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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게임의 리부트, 재도약의 발판인가 우려먹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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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ot [타,자동사][VN, V] (컴퓨터)

동사: 되 띄우기. 재시동. 소프트웨어를 재시동하여 시동시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시스템 파일 등을 다시 판독하여 환경을 재구성하는 일.

'리부트' 란 재시동, 되돌아가다 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영화, 만화영화, 게임 업계에서 고루 사용하는 용어(시스템) 중 하나다. 물론 언급한 문화산업 중에 가장 오래되고 삽질이 심한 영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잘 나가는 작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지만 도중에 작품을 홀라당 말아먹거나, 어른의 사정으로 시리즈 유지가 힘들어지거나, 스토리와 같은 주요 설정이 안드로메다로 떠났을 때... 아무튼 시리즈가 교착상태에 빠져 다 갈아 엎어버리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필살기' 중 하나인데, 아예 리셋시키는 것이 아닌 가장 기본이 되는 설정만을 남겨두고 시리즈를 이어가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시리즈를 다시 만든다는 점에서는 '리메이크' 와 비슷하지만, '리부트' 는 ‘다시 시작한다’ 는 의미가 조금 더 강하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부트' 는 단순히 과거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한 얕은 수작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리즈로 나아가기 위한 재도약의 발판일까? 최근 발매된 여러 '리부트' 게임들을 통해 살펴보자

‘아도겐’ , ‘워류겐’ 의 추억을 부활시키다: 스트리트 파이터 4

2007년, 그러니까 대전액션게임이라는 장르의 시발점이 되는 ‘스트리트 파이터(이하 스파)’ 가 발매된지 20주년이 되던 해에, 캡콤의 오노 요시노리 감독은 ‘스파’ 시리즈 의 신작인 ‘스파 4’ 를 내놓겠다는 깜짝 발표를 한다.

2D 대전액션게임의 최고봉이라 불리 우던 ‘스파’ 시리즈는, 계속 우려먹기만 하던 ‘스파 2’ 에서 벗어나 시리즈를 이어가게 되는데, 1995년 스파 제로(외수판 알파)를 발매하게 된다. 스토리 상 시리즈의 중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존에 익숙한 ‘스파 2’ 캐릭터들이 대거 물갈이 되고 시스템 또한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여 ‘스파 3’ 시리즈에서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기존의 캐릭터는 류와 켄을 제외하면 모두 교체되고 시스템 또한 대전액션게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도 사용하기 힘들어지면서 점점 매니악해진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는 시리즈가 외면 당하면서 정식 수입조차 되지 않는 수모를 겪는다.

그리하여 ‘스파4’ 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전설적인 타이틀 ‘스파 2’ 를 토대로 제작하게 되는데, 이는 캐릭터 구성에서도 확실히 들어난다. 소싯적 오락실 좀 다녔다면 친숙할 ‘스파 2’ 의 캐릭터 12명이 부활하고 ‘스파 4’ 만의 오리지널 캐릭터 몇 명만을 추가하여 ‘스파 2’ 의 향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어렵게 느껴지던 시스템을 최대한 간략화하고 간편화 하여 ‘스파 2’ 시절과 최대한 흡사하게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와 같이 손이 느린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스파 4

시대에 맞춰 ‘스트리트 파이터 4’ 도 3D 그래픽을 사용하지만 ‘철권’ 이나 ‘버츄얼 파이터’ 와 다르게 횡이동 등이 없고 기존의 2D대전액션게임 스타일을 유지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다. 이는 예전 ‘스파 2’ 시절의 피 튀는 싸움의 추억을 되살려주는데 충분한 역할을 하며 ‘스파 4’ 를 다시금 대전격투게임 계의 메이저이자 대중적 인기를 끈 히트 타이틀로 끌어올린다.

차세대 게임기, HD 그래픽 X까! 나는 8Bit라고!!: 록맨 9

1987년 세계 최초로 속성시스템을 도입한 횡스크롤 액션 ‘록맨 1’ 을 시작으로 총 9개의 시리즈가 나오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후 록맨의 이름을 딴 ‘록맨 X’ 시리즈, ‘록맨 제로’ 시리즈, ‘록맨 ZX(젝스)’ 시리즈, ‘록맨 EXE’ 시리즈, ‘록맨 대쉬’ 시리즈를 양산하기 시작하고 워낙 그 수가 많아서 기존의 ‘록맨’ 은 ‘록맨 클래식’ , 또는 ‘오리지널 록맨’ 이라고 따로 부르는 정도에 이르렀다. ‘록맨’ 시리즈는 보는 바와 같이 캡콤에게 있어서 잘 팔린 시리즈를 양산시키는 최초의 사례로 뽑힌다.

