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5년이 저물어가는 12월, 바야흐로 크리스마스의 시즌이 왔다. 거리 곳곳마다 서있는 산타할아버지의 ‘동상’을 보면서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를 듣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터.
|
▲순수한 어린이들의 손에 넥슨카드와 부모님 동의서가 들려있는 그런 훈훈한 계절이기도 하다 |
그리고 각 역마다 놓인 구세군냄비와 익명의 기부금들은 아직까지 세상의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종교에 상관없이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며 따뜻한 마음만을 간직하게 되는 날,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좋은 취지의 크리스마스가 다양한 상술에 포장된 채 순수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커플과 솔로’라는 인도 카스트제도 이상의 계급이 생겨나면서, 모든 이의 축제였던 크리스마스는 ‘커플들만의 축제’, 동시에 ‘솔로들의 무덤’으로 변질돼버렸다. 심지어는 일부 몰지각한 커플의 입에서 ‘솔로는 집에서 케빈이나 봐라’라는 천인공노할 망언마저 나오고 말았으니, 이 무슨 변괴란 말인가.
|
▲당신은 과연 어디에 속해 있는가? |
이러한 사태를 안타깝게 여긴 필자는 그동안 세워왔던 ‘작전계획 - NO.1224 : 크리스마스를 아기예수의 품으로’ 작전을 실시하려 한다. 평소의 상업적인 크리스마스와 커플들의 지긋지긋한 염장에 질린 솔로게이머라면 필자와 함께 이번 작전을 시행해보자. 우리도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권리가 있다!
|
▲뭐 결국은 ‘부러우니 꼬장을 부려보자’가 목적이다 |
현실은 커플의 편이다!
하지만 이미 둘 만의 세계에 빠져 온갖 ‘감언이설’과 ‘음담패설’을 나누는 저 사도의 무리에게 크리스마스의 취지를 되찾기 위한 우리의 깊은 뜻을 알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고로 우리는 이러한 참뜻을 알리기 위해 몸소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이는 우리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현재의 법제 하에서는 마음대로 뜻을 펼칠 수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현실의 법이 우리의 뜻을 따라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손수 ‘법이 없는 세상’을 찾아가면 된다. 바로 온라인게임 속의 세상 말이다.
방해 1. 이벤트를 막아라!
매년 이때만 되면 온라인게임에는 각종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벌어진다. 하지만 그 이벤트의 대부분이 ‘커플게이머’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못 믿겠다면 아래 뉴스를 보라!
|
▲마비노기 이벤트 스크린샷 |
사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니, 보내줄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솔로게이머는 이벤트도 즐기지 말라는 소린가? 그리고 나오의 산타모자 역시 ‘어디 가서 아이템 자랑할 곳 없는’ 솔로게이머에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이 이런식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이벤트는 커플들을 위한 잔치였다는 말이다!
|
▲솔로게이머의 올바른 산타모자 사용예시 |
|
그럼 이제 이런 편협한 이벤트에 정의의 심판을 날려줄 차례다.
제일 손쉬운 방법은 역시 이벤트 관련 아이템의 사재기다. 이벤트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조리 사들여서 다른 이의 이벤트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모은 아이템은 이벤트가 끝난 후 비싼 가격에 팔아치움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적잖은 자본이 따라줘야 하는데다가 위에 소개한 마비노기처럼 이벤트 관련 아이템을 상점에서 판매할 경우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간다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에는 이벤트에 관련된 악성루머를 퍼뜨리거나 상점의 입구를 막는 방식으로 응용해 주자.
|
▲마비노기라면 ‘케이크는 살이 찐다’라는 단점을 최대한 널리 알리자 |
▲비난 따윈 두렵지 않다! 우리는 성(聖)스러운 임무를 하고 있는 것! |
방해 2. 분위기에 취한 그들을 막아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개발사의 이벤트만이 아니다. 유저들 역시 개발사에서 조장한 각종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취해 평소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벌이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게임 내 결혼식’이다.
|
▲이러한 크리스마스 결혼식이 가장 활발히 벌어지는 게임이 바로 저주받을 게임 라그나로크다 |
물론 결혼식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취해, 혹은 솔로게이머의 염장을 지를 목적으로 이런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일종의 ‘만행’이다. 게다가 심지어는 실제 결혼식도 아니면서 단순히 자신들의 애정을 자랑하기 위해 바닥에 갖가지 장식을 하는 몹쓸 무리들도 있다!
