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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지금 게임 루저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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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Loser, 루저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패배자지만, 문맥적인 뜻은 ‘찌질이’가 더 정확하다. 상대로부터 혀를 차게 만드는 찌질함. “에라이, 루저”라고 뱉게 하는 힘, 그들이 바로 루저다. 그리고 루저들의 중심에서 가장 큰 화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또 있으니. 만국 공통 그들을 게임 루저라 부른다. 

게임루저 왜 ‘흥’하는가


▲ 루저를 의미하는 표시
영미권 나라에서 이마에 'L'자 표시를 했다간 큰일납니다

 몇몇 흑백론자들은 게이머들을 루저라고 부르며, 이들 중 대부분이 어둡고 찌질하고 사회생활 못하고 돈도 못 버는 못생긴 성인 남자일 거라는 공식을 적용한다. 하지만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50% 이상이 게임을 즐기며 산업규모는 10조 이상이라 한다. 이는 편견과 달리 게임루저의 수가 많고 이들이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파워 컨슈머임을 증명하는 자료다.

게임루저들의 영향력은 결국 TV는 물론 많은 대중 매체들에서도 나타난다. 게임을 주제로 다루거나, 게이머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코미디, 드라마까지 일명 ‘게임루저’가 주인공으로 전방위에 나타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들에게 공감하고, 지금에 이르러선 동시대 최고의 히트 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의 트렌드 게임루저

현재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넓게 형성하고 있는 TV 드라마가 있다. 명실공히 국제적인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미국의 ‘빅뱅이론’과 영국 드라마 ’IT Crowd'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주인공들이 게임 루저라는 점이다. 사회에서 '게임루저'로 통하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사회에서는 루저라는 단어로 그들의 순수함을 비웃기도 하지만, 실제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이머의 교과서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 미국 인기 시트콤 '빅뱅이론'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은 미국 CBS에서 2007년도부터 지금까지 총 5시즌이 방영 중에 있는 인기 시트콤이다. 칼텍에 근무하는 세 명의 천재 박사, 한 명의 석사(!)가 자신들과 정반대인 평범한(?) 금발 미녀인 페니와 벌이는 일화들이 재미를 자아낸다.


▲ 그들은 Wii 볼링을 플레이하기 위해 볼링 티셔츠를 맞추는 진정한 게임루저다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음에도, 이들이 루저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부벌레 특유의 낯가림과 자신들의 취미 생활인 게임, 만화에 집중된 생활 방식 때문이다.

‘빅뱅이론’ 내 가장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쉘든 쿠퍼의 게임력을 살펴보자.


들지 말아 줄래요? 목에 걸린 헤드셋까지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다

쉘든은 이미 시즌 1에서 ‘에이지오브코난’에서 쉘도르라는 캐릭터로 레벨80을 달성하였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나이트엘프 도적을 키우고 있다. 그는 모든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사랑하고, 매주 수요일 밤 친구들과 ‘헤일로’를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그가 즐기고 있는 게임은 ‘레드데드리뎀션’이며, 가끔 머리가 복잡한 날이면 ‘레드데드리뎀션’의 주점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 이날 쉘든이 도둑맞은 리스트는
노트북 2대와 PS2, PS3, Xbox, Xbox360, 클래식 닌텐도, 슈퍼닌텐도, 닌텐도64, Wii와
게임타이틀 '헤일로'시리즈, '콜오브듀티'시리즈, '락밴드'시리즈, '파이날판타지'시리즈,
'젤다의전설'시리즈, '슈퍼마리오'시리즈 그리고 '미스팩맨'

쉘든에 뒤진다면 서러울 정도인 하워드 왈로위츠는 MMORPG에 어마어마한 시간을 퍼붓는 기계공학자다.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펫 타이거 버튼을 데리고 다니는 나이트엘프 사냥꾼‘ 왈로위저드(Wolowizard)를 플레이하며, 장비를 갖추기 위해 현질을 아끼지 않는 과감한 게이머다. '에이지오브코난’에서는 왈로위츠가의 하워드경이란 이름으로 수호자를 플레이하면서 여성 유저들에게 작업을 걸기도 한다. 그의 방엔 많은 게임 포스터들이 붙어 있는데 그중 2점은 리니지2 북미 한정 포스터이기도 하다.


