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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네 미쿠 관찰 보고서, 그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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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하츠네 미쿠’, 그녀는 누구인가?

지난 12일 폐막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한 명의 특별한 일본 여자가수가 초대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녀’는 콘서트에서 게임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실존인물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 KBS1에서 소개된 '하츠네 미쿠' 콘서트 (영상출처: 다음팟)

‘하츠네 미쿠’는 삿포로를 시작으로 LA, 한국, 홍콩, 대만에서 웬만한 가수도 힘들다는 ‘단독’ 라이브 공연(한국, 홍콩, 대만은 생중계 형식)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구글’, ‘도요타’ 등 각종 기업의 CF모델로도 활약한 바 있는 베테랑 ‘가수’다. 게다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오프닝을 장식할 아티스트’ 투표에 ‘슈퍼 주니어’, ‘빅뱅’과 같은 K-POP 가수를 제치고 ‘하츠네 미쿠’가 1위를 달성하는 해프닝도 있었을 정도로 '하츠네 미쿠' 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이 파급력의 중심에는 각종 UCC영상이 올라오는 ‘아버지’ 니코니코 동화, 태생의 ‘어머니’ 크립톤퓨처미디어, 게임과 콘서트를 위해 힘써주는 ‘오빠’ 세가가 ‘오덕력 백만파워’로 ‘하츠네 미쿠’를 널리 전파하는데 힘쓰고 계신다.


1. 하츠네 미쿠의 흥행 원인 분석

 
▲ 하츠네 미쿠 라이브 파티 2012&하츠네 미쿠 콘서트 최후의 미쿠의 날 감사제

‘하츠네 미쿠’는 ‘보컬+안드로이드’라는 뜻의 합성어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을 캐릭터화한 것으로, 기자가 은근히 자주 언급(?)한터라 게임메카를 자주 들락날락한 분들이라면 많이 알고 계실 것이다. ‘그녀’는 일본의 야마하에서 만든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에 크립톤퓨처미디어가 캐릭터를 더한 합작 프로그램으로, 사용자가 작곡한 노래를 일종의 기계음으로 불러주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보컬로이드’는 지원 언어나 음역 폭에 따라 버전이 나뉘고 그 버전을 ‘세대’라 칭하는데, ‘그녀’는 2세대에 속한다.


▲ 그녀의 뒤를 잇는 수 많은 후배 가수들(보컬로이드 3세대)

2세대라는 이야기는 이미 크립톤퓨처미디어 기획사(?)에서 1세대 ‘보컬로이드’ 가수를 배출 한 바 있다는 의미인데, 그 당시에는 조악한 성능과 평범한 모에(萌え)화로 인해 흥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 등장한 2세대 ‘하츠네 미쿠’는 왜 크게 이슈가 된 것일까? 그 배경에는 ‘그녀’를 지원해주는 최고의 팬클럽 ‘네티즌’이 있었다.

‘하츠네 미쿠’의 흥행은 국내로 치면 ‘아프리카’, 북미로 치면 ‘유투브’의 사촌에 해당하는 일본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면서 함께 커뮤니티를 나누는 동영상 사이트)’에 처음으로 모습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 그녀의 데뷔곡 '이에반 폴카(Ievan Polkka)'

‘하츠네 미쿠’의 첫 데뷔 무대는 ‘니코니코 동화’에서 ‘Otomania’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유저가 ‘하츠네 미쿠‘를 고용하여 1930년도 핀란드 노래 ‘이에반 폴카(Ievan Polkka)’를 부른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하면서 이루어졌다. 중독성 있는 노래와 귀엽게 묘사된 ‘하츠네 미쿠(이후 하츄네 미쿠라 불림)’를 보고 많은 네티즌들이 즐거워하였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에게 ‘하츠네 미쿠’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하게 ‘하츠네 미쿠’가 귀엽거나 노래가 웃겨서 일어난 이슈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추어 작곡가들의 희망과도 같았던 것이다. 자신들이 작곡한 노래를 지원해줄 스폰서도, 가수도 없던 상황에서 본인들의 노래를 불러주던 ‘하츠네 미쿠’는 말 그대로 희망의 여신(?)이었던 셈.

‘하츠네 미쿠’가 부른 ‘이에반 폴카’는 파를 돌리는 ‘하츠네 미쿠’의 모습을 따서 ‘파돌리기송’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후 ‘그녀’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다름아닌 ‘파’가 되었다.


▲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의 광고 영상으로 쓰인 '미쿠미쿠하게 해줄게'
(게임의 모션캡쳐를 위해 모델로 등용된 오구라 유이)

이어 ‘니코니코 동화’에서 ‘ika_mo’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츠루타 카모’의 ‘미쿠미쿠하게 해줄게’는 ‘하츠네 미쿠’를 표현하는 최고의 노래이자 대표곡으로 평가받으며, 그 당시(2008년) ‘아이셰어’가 일본에서 실시한 ‘하츠네 미쿠가 부른 노래를 들어본 적 있나요?’라는 설문에 약 70%의 응답자가 이 노래를 들었다고 할 정도로 히트하게 된다.