고로 이 역시 훼방을 놓아 주자. 훼방을 놓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장식된 아이템 부근에 가서 열심히 집어먹으면 된다. 최근의 게임들은 주변의 아이템을 집는 ‘토글’기능도 추가되어 있으니 손가락 하나로도 손쉽게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벌은 자금은 지나가는 초보자들에게 나눠주자. 이야 말로 진정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던가!
|
▲물론 ‘크리스마스를 되찾자’는 우리의 대의명분을 설명해줘도 되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방해 3. 순교자가 되어보지 않겠는가!
만약 당신이 ‘진정한 크리스마스’를 맞기를 원한다면, 그래서 자신의 한 몸(캐릭터)을 기꺼이 희생시킬 각오가 있다면, 이 방법을 시도해보자! 바로 커플 전용 PK다.
|
▲이제 당신은 순교자다! |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특히 이렇게 한 번 당하고난 커플은 다시는 외진 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지 않기 때문에 보다 건전한 게임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2:1의 상황에서 싸우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같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서로 간의 대화에 열중해있기 때문에 약간의 레벨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싸워볼만 할 것이다.
|
▲게다가 그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날리는 등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을 자주 시도한다 |
|
PK가 되는 온라인게임이고 자기 캐릭터의 레벨이 높아야 한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성공 시 엄청난 효과를 보장하는 방법이니 ‘도저히 못 봐줄 커플’을 알고 있는 솔로게이머라면 주저 없이 사용 하도록. 게다가 부가적으로 ‘영화의 악당’이 된 듯한 미묘한 쾌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들은 보통 ‘사람이 없는 외진 장소’에 자주 나타나니 참고해두자.
솔로들을 위한 크리스마스는 없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집에 있는 달력을 외면한 채 TV편성표나 뒤적거리는 당신, 올해는 그런 당신을 기꺼이 맞아줄 케빈조차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그런 당신을 위로해줘야 할 온라인게임 역시 각종 이벤트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의도적으로 염장을 지르고 있다. 더 이상 게임이 크리스마스 도피처로의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
▲올해에는 케빈마저 오지 않는다. 물론 25일 오전 11시에 케이블TV 방문계획이 잡혀있긴 하지만, 아무튼 공중파에는 안 온다 |
게다가 애초에 ‘크리스마스를 피해 도망치는 솔로게이머’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솔로가 죄인인 것도 아닌데, 왜 크리스마스만 되면 이런 소외감과 패배감에 빠져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 커플의 손에서 크리스마스를 빼앗는 길 뿐이다!
|
▲이는 단순한 훼방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의 순수한 의미를 되찾기 위한 범세계적인 활동의 효시다 |
▲참고로 솔로게이머에게 가장 좋은 것은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아닌 ‘크리스마스 자체가 없는 48시간짜리 서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
자, 이제 우리가 일어서야 할 시간이 왔다. 크리스마스가 모두에게 돌아오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 열심히 싸워보자!
에필로그
그런데 실은, 이 기사를 쓰던 중 잊고 있던 필자의 여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로 크리스마스의 취지를 살리는 숭고한 일은 여러분의 손에 맡기고 필자는 이만 타락한 커플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가봐야겠다. 그럼 다시 만날 그날까지 Merry Christmas!
|
▲누가 필자에게 돌을 던지리오! 내년에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커플의 길로 넘어 올 것이잖은가! |
- [순정남] '대책 없는 쓰레기'지만, 평가는 좋은 악당 TOP 5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아이온2 출시와 함께 엔씨소프트 주가 15% 급락
- 지스타 불참사 관계자들이 밝힌 '지스타 패싱' 이유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엔씨 신더시티, 멋진 겉모습 뒤 부실한 슈팅게임 기본기
- 라운드8 이상균 디렉터의 소울라이크 신작, 윤곽 드러났다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포토] 지스타 코스프레, 올해 대세는 체인소맨&레제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