그 후 캡콤은 2008년, 10여년 만의 정식 ‘록맨’ 시리즈 ‘록맨 9’ 를 출시한다. 독특한 점은 8Bit의 도트와 뿅뿅거리는 특유의 효과음을 사용한, 즉 무려 패미컴 시절의 모습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다. 마치 드로이안이나 돈데크만을 이용해야 할 것 같은 과거시대로 되돌아 간 모습에 필자를 포함한 고전 취향의 유저들은 좋아했지만, 국내의 많은 유저들은 ‘이제 캡콤이 날로 먹는구나’ 하고 분노한다. 사실 올드 유저가 많은 일본과 미국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가 컸지만 말이다.

아무튼 다운로드 방식으로 출시된 ‘록맨 9’ 는 판매 첫 주 만에 140만 달러(한화 약 15억 원)을 벌어들이며 나름대로 선전을 한다. ‘록맨 9’ 는 얼핏 보기엔 촌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우려먹기가 아닌 치밀한 계산 하에 개발된 게임이었다. 실제로 제작자인 이나후네 케이지는 해외에서 Wii의 ‘버추얼 콘솔’ 이 불러온 ‘고전 게임’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었던 것과, ‘록맨’ 골수 팬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이 ‘록맨 2’ 였다는 것에 착안했다. 이에 그는 ‘록맨’ 시리즈의 진정한 재미가 단순하지만 재미있는 플레이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래픽과 사운드를 ‘록맨 2’ 시절로 회귀(리부트)시킨 것이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발매한 게임을 보고계십니다

‘록맨 9’ 는 ‘록맨 클래식’ 시리즈 사상 최초의 여성 보스인 ‘스플래시 우먼’ 이 참전하였으며, 전작에 등장하던 서포터와 기술들은 모두 삭제되고 ‘록맨 2’ 와 동일한 아이템 1, 2, 3호만 구현되었다. 시스템의 경우 개혁이라기 보다는 유저들로부터 호평받아온 전작의 장점을 모아 놓은 형태였으며, 배경음악 또한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유저들의 뇌리에 확실히 기억되었다.

결국 ‘록맨 9’ 는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이후 캡콤은 이와 같은 컨셉의 ‘록맨 10’ 을 출시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록맨 10’ 은 ‘블루스’ 를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다는 점(‘포르테’ 는 유료 DLC로 추가)과 이지 모드가 추가되었다는 점을 빼면 전작과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서 욕만 먹고 쓸쓸히 퇴장하게 된다. 리부트로 흥했다가 리부트로 말아먹는 교과서가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은 2D가 제 맛!, ‘무적의 콧수염 배관공’ :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캐릭터로 손꼽히는 배 나온 아저씨 ‘마리오’ 에게도 리부트 작품이 있다. 바로 닌텐도 DS로 발매되었던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원점 회귀’ 에 가깝다.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는 1985년 발매되어 대 히트를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1’ 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세계 최초의 횡스크롤 액션게임으로, 일본 내에서만 판매량 681만 장, 전 세계적으로 4024만 장을 판매하며 닌텐도 타이틀 사상 현재까지도 2위에 위치해 있는 전설적인 타이틀이다.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는 스테이지 마지막에 깃대를 타고 내려가거나, 클리어 후 축포가 터지는 등의 추억의 연출을 사용했으며, 3D 그래픽을 채택했지만 플레이 형식은 과거의 2D 횡스크롤 액션 스타일을 고수한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는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며 NDS의 최고 타이틀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모든 스포츠를 마스터한 채식주의자 배관공의 이야기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의 인기는 2009년 Wii로 발매된 후속작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Wii’ 에까지 이어지며 흥행 신화와 동시에 ‘마리오’ 라는 게임을 신구 세대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마리오’ 시리즈는 과거 만큼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잘 나가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궤도에 오른 게임이라도 성공적인 리부트가 가능하다는 사례로 남는다.

그저 옛날처럼 숲을 달리고 싶었던 ‘푸른 고슴도치’ : 소닉 제너레이션즈

닌텐도가 슈퍼패미컴과 마리오로 재미를 보던 1988년, 일본의 대표 콩라인 세가는 닌텐도를 이기기 위해 세계 최초의 16비트 게임기 메가드라이브(국내정식발매명: 슈퍼 알라딘 보이/수퍼 겜보이)를 출시하고, 마리오에 맞서는 이와 함께 푸른 고슴도치 캐릭터 ‘소닉’ 을 등장시켰다.

