명료한 병. 매일 지각하는 학생이 엉덩이에 맞는 매를 두려워하지 않듯, 매운 음식만 찾는 사람이 나중엔 고춧가루 한통을 국에 쏟아 부어도 무감각하다는 듯 난 이미 속속 출시되는 게임에 눈과 귀가 마비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게임을 즐겨온 올드 게이머들은 필자처럼 근래에 출시되는 게임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그 옛날 선풍적 인기를 끌던 울티마나 인디아나 존스, 더 나아가 애플시절에 즐기던 엄청난 고전을 곱씹으며 점차 게임성을 잃어버려가고 있는 현실에 개탄의 한숨을 쉬곤 한다. 자 그렇다면 정말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이 고전작품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게임성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왜 내 주위에 있는 사촌조카들은 내가 비아냥거렸던 게임을 입을 “헤~” 벌린 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달 전에 잘못 먹고 체한 선지해장국을 TV에서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내 자신을 보며 깨달은 것이다. 사실 선지해장국을 먹어 본 경험은 그 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항상 해장국집만 지나치면 세달 전에 먹은 선지해장국 생각이 떠올라 울렁거리는 속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두 번째, 세 번째 선지해장국을 먹어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그 쇼킹한 기억은 사라지고 내 입엔 그저 속을 풀어주는 음식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해장국과 게임을 비교하는 것이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둘의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눈에 처음 비춰지고 재밌게 즐긴 게임은 머리 속 깊숙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그 이후에는 점차 비슷한 종류의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일부는 게임불감증이라는 중병(?)에 신음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자신의 No.1 게임을 첫 번째로 경험하는 쇼킹한 작품, 즉 고전을 꼽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처음으로 재밌게 즐겼던, 또 자신을 그토록 중독시켰던 게임을 잊고 다른 작품에 No.1 타이틀을 넘겨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나는 두 가지 처방전을 내려 보기로 했다. 옛날에 재밌게 즐긴 추억을 되새기며 게임을 즐기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을 깨끗이 비운 상태(?)에서 작품의 묘미를 느껴보는 것. 비록 자신에겐 아무리 아류와 모방으로 비춰지는 게임이라도 지금 이 작품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에겐 적어도 인생을 바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업성에 빛을 바랜 현실이라고는 하나 과거와 다름없이 지금도 수많은 명작이 세계 곳곳에
서 배출되고 있다. 물론 게임산업이 비대해진만큼 이전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게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허나 눈에 비춰지는 모든 게임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 작품성을 운운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버그 덩어리의 아류작이라도 많은 이들을 게임의 세계로 인도할 공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필자와 같은 고통스러운 병을 겪고 있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되뇌어 보도록 하자. 내 자신이 고전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요즘 출시되는 게임이 되려 나를 따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즐거움으로 인도할 게임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투덜이보다는 씩씩이로 남아 있는 편이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겠는가? 마비된 눈과 귀를 열고 다시 한번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비록 내 마음의 풍금(?)으로 남아있는 게임을 다른 작품에 넘겨주진 못할지라도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좁은 시야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폭이 훨씬 늘어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윤주홍 / 게임메카 객원기자로 인생을 게임처럼 즐겨 살고 싶어하는 PC게임 지상(?)주의자>
‘요즘 게임은 내용이 부실해… 게임성이 결여됐어… 그래픽만 좋으면 장땡이냐?’ 등등 각종 핑계거리를 내세워 나의 잡식성 취향을 지적하는 이들을 맞받아쳐 내왔지만 아무래도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 본 후 결론지어본 병명은 바로 ‘게임 면역성 거부반응’이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증상은 너무나 단순 명료한 병. 매일 지각하는 학생이 엉덩이에 맞는 매를 두려워하지 않듯, 매운 음식만 찾는 사람이 나중엔 고춧가루 한통을 국에 쏟아 부어도 무감각하다는 듯 난 이미 속속 출시되는 게임에 눈과 귀가 마비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게임을 즐겨온 올드 게이머들은 필자처럼 근래에 출시되는 게임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그 옛날 선풍적 인기를 끌던 울티마나 인디아나 존스, 더 나아가 애플시절에 즐기던 엄청난 고전을 곱씹으며 점차 게임성을 잃어버려가고 있는 현실에 개탄의 한숨을 쉬곤 한다. 자 그렇다면 정말 최근에 출시되는 게임이 고전작품에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게임성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왜 내 주위에 있는 사촌조카들은 내가 비아냥거렸던 게임을 입을 “헤~” 벌린 채 즐기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달 전에 잘못 먹고 체한 선지해장국을 TV에서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 내 자신을 보며 깨달은 것이다. 사실 선지해장국을 먹어 본 경험은 그 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항상 해장국집만 지나치면 세달 전에 먹은 선지해장국 생각이 떠올라 울렁거리는 속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두 번째, 세 번째 선지해장국을 먹어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그 쇼킹한 기억은 사라지고 내 입엔 그저 속을 풀어주는 음식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해장국과 게임을 비교하는 것이 좀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둘의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눈에 처음 비춰지고 재밌게 즐긴 게임은 머리 속 깊숙이 각인되기 마련이다. 그 이후에는 점차 비슷한 종류의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일부는 게임불감증이라는 중병(?)에 신음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자신의 No.1 게임을 첫 번째로 경험하는 쇼킹한 작품, 즉 고전을 꼽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처음으로 재밌게 즐겼던, 또 자신을 그토록 중독시켰던 게임을 잊고 다른 작품에 No.1 타이틀을 넘겨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나는 두 가지 처방전을 내려 보기로 했다. 옛날에 재밌게 즐긴 추억을 되새기며 게임을 즐기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을 깨끗이 비운 상태(?)에서 작품의 묘미를 느껴보는 것. 비록 자신에겐 아무리 아류와 모방으로 비춰지는 게임이라도 지금 이 작품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에겐 적어도 인생을 바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상업성에 빛을 바랜 현실이라고는 하나 과거와 다름없이 지금도 수많은 명작이 세계 곳곳에
서 배출되고 있다. 물론 게임산업이 비대해진만큼 이전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게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허나 눈에 비춰지는 모든 게임을 자신의 기준에 맞춰 작품성을 운운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버그 덩어리의 아류작이라도 많은 이들을 게임의 세계로 인도할 공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필자와 같은 고통스러운 병을 겪고 있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되뇌어 보도록 하자. 내 자신이 고전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요즘 출시되는 게임이 되려 나를 따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를 즐거움으로 인도할 게임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투덜이보다는 씩씩이로 남아 있는 편이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겠는가? 마비된 눈과 귀를 열고 다시 한번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비록 내 마음의 풍금(?)으로 남아있는 게임을 다른 작품에 넘겨주진 못할지라도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좁은 시야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폭이 훨씬 늘어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윤주홍 / 게임메카 객원기자로 인생을 게임처럼 즐겨 살고 싶어하는 PC게임 지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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