워드 방에 걸린 '리니지2'의 포스터는 한동안
국내 유저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빅뱅이론’의 캐릭터가 게임루저들이다 보니 스토리도 게이머들이 겪는 고난들도 녹아있다. 쉘든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계정이 해킹을 당하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의 정보를 알아내고 ‘현피’도 불사한다. ‘현피’란 온라인 게임 문화가 과열되면서 일어난 사회적 문제로,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와 현실에서 직접 만나 폭력 다툼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문제인 줄만 알았던 ‘현피’가 만국 공통으로 일어나는 모습이 공개된 이 에피소드는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하는 빅뱅 에피소드 중 하나로 뽑힌다.


킹당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아이템을 되돌려 받기 위해 '현피'도 불사!


께 던전 레이드도 떠나지만 쉘든이 중요 아이템을 '먹튀'(먹고 튀기)하게 됨

 

지하 사무실에 갇혀 있는 귀족 게이머, IT Crowd

영국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가득 담긴 IT Crowd는 덴홈이라는 거대 기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남자 주인공인 로이와 모스는 덴홈기업의 IT 부서에 일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IT 부서지, 주어진 역할은 직원들의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수리부서나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루저로 무시를 받지만, 이들의 취향만큼은 절대 루저가 아니다.


▲ 영국 인기 시트콤 'IT Crowd'

영국 시트콤 특징상 ‘IT Crowd'는 에피소드 양 자체가 적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빅뱅이론 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적은 노출만으로도 그들이 게임을 향유하는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듣도 보도 못한 고급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IT부서의 사무실은 각종 영화나, 게임, 만화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고, 책장에는 게임 타이틀과 만화책들이 수북하다. 사무실 탁자에는 Wii가 설치되어 있다. 로이는 각종 게임은 물론 영화와 미디어를 골고루 사랑한다. 가장 많은 여성팬을 보유하고 있는 로이는 PC기반 게임을 즐기며, PS3는 물론 Wii, 그리고 차세대 게임기까지 수집한다.


▲  115만 원을 호가하는 야마하의 신개념 악기 테노리-온


▲ 로이가  젤다의 보스를 역동적으로 쳐부시고 있다

공개된 타이틀을 보면 그의 취향은 모션 게임과, 리듬 게임 종류를 즐기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즌3의 3화에서 로이는 Wii를 사용하여 ‘젤다의전설:황혼의공주’의 6번째 보스와 격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뒤로 보이는 아이템은 바로 기타히어로3: 에어로스미스의 기타로 소파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그는 115만 원을 호가하는 야마하는 신개념의 전자악기 ‘테노리-온(TENORI-ON)’도 즐기는 말 그대로 얼리 어답터다.


▲ 공원에서 게임을 즐기는 당신은 진정한 용자

반면 모스는 비행 게임을 즐기는 하드 게이머다. 다소 어리숙하지만, 자신의 취향만큼은 확실한 그는 IT부서답게 하드웨어 취향이 굉장히 고급스럽다. 시즌 4의 5화 'Bad Boys'의 공원 장면에서 로이는 한가로이 점심식사를 하고, 모스는 기괴한 장비를 갖추고 8비트 디스트로이어로 추정되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 후에 네티즌에 의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해당 기기들은 사이텍 프로 플라이트 기기들로, 모스가 착용하고 있던 것은 헤드셋과, 헨들 및 레버 세트, 스위치 패널, 라디오 패널, 비행기 페달로 밝혀졌다.

 

간단하다 ‘당신도 게이머잖아요’


▲ 자신을 속이려 하지 마세요

전 세계가 게임루저에 열광하는 이유? 간단하다. 그들도 게임루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 고깝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게임을 배타적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이 결합하어 한국의 게이머는 루저라 폄하된다.

하지만 루저의 진정한 의미는 사회에 섞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관습적인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본 필자는 게임루저라고 불리는 것이 자랑스럽다. 적어도 게임루저인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내일을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하릴없이 하루를 보내지 않는다.


▲ 게임을 즐기는 내 모습이 부럽지 않나요?

친구들과 모여 ‘락밴드’를 구성하여 기타맨을 맡기도 하고, 헤일로의 밤을 정해서 ‘헤일로’ 2vs2 대결을 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친한 친구들이 함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레이드를 다니고, 점심시간엔 공기 좋고 시원한 공원에서 비행게임을 한다. 이것만 하기에도 게임루저들의 삶은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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