'소닉’ 의 풀네임은 ‘소닉 더 헤지혹’ 으로, 세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마스코트 캐릭터로 자리를 잡게 된다. ‘소닉’ 은 ‘마리오’ 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장르를 선택했지만, 스피드감을 중시하는 게임성과 캐릭터, 독특한 특징을 가진 스테이지와 신나는 사운드로 ‘마리오’ 와의 차별화에 성공한다.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는 1, 2, 3편까지 제작되고, 이후 ‘소닉 앤 너클즈’ 에서 인기의 정점을 찍는다. 이후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통해 3D로 스피드를 표현한 ‘소닉 어드벤처’ 를 발매하게 된다. 그러나 드림캐스트는 결국 소니의 PS2와의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세가가 콘솔게임사업을 접으며 ‘소닉 더 헤지혹’ 에도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세가는 게임기 사업을 접은 이후에도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 물론 예상하겠지만 이때부터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는 내리막길을 타게 된다.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은 3D로 넘어가면서 그저 어지러울 뿐이었고, 기존 유저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게 된다. 지금도 두고두고 망작으로 불리우는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 은 ‘소닉’ 시리즈의 몰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후 소닉은 자신의 게임보다는 마리오와 함께 올림픽을 즐기는 곳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세가는 2010년, ‘소닉 더 헤지혹’ 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리부트 작품 ‘소닉 더 헤지혹 4’ 를 발표한다. 사실 가장 처음 출시된 ‘소닉 더 헤지혹 4: 에피소드 1’ 은 눈에 띄는 장점이나 특징이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세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세가는 소닉 발매 20주년을 맞이하여 ‘소닉 제너레이션즈’ 를 발표했다. ‘소닉 더 헤지혹 4’ 에서 보여주지 못하였던 새로움을 담았다는 ‘소닉 제너레이션즈’ 는 2D 횡스크롤 액션이 아닌 3D 형태의 액션으로 구현되었지만, 전작에 등장하는 악당과 동료, 스테이지 등이 모두 리메이크 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게임이 나오지 않아 결과는 모르겠지만, 꼭 부활했으면 좋겠다.


▲ 언젠간 다시 달리는 날이 오겠지...

인간 대 자연 IN ‘라라 크로프트’ : 툼 레이더

일반인들에게는 안젤리나 졸리로 더 유명한 ‘툼 레이더’ 는 사실 ‘인디아나 존스’ 와 비슷한 컨셉의 모험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1996년 당시 치고는 상당히 뛰어난 3D 그래픽과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 의 섹시한 이미지는 ‘툼 레이더 ‘시리즈를 액션 어드벤쳐 게임의 최정상에 올려놓는데 일조한다.

그러나 ‘툼 레이더’ 시리즈는 에이도스의 부진과 함께 점차 내리막을 걷게 된다. 이후 2009년 4월, 에이도스가 스퀘어에닉스와 합병함에 따라 ‘툼 레이더’ 시리즈 또한 길을 잃게 되었다. 합병 이후 첫 작품인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 의 경우에도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고, 이전 작품들은 더욱 참담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스퀘어에닉스는 시리즈를 통째로 갈아 엎는 ‘툼 레이더’ 신작을 공개했다. 크리스탈다이나믹스가 제작을 맡은 신작의 이름은 깔끔하게 ‘툼 레이더’ 로, 중간에 이름조차 기억 나지 않는 시리즈들까지 합하면 통산 9번째 작품이다. ‘여태껏 `툼 레이더` 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을 모두 잊어버려라’ 라는 개발사의 말처럼, 새로운 ‘툼 레이더’ 는 라라 크로프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보여준다.

일단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였던 라라 크로프트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등장하며, 경험도 부족하고 생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각종 조난을 당하며 다치고 떨어지고 얻어맞고 무서워하는 등 엄청나게 다이나믹한 플레이가 특징이다. 외모도 일본 계열사인 스퀘어에닉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꽤나 동양적이고 앳되게 바뀌었다. 마치 성형이라도 한 듯 하다.


▲보는 내가 다 아퍼...

그 외에 리부트 된 ‘툼 레이더’ 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같은 반 오픈 월드를 채택하고, ‘하프라이프 2’ 처럼 물리 표현을 이용한 수수께끼가 존재하며, ‘언차티드’ 와 ‘배트맨 비긴즈’ 같은 분위기를 낸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을 그린 ‘툼 레이더’는 2012년 가을 PC, PS3, Xbox360 플랫폼을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아틀리에 시리즈에 새로운 영광을 안겨준 ‘로로나의 이야기’ : 로로나의 아틀리에

사실 국내 유저들에게는 ‘아틀리에’ 시리즈의 제작사 거스트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딱히 발매한 게임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발매한 게임들도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꽤나 생소하다. 실제로 ‘아틀리에’ 시리즈를 제외하면 국내에 정식 발매된 거스트의 게임은 ‘알 토네리코’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 뿐이다.

