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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시장 전망 ② 아케이드] 사라져가는 오락실, 희망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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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Arcade)의 어원은 건축에서 비롯된다. 아케이드란 아치형으로 이루어진 큰 홀이나 통로 공간으로, 콜로세움의 테두리 등을 생각하면 편하다. 이는 현대로 오면서 양쪽에 상점이 있고 위쪽이 지붕으로 덮혀 있는 상점가를 칭하는 용어로 변했는데, 이러한 상점가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아케이드 게임이다. 이처럼 아케이드 게임은 어원에서와 같이 ‘상점’ 에서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개발된 최초의 게임 형태(아케이드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당시 컴퓨터 가격은 집 한 채 가격을 능가했으며, 콘솔은 존재하지도 않았음)이다.

이러한 아케이드 게임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대략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 사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갤러그’ 등의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은 국내 게임산업의 태동을 불러일으켰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뇌리에 ‘게임(전자오락)’ 이라는 단어를 심어주었다. 7,80년대에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백이면 구십구 이상이 오락실(혹은 문방구)에서 게임을 처음 접했을 것이다.


▲ 놀이터나 공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에게 번쩍번쩍한 전자오락은 문화 충격이었다

그러나 2010년 국내 게임산업에서 아케이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1%에 불과하다. 오락실 자체의 수도 엄청나게 줄어들어 현재 전국의 청소년 오락실은 약 600여개로 추산된다. 그나마도 영화관이나 몇몇 대형 오락실을 제외하면 찾기 어렵고, 게임 자체도 ‘철권’, ‘BEMANI’ 등 매니아층이 형성된 게임만이 겨우 살아남아 있는 정도(코인노래방을 게임으로 치지 않을 경우)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침체되어 너무 슬픈 오락실 유저로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해봤다. 아케이드 게임의 재도전을 위해서.

국내 게임시장을 이끌어 온 아케이드 게임

국내에 아케이드 게임이 처음 들어온 시기는 공식적으로 1972년 전자유기장이라는 형태의 사격 게임장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전자오락의 형태로 대중화된 것은 1980년을 전후하여 ‘스페이스 인베이더’ 와 ‘갤러그’, ‘팩맨’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입되던 시기이다. 특히 80년대 후반은 ‘버블버블’, ‘테트리스’, ‘더블 드래곤’ 등 다양한 장르의 주옥 같은 게임들이 연달아 출시되던 시기였다.

그리고 1991년 출시되어 오락실 ‘붐’ 을 일으킨 ‘스트리트 파이터 2’ 를 시작으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 쇼다운’, ‘버추어 파이터’, ‘철권’ 등 대전격투 장르 게임들이 연달아 출시되었으며, ‘버추어 레이싱’ 등 체감형 리얼리티 게임까지 등장하며 바야흐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 시기의 아케이드 게임은 패미컴, 메가드라이브, 세가 세턴 등 가정용 콘솔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일부는 그나마 비슷하게 따라잡은 게임도 있지만) 퀄리티를 자랑했으며, 그야말로 최첨단 게임 산업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진짜 게임을 하고 싶으면 오락실에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 '스트리트 파이터 2' 를 집에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필자가 어릴 때 늘 달고 살던 생각이다

이 상승세는 IMF와 PC방 문화의 확산으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2000년 전후까지 계속된다. ‘스타크래프트’ 와 온라인 게임의 폭발적인 열풍은 ‘잘 나가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흔들어놓았고, 골목 구석구석에는 소규모 오락실 대신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아케이드 게임계는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 과 ‘펌프 잇 업’, ‘비트매니아’ 등을 앞세운 리듬 액션 게임을 내세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오락실에는 게임 효과음 대신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그 동안 오락실의 어두운(?) 분위기에 발길을 꺼려하던 여성 게이머들도 서서히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소형 오락실은 이러한 대세를 따라가기에 자금적/공간적인 여유가 부족했고, 한때 2만 곳을 넘어서던 국내 오락실의 약 절반 가량이 서서히 문을 닫았다.

