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을 알고 있는가? 아마도 게임메카를 이용하시는 게이머라면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이라는 이름에 익숙하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재믹스, 겜보이, 슈퍼콤, 슈퍼알라딘보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아시는 분께 박수 세 번 짝짝짝!
위에 언급한 것들은 모두 예전에 유행하던 8비트, 16비트 게임기의 이름이다.
지금은 게임의 용량이 엄청나짐에 따라 영화를 능가하는 그래픽, 실사를 방불케 하는 영상미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패미콤 시대’ 당시만 해도 게임과 영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화려한 그래픽과 멋진 캐릭터들로 무장한 최신게임보다 그 옛날 조악한 도트 캐릭터와 단선케이블로 연결해서 하던 그 시절 그 게임이 오히려 더 즐거웠다고 느낀다.
비단 필자에게만 그렇게 느껴지는 일은 아닐 터. 지금이야 게임을 하다 막히면 인터넷에서 공략이나 방법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시절이었지만 그 당시엔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니 막히면 마냥 헤매면서 스스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RPG하나 깨는데 수개월씩 걸리던 시절. 왠지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필자뿐일까.
지금부터 그 옛날 게임기, 게임팩에 얽힌 추억담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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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꼬마들의 눈물과 애환이 서려있는 전설의 게임기 패미컴.
첫 번째 이야기 합팩
‘합팩’을 이야기하지 전에 잠깐! 여러분은 게임팩이 무엇인지 아시는지? 올드게이머라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중학생 이하는 뭔지 잘 모르리라. 게임팩이란 CD나 DVD저장방식이 아닌 롬카트리지에 게임을 저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잘 모르시겠다면 아래 사진을 보시면 단박에 알 수 있다.
팩 방식은 요즘도 닌텐도 DS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예전에는 게임팩이 모든 게임의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게임팩의 단점은 제작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며 용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로딩과 별도의 저장장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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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패미컴용 게임팩.
‘합팩’이라 함은 한 가지 팩에 두 가지 이상의 게임이 들어있던 경우를 말한다. 보통 정식으로는 이런 팩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없던 것은 아니었다. 스퀘어소프트의 ‘파이널판타지1,2’ 합본이나 ‘슈퍼마리오 콜렉션’처럼 당당히 정품으로 나온 경우도 있다.) 당연히 어둠의 경로를 통한 불법 팩이 많았는데 그 때는 불법인지 정품인지 복사인지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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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패미컴용으로 나온 '파이널판타지1,2' 합본팩이다. 보기드문 정식 합팩일뿐아니라 패미컴, 원더스완, PS, GBA, PSP로도 출시되고 있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효시.
▲ (아래) ‘합팩’ 중국 혹은 대만이 원산지로 추정되는 불법 합팩.
패미컴 시기에는 4개에서부터 심지어 255개까지 들어있는 ‘합팩’들이 있었다. 그러나 64개를 넘어가면 이름만 조금씩 바꾼 동일한 게임이 많았기 때문에 게임의 개수에는 별 의미가 없었다. 보통은 세이브가 되지 않는 단순한 게임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으며 설사 세이브가 된다 하더라도 십년이 넘은 지금까지 버틸 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합팩’ 중에서도 몇 가지의 게임은 어느 ‘합팩’에서나 빠지면 섭섭한 약방의 감초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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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24in1, 45in1. 뒤로 갈수록 겹치는 게임이 늘기 시작한다.
▲ (중간) '남극탐험'. 코나미의 85년 작으로 대각선으로 달리면서 점프만 누르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클리어할 수 있는 얍삽이가 존재했다..
▲ (아래) ‘패밀리 스타디움’. 남코의 86년작으로 역시 없으면 섭섭한 게임이다.
‘합팩’들 중에서는 '마리오' 시리즈나 '열혈' 시리즈처럼 일정한 캐릭터의 게임만을 모은 것도 있었고 당시의 인기게임을 모은 합팩도 있었다. 지금도 용산 일대, 특히 두꺼비 던전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잘 뒤져보면 찾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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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99년의 인기게임을 모은 '연도합팩'.
▲ (아래) 열혈시리즈만을 모은 '열혈합팩'.
둘째 이야기 게임팩 응급처치
게임기나 게임팩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발생한다. 그때마다 AS를 받을 수도 없고(사실 그 때는 받을 곳도 없었다.) 분해조립을 할 수도 없다. 그럴 때면 체했을 때 손을 따고 놀랐을 땐 우황청심환을 먹는 민간요법처럼 누구나 손쉽게 따라하던 민간요법 응급처치가 있었으니...