1997년 발매된 ‘마리의 아틀리에’ 는 연금술 RPG라는 신 장르와 예쁜 일러스트, 귀여운 게임 진행 덕분에 인기를 끈다. 국내에서도 한글화 정식 발매가 되었으니 말 다 했다. 뭐, 장르 특성상 재료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합성하여 판매하는 플레이 패턴이 전부인 터라, 취향을 많이 타서 평가가 상당히 극과 극을 달리는 게임이기도 했다. 필자와 같이 “귀여워!” 를 외치며 플레이했지만 장르의 벽을 넘지 못하고 GG를 치는 게이머도 많았으나, 의외로 소녀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꼽는 추천 인기 게임 순위에도 들어가곤 했다.

첫 작품 ‘마리의 아틀리에’ 의 성공에 힘입어 ‘에리의 아틀리에’ 등 여러 시리즈가 발매되었으나, 처음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리즈와 장르의 특징 상 ‘매니아들만 즐기는 게임’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버린다. 이에 거스트는 새로운 시도를 위해 RPG나 애니메이션 요소를 넣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외전까지 출시해 봤으나 과거만큼의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09년 PS3로 최초의 ‘아틀리에’ 시리즈가 발매되었는데, 바로 ‘로로나의 아틀리에’ 였다. ‘로로나의 아틀리에’ 는 시리즈를 거치면서 추가되었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전부 버리고, 제 1탄인 ‘마리의 아뜰리에’ 를 기반으로 ‘연금술’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로로나의 아틀리에’ 는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되며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아란드 연금술사’ 시리즈는 ‘토토리의 아틀리에’ , ‘메루루의 아틀리에’ 까지 다시금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도 아직 개인용으로 구입하지 못해서 계속 찾아다니는 중

아이러니한 점은, ‘아틀리에 시리즈’ 의 금기와도 같은 ‘젊어지는 약’ 까지 등장시키면서 흥행의 불을 붙인 로로나를 끝까지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남자들의 대전액션게임도 부활하다 : 모탈 컴뱃 9

미국 대전격투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 ‘모탈 컴뱃’ 은 한참 ‘스트리트 파이터 2’ 가 인기를 끌던 시절, 이를 뛰어넘겠다고 출시된 게임이다. 일단 가장 눈에 뛰었던 점은 그래픽이었는데, 도트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제 사진을 스캔해서 게임에 구현했고, 모션 캡쳐를 이용해 꽤나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했다.

대전격투 게임으로써 ‘모탈 컴뱃 1’ 을 평가한다면 최초의 버튼 가드, 공중 콤보, 숨겨진 캐릭터 등의 시스템들을 탑재한 당시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게임이었다. 그러나 ‘모탈 컴뱃 1’ 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상대방의 척추를 뽑고 사람을 반토막 내는 피니시 연출 ‘페이탈리티’ 였다. 실제로 이는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북미/캐나다 게임물 심의등급 단체인 ESRB가 설립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모탈 컴뱃’ 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북미에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화 되어 발매된다. 그러나 1997년 발매된 ‘모탈 컴뱃 4’ 는 3D 폴리곤 그래픽을 채용하면서 전통과도 같은 실사 그래픽과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던 2D 대전 방식을 버린다. 이 때부터 ‘모털리언(모탈 컴뱃 팬)’ 들은 둘로 나뉘게 되고, 시리즈도 조금씩 정체성을 잃어간다. 꼬여 가는 스토리는 스토리작가마저도 포기할 만큼 엉망이 되어버렸고, 게임성 또한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허술했으며, 시스템도 골수 유저가 아니고서는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그러던 중 미드웨이는 내부적인 자금 문제로 인해 도산하게 되고, ‘모탈 컴뱃’ 의 판권은 워너브라더스로 넘어간다.


▲과거의 영광을 극적으로 되찾은 '모탈 컴뱃'

그리고, 워너브라더스는 ‘모탈 컴뱃(시리즈 상 9탄)’ 이라는 이름으로 시리즈를 화끈하게 리부트한다. 리부트된 ‘모탈 컴뱃’ 은 마치 ‘백 투더 퓨쳐’ 처럼 과거 시대로 돌아간 라이덴 미래의 참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깔끔한 스토리, 역대 게임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지게 표현된 3D 그래픽, 더욱 잔인한 연출을 가능하게 해준 엑스레이 시스템과 ‘모탈 컴뱃 1, 2’ 때의 수위로 돌아간 잔혹성을 자랑하는 ‘페이탈리티’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특히 2대 2 태그 시스템, ‘스파 4’ 처럼 3D 그래픽에 2D 격투 방식을 채택해 기존 팬 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망해가던 시리즈를 부활시켰다. 실제로 ‘모탈 컴뱃’ 은 얼마 전 열린 세계인의 대전격투 게임 대회 ‘EVO 2011’ 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최고로 극적인 리부트 작품으로 손꼽힌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신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금 되살려려주는 리부트는 단순히 시리즈를 우려먹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도약이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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