희망의 여신 ‘하츠네 미쿠’는 아마추어 작곡가들은 물론 동인 문화인들의 새로운 창작요소가 되어 ‘2차 창작(동인 문화)’를 형성시켜주며 본격적인 데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 오리콘 차트 2위에도 오른 '하츠네 미쿠'

동인문화의 모델, 아마추어 작곡가들의 희망이었던 ‘그녀’는 2007년 12월 ‘니코니코 동화’에서 ‘ryo’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저가 작곡하고, ‘하츠네 미쿠’가 부른 오리지널 곡 ‘멜트(メルト)’가 투고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게 된다.

‘멜트’는 ‘니코니코 동화’에서 830만회 이상의 재생과 80만개 이상의 코멘트(8월 29일자)가 달리며 폭풍 같은 인기를 얻었으며 ‘그녀’가 부른 ‘멜트’가 포함된 음반 ‘supercell(소니)’은 2009년 일본 오리콘 차트 2위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이룬다. 그 당시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는 "전자의 가희라 불리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소름이 끼쳤다. 연주와 가사 모두 훌륭하다"라고 평가했다.


▲ '하츠네 미쿠' 최고의 히트곡 '멜트(メルト)'

지금도 수백 곡이 넘는 노래가 ‘하츠네 미쿠’를 통해 불러지고 있으며 최근 출시되는 앨범들도 일본 오리콘 차트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엄연히 정식으로 출시된 앨범으로서 말이다.


2. 하츠네 미쿠의 파급력 ‘2차 창작’

‘그녀’의 인기는 ‘니코니코 동화’와 ‘UCC 문화’가 더해지면서 인기폭풍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하츠네 미쿠’ 캐릭터를 만든 크립톤퓨쳐미디어는 최대한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바라며 공식 팬사이트 ‘피아프로(ピアプロ)’를 오픈한다.

‘피아프로’는 ‘보컬로이드’를 대상으로 하는 팬사이트로, 수많은 팬들이 모여 일러스트는 물론 작곡한 곡 등을 공유하며 평가받는 장소다. 크립톤퓨쳐미디어는 ‘하츠네 미쿠’를 사용한 ‘2차 창작’을 위해 비영리적인 경우 누구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피아프로 라이센스를 허용하는 등의 동인문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수많은 동인 문화를 양산시킨 '파이프로' 홈페이지와 '픽시브' 홈페이지

물론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2차 창작’의 자유를 얻은 ‘하츠네 미쿠’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 사이트 ‘픽시브’나 일본 최대 동인 문화의 장 ‘코믹마켓’ 등에서 모습을 보이며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된다.  

일본의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 박사는 일본 열도를 휩쓴 ‘하츠네 미쿠’ 문화에 대해 “하츠네 미쿠가 팬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자기가 프로듀스를 할 수 있는 아이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종의 인형 놀이라고 볼 수 있지요. 아마 여자에게 이런 대사를 말하게 하고 싶어 하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 ‘하츠네 미쿠’가 그 소망을 이루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 일본 금성 탐사선 프로젝트의 '하츠네 미쿠'를 응원하는 만화 작가 축전

물론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만 흥행한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 작곡자들에 이어 능력 있는 작곡자들도 다수 ‘그녀’와 함께 음반 작업을 했으며, 앞서 언급하였듯이 ‘소닉 뮤직’과 계약을 맺고 음반을 출시하거나 ‘카드캡터 사쿠라’, ‘엔젤릭 레이어’로 유명한 CLAMP, ‘최종병기 그녀’, ‘간츠’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GONZO가 참여하여 ‘하츠네 미쿠’를 알리는 업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츠네 미쿠’는 이제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게임 속 콜라보레이션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라테일’과 ‘팡야’는 대표적인 사례. 물론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후 국내로 수입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서는 각종 RPG에 리듬액션게임은 물론, 같은 소속사(세가)의 애완동물 ‘소닉 더 헤지혹’ 유니폼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 ‘소나’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등 다방면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 '라테일(상)' '팡야(중)'에도 등장한 '하츠네미쿠'와 친구들
LOL의 '소나(하)'의 제작 배경에도 '하츠네미쿠'가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일본의 문화 산업에 핵심이 되는 부분에서 모두 관여하면서 ‘하츠네 미쿠’는 ‘오타쿠 문화’라 불리는 ‘막힌 문화’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이자 만인의 가수로 기억되는 ‘열린 문화’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네티즌과 UCC 문화로 시작한 ‘하츠네 미쿠’ 문화는 이후 국가(일본)와 각 메이커 업체들이 모두 참여하여 ‘모두가 만들어가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고, 그렇게 커진 ‘하츠네 미쿠’ 문화는 이제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문화폭탄’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컬로이드’ 가수 ‘시유’도 모두가 함께 해준다면 ‘하츠네 미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지털 디바’이자 ‘전자의 가희’가 될 것이라 믿는다.