바로 팩과 게임기 슬롯부분에 “훅!”하고 바람을 불던 응급처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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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팩하단’. 바람을 불던 곳이 바로 여기.
▲ (아래) ‘슬롯1’. 막고 있던 뚜껑을 열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 응급처치법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검증된 바는 없지만 인터넷도 없던 시기에 입에서 입으로 형에서 동생으로 구비전승되던 방법이던 만큼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려웠다. 이 응급처치법의 의도는 팩과 슬롯부분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여 기계의 로딩작업을 원활히 하려는 것에 그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이물질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것이 아니나 입으로 분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은 중학교 과학시간에 졸지 않았던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다. 입으로 팩을 불 때 침이 튀어 카트리지나 슬롯에 묻으면 부식이 되어 팩이나 게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을 당시의 게이머들은 거의 알지 못했다. 설사 알았다고 해도 남들도 다 하니까 군중심리로 따라했을지도 모르는 일.
무지하다 못해 몽매했던 일부 게이머는 팩에 침을 바르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도 땅을 칠 일이다. 마치 놀랐을 때 우황청심환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대다수가 모르는 상식이 아니었을까. PS: 면봉에 알콜을 묻혀서 닦아주는 것이 옳은 방법!
세번째 이야기 알팩과 곽팩, 그리고 오천원
‘알팩’과 ‘곽팩’이 뭔지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역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을 하자면 ‘알팩’은 케이스와 매뉴얼이 없이 팩만 있는 상태를 ‘알팩’이라고 하고 ‘곽팩’은 케이스와 매뉴얼 등이 완비된 상태를 말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깍팩’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곽팩’과 ‘알팩’의 차이는 그토록 단순하지만 매매시의 가격은 실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일례로 필자가 가지고 있던 ‘성검전설 2’팩을 곽팩으로 구매하려면 9만원이었고 알팩으로 구매하려면 3만원이었다.
같은 ‘곽팩’이라고 하더라도 ‘복사팩’이냐 정품이냐에 따라서 가격차등이 있었으며 매뉴얼과 케이스는 정품인 반면 팩은 복사인 경우에도 가격은 다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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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곽팩’ (아래) ‘알팩’ 매뉴얼과 케이스의 유무는 곧 가격의 차이.
필자가 ‘성검전설 2’를 ‘드래곤볼 초무투전 2’로 바꾸면서 지불했던 비용은 5천원이었다. 이 5천원이라는 기본요금은 특이하게도 택시기본요금이나 자장면 값처럼 용산이나 동네 게임샵이나 동일했으며 ‘곽팩’으로 ‘알팩’을 바꾼다고 해도, 사슴이 장대에 올라 로꾸거를 부르는 사태가 온다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는 불가항력의 일이었다. 물론 가격대가 높은 팩으로 바꿀 때는 추가금을 얹어주는 방식을 취했었다. 필자 역시 ‘성검전설 3’를 하기 위해서 ‘마리오카트’ ‘알팩’과 추가금 2만5천원을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용산에서는 게임샵마다 게임의 단가표시를 해놓은 종이가 있었으며 그 게임단가 표시는 게임샵마다 동일했었다. 그러나 그 표기 가격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으며 보통 그 가격에서 5~10%정도 디스카운트 해놓은 가격으로 거래되었다.(물론 그 가격 그대로 다 받는 곳도 있었다.) 동네 게임샵의 경우는 용산처럼 단가를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주인아저씨의 주먹구구에 의거한 ‘아니면 말구’ 식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편이었다.
지금까지 게임팩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보았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용산 등지에서 헐값에 팔리는 게임팩이지만 당시만 해도 매우 고가였다. 지금도 게임 값이 5만원을 넘기면 매우 비싸다고 여기지만 당시에는 여간한 게임팩의 가격은 10만원을 호가했었다. 그렇게 어렵게 얻은 만큼 게임팩에 대한 애착도 컸으며 몇 달 내내 그 게임만 하곤 했다. 일본어도 전혀 모르고 RPG게임을 했지만 마법의 이름은 글씨의 모양으로 외웠고 막히는 부분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돌파하곤 했었다.
지금의 게이머들 보다 예전의 게이머들이 오히려 더 끈기가 있고 열정이 있었다고 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10년전 10만원을 호가하던 팩을 7천원에 파는 게임샵 앞을 지나며 문득 쓴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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