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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코드는 게이머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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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트코드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에 휩싸여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아주 간단한 문제... 즉, \"치트코드가 실이냐 득이냐\"하는 문제이다. 오랜시간 고민끝에 얻은 내 결론은 실이라는 쪽으로 돌아섰다. 즉, 치트코드의 존재는 우리에게 주는 것보다 빼앗아가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치트코드는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제작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게임제작자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그 영향이 고스란히 게이머들에게 환원된다는 것이다. 많은 게임제작자는 멀티엔딩 시나리오의 매력을 느껴 엔딩이나 진행루트를 여러가지 만든다. 그리고 정석대로 진행하는 A라는 코스외에도 A-1. A-2라는 루트가 존재하여 많은 게이머들에게 다양한 부분을, 서로 다른 부분을 플레이하게 하는 욕심을 낸다.
그러나 대다수의 게이머들(특히 단 한번만 플레이하려는 일반게이머)이 배드엔딩이나 엉뚱한 루트로 게임을 진행하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즉, 치트코드를 보고 정석대로의 길을 걷게되고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치트코드(공략 등)를 이용해서 정석대로, 혹은 해피엔딩(진 엔딩일 수도 있다)으로 획일화되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게이머들의 플레이방식이 획일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제작사가 제작비나 시간을 더 들여서 멀티 시나리오나 멀티엔딩 따위를 기획하는 일은 짜증만 날 뿐이다. 그야말로 아주 극소수의 인원만을 위한 서비스일뿐이지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또한 현재 시장으로서는 멀티시나리오가 \"신선하다, 대단하다\"라고 어필할 수 있을 시기는 이미 지나버렸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등장한 국산게임 화이트데이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가 이러한 도전성에도 있긴 하지만...(화이트데이의 멀티 엔딩은 정말 볼만했다)

치트코드는 게이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발생한 일례로 바이오 하자드(게임큐브용)를 꼬집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치명적인 버그는 많은 게이머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바이오 하자드의 공포는 시스템적으로 절묘하게 구성되어있다. 겉보기로는 단순히 연출, 효과음 등이 `공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의 밸런스 역시 `공포`라는 요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좀비들의 체력이나 어떤 몬스터를 만났을 때 소지하고 있는 무기나 탄환의 수, 세이브를 언제 했는가 등의 요소들도 공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라는 말이다. 좀비, 켈베로스, 헌터들이 주인공 총알 한방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시시한 난이도라면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을 제외하고 바이오 하자드에서 그다지 공포를 느낄만한 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좀비가 총 몇방을 맞아야 쓰러지고, 쓰러지고나서 다시 살아나고, 헌터가 주는 데미지도 굉장히 높고... 이렇게 밸런스가 맞춰진 요소들이 게이머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바이오 하자드 리메이크의 그레네이드탄 버그는 치명적이었다. 그레네이드탄 버그를 사용하면 총알이 무한증식되기 때문에 엔딩을 빨리보고 시원시원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게이머들은 불행하게도 바이오 하자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공포`는 더이상 느끼기 힘들 것이며 그렇다면 이 게임의 존재가치는 반 이하로 줄어들어버린다. 바이오 하자드 리메이크는 원작을 해본 사람이나 안해본 사람이나 무섭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고 자주 나오기 힘든 걸작이었다. 이런 작품을 단순히 무한증식의 치트 하나로 날려버리기는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말이 너무 길었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치트코드는 게이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 어떤 의미에서는 치트코드는 게이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아니, 실제로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결과적으로 게임을 더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치트코드를 쓰느냐 안쓰느냐는 게이머들 마음이지만 되도록 대작게임에서는 치트코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여러분들은 평생 다시 못올 명작을 날려버리며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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