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오늘은 삼일절이다. 독립운동이 촉발되었던 ‘1919년’은 다른 말로 ‘아이구 아이구’ 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의 식민 지배의 악랄함이 극에 달했다. ‘유관순 열사’로 대표되는 3.1 운동은 1919년 3월 1일, 당시 민족대표들이 인사동에 위치한 요리집 ‘명월관’의 별관이었던 ‘태화루’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틀 뒤인 3일 고종 독살설이 퍼진 것을 계기로 독립을 향한 민족 운동이 전국적으로 봉기해 2개월 간 이어졌다.
실제 사건인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 운동’은 인종과 시대를 초월해 범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용이한 소재로 자리잡아왔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인 ‘게임’ 역시 이를 주제로 다양한 ‘구국영웅’을 탄생시켜왔다. 그들의 이야기를 게임메카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치 지배 하에 놓인 파리를 비추는 한 줄기 빛! - 사보추어
나치의 폭정을 소재로 한 영화를 감상하면 게릴라 이후 ‘사보추어’라 외치는 독일 군인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괴 공작원’이라는 뜻을 지난 ‘사보추어’는 당시 박해를 피해 숨어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2009년 12월, PC와 PS3, Xbox360 기종으로 출시된 ‘사보추어’는 나치의 지배 하에 놓인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제 2차 세게 대전의 실화를 재해석해 개발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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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지배로부터 파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나선 '숀'의 이야기를 다룬 '사보추어'
주인공 ‘숀 데브린’은 지하 세계에서 활동하며 ‘파리’를 해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한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 투쟁을 벌인 우리나라의 독립 투사를 떠오르게 한다. ‘숀’의 활약으로 인해 해방된 지역은 어두운 흑백에서 본래의 아름다운 총천연색으로 되돌아온다. 게임 진행 정도를 필드의 색채 변화로 표현한 세련된 연출은 암흑에서 깨어난 국가의 영광스런 독립을 시각적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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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처리된 배경이 암울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조로 한 ‘사보추어’는 게임 속 무대인 ‘파리’의 정경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게임 내에는 파리의 명물인 ‘에펠탑’은 물론 ‘파리’의 젖줄인 ‘세느강’의 제방, 연극 배경으로 유명한 ‘노틀담 사원’과 ‘샹젤리제 거리’ 등 1940년대 나치 정권 하의 파리를 사료를 토대로 그대로 재현했다. 과거 파리의 퍼즐 같이 복잡한 시가지는 주인공 ‘숀’이 상황에 따라 탈주 경로를 다각도로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제공한다.
폭정에 시달리는 알비온 왕국을 구해라! - 페이블 3
‘갓 게임의 창시자’ 피터 몰리뉴의 대표 타이틀 ‘페이블’은 왕국을 마음대로 다스릴 권한을 플레이어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게임 안에 넘치는 자유도를 구현해내었다. 이 ‘페이블’의 최신 타이틀인 ‘페이블3’은 ‘왕’이 되기 위한 시련을 게임 전반부에 삽입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전대 왕의 후손으로 태어난 플레이어는 무자비한 폭정을 서슴지 않는 ‘알비온 왕국’의 왕을 상대로 혁명을 일으킨다. 백성의 원성을 산 그 폭군은 다름 아닌 주인공의 친형제였으나, 중대한 국익 앞에 혈연은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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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폭정을 서슴치 않은 폭군을 몰아내자! '페이블3'의 콘셉 아트
‘페이블3’의 협동 플레이는 ‘혁명’을 향해 달려가는 플레이어 앞에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 이 협동 모드를 통해 만난 두 플레이어는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라는 고전적인 원칙에 따라서 서로 경쟁하거나, 같이 힘을 합쳐 폭군에 맞서 싸울 수 있다. 만약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이성이라면 결혼해 자손을 볼 수도 있다. 이렇게 태어난 플레이어의 자손들은 ‘왕’을 도울 새로운 아군으로 성장해 효도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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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온 왕국'을 구제하면 이 나라의 국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
폭군을 처단한 주인공은 ‘알비온 왕국’의 새로운 국왕으로 군림한다. 혁명의 대가가 ‘나라’ 전체라니, 이만큼 호사를 누린 구국영웅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힘들게 찾은 평화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그리고 앞으로의 통치 방향은 어떻게 될 지, ‘알비온 왕국’의 흥망성쇄는 전적으로 플레이어 손에 달려있다.