그러나 2002년 13,000곳까지 떨어졌던 국내 오락실의 수는 2006년까지 오히려 조금씩 증가했다. 폐업해가는 청소년 오락실의 자리를 성인용 오락실이 우후죽순처럼 채워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국내의 아케이드 게임 관리/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사행성 게임 중심(주로 경품 형태로 제공한 후 환금하는 형태)의 성인오락실은 ‘돈이 된다’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6년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야기됐다.

수많은 아케이드 게임장 점주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되는 바다이야기 사태가 아케이드 게임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2006년 당시 15,000여 곳이 성업 중이던 아케이드 게임장의 수가 2년 후인 2008년 1,600 곳으로 1/1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통계적 자료 외에도, 일반 국민들과 정부는 ‘오락실’ 이라는 시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한 아케이드 게임계의 추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에 설립된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그 원인이 된 아케이드 게임에 있어서 유독 엄격한 규제를 가했으며, 이로 인해 현재도 아케이드 게임은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의 이분법을 적용받고 있다. 실제로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인 ‘철권 6: BR’ 의 경우 인간형 로봇 신규 캐릭터의 팔에서 체인톱이 나오고 머리를 뽑아 폭탄처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적이 있다. 이는 다른 플랫폼(온라인, 콘솔 등)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엄격한 규제이다. 현재 일반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구동할 수 없기 때문에 ‘철권 6: BR’ 은 톱날과 머리 빼기를 삭제한 수정본으로 재심의를 받았고, 겨우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아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다.

가려진 커튼 틈 사이로~ 침체의 늪에 빠지다

성인오락실이라는 거품이 빠져나간 국내 순수(?) 아케이드 게임장의 수는 2009년 기준 전국 600여 곳으로 추산되었으며, 그나마 신작 게임을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곳은 그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나마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쇠퇴 이상의 표현을 찾기 어렵다. 영화관 옆에 아케이드 게임장 한 곳이 생길 때 근근이 버텨 오던 세 곳이 문을 닫을 정도니 말이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불분명한 시장성, 엄격한 규제, 그리고 킬러 타이틀의 부재다.

먼저 아케이드 시장의 불분명한 시장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사태다. 아케이드 시장이 황금기에는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케이드와 거의 다를 바 없는(심지어 더 뛰어나기까지 한) 퀄리티의 게임을 가정용 콘솔, 휴대용 콘솔, 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케이드 게임장을 찾는 대표적인 목적 중 하나가 흐릿해진 것이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잠자기 전에, 심지어 학교와 직장에서도(!) 잠깐씩 게임을 즐기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 굳이 (몇 개 되지 않는)아케이드 게임장까지 찾아가서 돈을 지불하며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나날이 높아지는 게임 기기 가격(철권6 기기의 경우 대당 2천만 원 수준), 그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은(올리지 못하는) 게임 이용비 등은 아케이드 게임장을 운영해볼까 하는 사업자들에게 그로 인한 기회 비용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끔 한다.


▲ 최신 게임기일수록 기기 값은 더욱 비싸진다
소규모 게임장은 기기 하나 들여놓기도 어려울 정도

엄격한 규제 또한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긍정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제 2, 제 3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한 전반적인 산업 위축은 시장 규모를 작게 만들었고, 조금씩 싹이 트려 하던 수많은 국내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사행성 게임업체 제외)들은 그대로 고사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들도 상당히 위축되어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정서적으로 맞는 콘텐츠 부족을 낳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즐기고 싶어하는 일명 ‘킬러 타이틀’ 의 부재도 문제다. 과거 인기를 모았던 ‘스트리트 파이터’, ‘더 킹 오브 파이터즈’, ‘펌프 잇 업’ 등의 게임들은 전성기에 비해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고, 라이트한 게임들은 이미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외면받고 있다. 그나마 현재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인기 있는 게임은 ‘철권’ 시리즈, ‘BEMANI’ 리듬 게임 시리즈 등의 스테디셀러들이다. 이 게임들은 이미 매니아층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쪽박만 차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수익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반대로 매니아층의 계속되는 요구를 조금씩 받아들이다 보니 게임 진입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신규 유저의 유입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결국 아무리 잘 만들어도 중박이다.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도 기존 유저들에게는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긴 하지만 신규 유저들이 손쉽게 접근하기엔 아직 힘들어 보인다.


