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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으로 사람 쏘는데? FPS와 스타2의 심의 형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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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으로 사람 헤드샷 날리는 FPS게임은 ‘15세이용가’주고 그저 피만 튀기는 스타2는 ‘청소년이용불가’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심의등급이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을 때 어느 게이머가 커뮤니티에 올린 항변이다. ‘스타2’ 심의기준으로 문제가 된 것은 폭력성과 언어, 약물 등 총 3가지로 이중 신체절단, 혈흔표현 등 폭력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에 블리자드에서는 테란 진영에서 붉은 색 선혈과 신체훼손이 표현되는 해병, 불곰, 사신 등 총 6개 유닛에 대해 해당 사항을 수정, 삭제함을 물론 저그 유닛 및 건물 파괴 시 발생하는 붉은색 혈흔을 검은색으로 변경 하는 등 대대적 수정작업을 가해 12세 등급으로 재심의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해병의 몸에 피가 아니라 먹물을 흐르게 하는 게 게임위의 심의기준이냐’라고 따져 물으며 ‘이 참에 저그 유닛을 오징어, 꼴뚜기, 문어로 바꿔라’라는 등 ‘스타2’ 심의기준을 비꼬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스타2, '청소년이용불가' 판정, 따지고 보면 합당하다. 그러나...

사실 게이머들의 이러한 반발은 단지 게임위가 ‘스타2’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판정한 것’만’ 가지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공격 받은 유닛이 선혈을 뿌리며 사지가 분리되는 장면을 보건데 객관적인 기준과 납득할만한 설명만 있다면 충분히 게이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심의등급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이미 15세와 18세를 사이를 줄타기하며 어느 쪽에 발을 놓느냐에 따라서 심의기준을 가르는 게임들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FPS게임이 그렇다. 피가 튀기고 사지가 분리되는 비주얼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총을 가지고 인간을 쏴 죽인다는 설정 하나만으로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게임의 특성상 머리를 조준해 헤드샷으로 한방 킬을 유도하곤 하는데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해 머리를 노리도록 유도하는 게임이 15세이용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요컨대 장르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폭력성에 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이다.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긴 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게임위는 금일(18일) 미디어 언론을 초청해 ‘스타2’ 심의 형평성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FPS게임’ 심의 등급에 대해 게임위가 어떤 기준으로 등급 심의을 판정했고 ‘스타2’는 어떤 기준으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타2, '청소년이용불가'의 결정적 요인은 폭력성

게임위가 말하는 '스타2' 청소년이용불가 심의 등급의 주된 원인은 바로 폭력성이었다. 물론, '청소년이용불가'라는 판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평가가 이루어졌겠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제공한 요인은 '선혈'과 '신체훼손'이었다. 피와 폭력에 대한 요인은 얼핏 보면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이지만 풀3D로 캐릭터가 묘사되고 카메라 시점이 Zoom-in, out이 지원되면서 더욱 적나라하게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스타2'는 유닛 하나당 5개 이상의 다양한 죽음에 대한 표현이 제공되기 때문에 총이나, 미사일, 불, 날카로운 흉기 등 어떤 무기로 죽었느냐에 따라 리얼하게 조각난 사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혈과 신체훼손을 수정 삭제한 상태로 심의등급을 신청한 '스타2'는 과연 12세나 15세 이용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게임위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날 기자연구모임에 참석한 이수근 위원장은 '스타2'는 폭력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심의검토가 이루어진 만큼 단지 폭력성을 삭제 했다고해서 심의등급이 바뀔 수 있다는 예단은 금물이라고 못박았다. 물론 심의등급에 영향은 있겠지만 오로지 폭력성만으로 '스타2' 심의등급을 매기진 않았다는 말이다. 이위원장은 덧붙여 게임위가 '스타2' 베타버전과 출시버전에 대해 일관적이지 못한 심의등급을 적용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테스트 버전이기 느슨한 심의 기준이 적용된 게 사실이다'라고 말해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이위원장은 이어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테스트 버전에서도 동일한 심의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밝혔다.


▲더욱 리얼하게 변한 저그는 초기엔 징그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FPS게임, 선혈과 신체훼손이 심하지 않으면 15세이용가

'스타2'에 대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분류 판정이 합당하다면 총을 사람을 죽이는 FPS게임은 어떨까? 국내 FPS게임의 대부분은 15세와 18세로 심의를 받고 있으면 로그인한 계정 정보를 토대로 나이에 맞는 심의등급의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클라이언트라도 15세로 로그인하면 죽여도 피가 보이지 않지만 18세 이상으로 로그인하면 피와 신체훼손 등의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웹젠의 '배터리'다.

게임위에서는 현재 선혈 표현 등 폭력성이 과도하지 않은 FPS게임에 대해서는 15세 등급을 허용하고 있으며 과거 '페이퍼 온라인'이라는 FPS게임이 12세 이용가를 받은 바 있지만 인간형 생물을 죽이는 모든 게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15세 이상의 등급을 기준으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본인은 기사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FPS게임은 분명 사람을 죽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게임 시스템 역시 의도적으로 머리를 조준해 죽이는 등 효율적인 살인에 초점에 맞춰진 만큼 피가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심의 등급을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현존하는 FPS게임의 심의등급이 모두 상향 평준화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사건만 터지면 항상 도마 위에 오르는 게임심의 기준에 대한 지긋지긋한 논쟁을 애초에 종식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현재 스타2 심의결과 이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라 게임위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분위기가 이 정도는(선혈이나 신체훼손이 과도하지 않으면)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섣불리 잣대를 들이댔다가는 더 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붉은 피는 18세, 검은 피는 15세?


폭력성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이날 게임위에서 설명한 '폭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기준은 본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작성된 구체적인 자료였다. 단순히 비주얼로 판단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장르적 특성을 물론, 세계관, 시나리오, 전투방식, 심지어 음향효과까지 다방면에서 고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해 줄만 했다. 하지만, 심의등급의 큰 흐름을 쥐고 있는 저울의 눈금이 여전히 비주얼에 치우쳐져 있고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의 무게에 따라 각기 다른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었다. 과몰입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없었더라면 '스타2'가 과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을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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