임진왜란! 조선의 투쟁 의지를 그렸다! - 임진록2: 조선의 반격
조선에 침공한 일본을 물리치는 과정을 그린 ‘임진록’은 그야말로 3.1 운동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국내 게임사인 HQ팀이 제작한 ‘임진록2: 조선의 반격(이하 임진록2)’에는 조선과 일본, 그리고 명나라가 등장한다. 각 국가 메인 스토리 중, ‘조선편’은 왜구의 침공을 받아 평양성으로 긴급 대피한 조선이 이순신을 비롯한 각 장수를 활약으로 다시 일어나는 전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 3세력인 ‘명’까지 합류한 ‘임진록2’는 전작보다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더욱 상세하게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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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에 잘 어울리는 게임 중 하나인 '임진록2: 조선의 반격'의 포스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만큼 ‘임진록2’에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영웅 및 유닛이 등장한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밥심’을 든든히 채워준 ‘농부’는 물론 백성들의 항쟁 정신을 기린 ‘의병’, 조선의 핵심 병기, ‘거북선’ 등이 조선의 일반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위인전에서만 보던 명의 ‘허준’, ‘곽재우’, ‘이순신’, ‘유성룡’ 등의 든든한 영웅들이 조선 진영의 뒤를 든든하게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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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조선의 장수들을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임진록2’의 스토리 진행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조선의 반격에 밀려 힘없이 퇴각하는 일본군의 스토리까지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편’의 마지막 이야기인 ‘전쟁의 끝’에서는 본국의 철군 명령을 받고 후퇴를 준비하는 ‘우기다’와 ‘세이쇼오’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다. 승리가 아닌 상처뿐인 생존을 위해 ‘동쪽의 섬’을 최후의 보루를 잡고 조선군에 투항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남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힘을 손에 넣은 나치와의 한판승부! - 울펜슈타인
2009년 8월, PC와 PS3, Xbox360 기종으로 최신작이 출시된 ‘울펜슈타인’은 1인칭 액션의 대명사이자 올드 유저의 향수를 자극하는 명작 고전으로서의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나치에 대항하여 레지스탕스의 활동을 돕는 미국의 비밀정보국 ‘블라즈코위츠’는 부활을 맞이해 새로운 세력과 맞붙게 된다. 바로 SF 느낌이 물씬 나는 새로운 능력, ‘베일’을 사용하는 나치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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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나치와의 한판 승부를 그린 '울펜슈타인'
물론 주인공인 ‘블라즈코위츠’ 역시 이 ‘베일’을 사용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베일’을 사용하면 과거부터 미래까지 순식간에 오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하던 일반적인 총기구는 물론 ‘미립자 캐논’, ‘테슬라 건’ 등 미래 시대에 개발된 최신 무기까지 다채롭게 입수해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새로 환골탈태한 만큼 주인공이 다룰 수 있는 병기의 폭이 대폭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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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대의 무기 중 하나인 '테슬라 건' 플레이 스크린샷
하지만 이 ‘베일’이 주인공에게 이점만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전작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적이 레지스탕스를 지원하려는 플레이어의 앞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장막’의 놀라운 능력에 중독된 나치군은 물론, 기울어진 시공간 사이에 형성된 이공간에서 나타난 각종 돌연변이 괴물들까지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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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힘을 지닌 '베일'에 중독된 나치군
헬멧에 자리한 '히켄크로아츠'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나치를 소재로 다룬 ‘울펜슈타인’은 십자가의 끝을 꺾어놓은 ‘나치’의 상징 ‘히켄크로아츠’가 스테이지 전면에 노출한다. 이 때문에 ‘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독일의 경우, 후폭풍을 예감한 유통사, 액티비전이 스스로 현지에 출시된 타이틀을 전량 회수하는 웃지 못할 사건까지 발생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인들의 독립정신! - 독립전쟁: 리버티 오어 데스
현재 초강대국으로 자리하고 있는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로 그 역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본국의 가혹한 지배와 중상주의 정책에 반감을 가진 미국 13주 식민지가 서로 연대를 맺고 독립을 달성한 ‘독립전쟁’은 대표적인 독립 사태로 언급된다. 1993년, PC 기종으로 출시된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독립전쟁: 리버티 오어 데스’는 그 제목대로 ‘자유’ 아니면 '죽음'을 택했던 미국인들의 항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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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도 자주 등장하는 '보스턴 차 사건'을 설명하는 게임 속 장면
게임 속의 등장 국가는 총 7국이지만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에 한정되어 있다. 나머지 국가는 NPC 형태로 전쟁에 참여한다. 코에이가 원활한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지사에서 만들었다고 알려진 ‘독립전쟁’은 철저히 미국의 손을 들어준다. 미국의 경우, 독일, 스페인 등의 유럽 열강이 해외 지원군으로 참전하는 경우가 발생해 비교적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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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민심을 사로 잡아야 독립을 이룰 수 있다!
당시 미국에 거주한 시민들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군에 세금을 내며 '독립전쟁'을 지원했는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게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마치 선거유세를 펼치는 것처럼 퍼레이드도 열고, 심금을 울릴 연설도 하면서 자신의 진영에 대한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 각 주의 정치가들은 여론을 바탕으로 플레이어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이기 때문에 민심농사를 잘 지어야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성공을 맛볼 수 있다.
호국 정신을 기리는 3.1절, 국기 계양을 잊지 맙시다!
기사에 소개한 것 외에도 ‘구국’을 소재로 다룬 게임은 무궁무진하다. 나라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서슴없이 몸을 던지는 영웅들의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던 이상향 중 하나다. 게임 주인공 중, 유달리 이러한 콘셉의 영웅이 많은 이유는 그들을 통한 간접 체험을 원하는 게이머들의 니즈가 충분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현재 리비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시위와 무력진압이 반복되는 혁명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그들은 자유를 향한 의지를 꺾지 않지만, 현실은 게임만큼 녹록하지 않아 상황이 호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독립투사는 고난을 거쳐 후손들에게 ‘독립’이라는 귀중한 유산을 물려줬다. 그들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3.1절, 오랜만의 공휴일을 맞아 야외로 나들이가는 것도 좋지만 베란다 한 켠에 태극기를 계양하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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