▲ '철권' 시리즈 최신작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그러나 더욱 복잡해진 시스템 탓에 신규 유저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1%의 시장 점유율, 늘릴 방법은 있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미래가 밝아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 중에서 킬러 타이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솔직히 운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침체 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들이 지금의 환경에서 과거 오락실 붐을 일으켰던 ‘스트리트 파이터 2’ 나 ‘비트매니아’, ‘DDR’, ‘펌프 잇 업’ 같은 게임들을 출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은 외국 개발사들의 선전을 기대해야 한다.

현재 전세계(특히 일본) 아케이드 게임의 방향은 어느 쪽일까? 이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일본에서 개최된 아케이드 게임 제전 ‘AOU 2011’ 을 보면 답이 나온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드래곤볼 젠카이 배틀 로얄’ 등은 온라인으로의 연동과 정보공유 등을 통해 아케이드 게임장 밖으로의 소통을 시작했으며, ‘메탈 기어 솔리드 아케이드’, ‘유비트: 코피어스’ 등은 3D 입체 헤드셋과 전용 컨트롤러 등 가정에서 쉽게 마련하기 힘든 고급형 시뮬레이터 기기를 도입하고 있다. ‘러브플러스 아케이드’ 의 경우에는 남성 게이머들의 덕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니 그 중 ‘대박’ 이 터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


▲ 3D 입체와 체감형 컨트롤러를 지원하는 '메탈 기어 솔리드 아케이드'
이러한 기기는 집에서 갖추기엔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장을 찾도록 이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먼저 업주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기 구입 비용을 줄이거나 수익 자체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수익을 높이려면 유저 회전율(대미지 설정을 높게 하거나 라운드를 줄이는 등)이나 게임 이용가격을 높여야 하는데 둘 다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결과적으로는 업주들에게 상당한(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기기 구입 가격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인 듯 하다.

이쯤에서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기 렌탈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기 렌탈 방식은 말 그대로 소량의 보증금만 지급하면 개발사(혹은 유통사)가 게임장에 기기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은 업주와 개발사가 나눠 갖는다. 현재 ‘버추어파이터 5’ 등의 게임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개발사에게는 지속적인 이득을 보장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게임사와 직접 계약을 맺건, 국내 업체에서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들건 일단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제도적 관점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문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놀란 가슴, 철권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 현재 국내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대한 제제는 꽤나 높은 편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악덕 업체들이 존재하고, 게임위 출범 이후 그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으로 꽤나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불법/편법 게임들은 확실히 잡아내야 하겠지만, 사행성 요소가 중심이 되는 성인게임물과 게임성이 중시되는 청소년게임물에 같은 규정을 적용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케이드 게임에도 종류가 많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깨닫게 할 수 있을까?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지원도 절실하다. 최근 아케이드 게임 최초의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철권’ 시리즈처럼 e스포츠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 대한 관련업계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새로운 ‘붐’ 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세계 최초 '철권' 프로게임단 '나진 엠파이어'

90년대까지 국내 게임시장을 이끌었던 아케이드 게임은 여러 가지 악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급속히 하락했다. 아케이드 게임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상황을 막연히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순 없다. 아케이드 게임장이 건전한 놀이 문화로 자리잡고, 그를 위한 제도적 조치가 마련되고, 여기에 약간의 ‘운’ 만 더해진다면 90년대와 같은 황금기의 도래도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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