3. 하츠네 미쿠
가 이루어낸 업적

‘하츠네 미쿠’는 그 인기에 힘입어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보컬로이드’ 문화를 전파해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과 중국에도 ‘보컬로이드’가 등장하고 있으며, 각종 CF와 콘서트를 통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노래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중에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3-1. “전 이래보여도 가수라고요” 단독 콘서트

 
▲ 2010년에 개최된 '하츠네 미쿠 감사제' 곡명은 'Po-Pi-Po'

‘그녀’의 3살 생일이기도 했던 2010년.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세가는 ‘그녀’를 위해 본격적인 콘서트 계획에 나서게 되는데, 바로 세가의 기술력과 크립톤퓨쳐미디어의 기술력을 함께 ‘진정한 하츠네 미쿠’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바로 3D 입체 홀로그램 콘서트다.

그동안 무언가 어설프고 부족했던 홀로그램 콘서트였지만,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시리즈로 모델링과 움직임에 도가 튼 세가와 캐릭터 디자인의 크립톤퓨처미디어의 3D 입체 효과 기술력이 만나자 최고의 콘서트가 완성되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미쿠의 날 감사제(39's Giving Day)’이기도 했던 이날은 최고의 단독 콘서트로 기록되며, 무대가 되었던 도쿄돔을 1만개의 파가 뒤덮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 '하츠네 미쿠' LA 콘서트 배너 광고

이날 콘서트는 그대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으며 행사에 참여했던 일본인은 “일본은 평화롭다. 일본인으로 좋았던...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감사합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어설프게 립싱크하고 춤추는 ‘딴따라’보다는 오히려 이런 가수(하츠네 미쿠)가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이도 더러 있었다.


▲ 한국 '하츠네 미쿠' 콘서트 홍보 포스터

그렇게 ‘그녀’는 미국 LA에서 개최된 ‘아니메 엑스포 2011’에서도 콘서트를 열었고, 국내를 포함한 홍콩, 대만과 함께 상영회를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 2011년 8월 한국에서 했던 ‘하츠네 미쿠 라이브 파티 2011 In 삿포로’ 공연은 6분만에 전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3-2. "전 세계 팬들과 함께해요“ CF 모델


▲ 일본 도요타의 콜로라 광고 영상(한국어 버전)

콘서트는 물론이고 다방면의 CF에서 활약하는 ‘그녀’는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 고용, 자사의 신형 차량이었던 ‘코롤라’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어 전 세계(영어는 물론 한국어, 광동어, 북경어, 베트남어 등)에 ‘그녀’의 위엄을 알리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다. CF에서 ‘하츠네 미쿠’가 일본어로 노래하는 모습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에 주요 외신이나 언론들은 ‘도요타의 발악’이라 평가했지만, 국내 팬들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 전 세계인이 놀란(?) 크롬 '하츠네 미쿠' 광고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크롬’ 등으로 유명한 구글 역시 자사의 인터넷 프로그램 ‘크롬’의 광고 모델로 ‘하츠네 미쿠’를 고용. ‘크롬’이 가지는 커뮤니티성과 속도를 강조한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일본으로 돌아가면 2011년 AC 재팬의 훗카이도 지역 공익광고 ‘이 힘, 이 땅에서’라는 영상에 훗카이도의 상징으로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삿포로 눈 축제에서는 ‘그녀’를 모델로 한 눈 조각상이 세워지면서 큰 인기를 얻어 삿포로 눈 축제의 홍보 모델로 발탁되기도 하였다.


▲ 삿포로 눈 축제 기간 동안 운영되었던 '유키(눈) 미쿠' 전동차

3-3. ‘아직 멀었답니다“ 특별한 만남


▲ 금성 탐사선 프로젝트 홍보 사이트
참고로 이 서명은 성공하여 그녀를 태우고 탐사선은 금성으로 떠났다

‘하츠네 미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본의 경제산업 부분에서 ‘정보화 촉진’ 대신 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미국 MIT에서는 ‘그녀’를 주제로 한 강연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헬로키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거나 일본 훼미리마트에서 ‘하츠네 미쿠’ 전용 상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 소니에서 출시 예정인 '하츠네 미쿠' 5주년 기념 MP3

 


▲ '하츠네 미쿠' X '헬로키티' 프로젝트

올해 5살이 되는 ‘그녀’를 위해 소니는 ‘하츠네 미쿠 5주년 기념 MP3’를 3939대('미쿠' 라는 일본어 발음의 '39'를 이용한 말장난)의 예약을 시작했다.


3-4. '하츠네 미쿠' 의 친구들

‘보컬로이드’ 2세대인 ‘그녀’는 친구가 많기로 유명하다. 야마하 기획사에서 출시한 3세대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하면 수십 명에 다다르는데, 그 중에 몇 명만 꼽아서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하츠네 미쿠’와 같은 2세대 가족으로, 쌍둥이 자매라는 설정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톤이 높은 곡들을 주로 담당하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차 창작’에서는 주로 ‘카가미네 렌’이 ‘메구리네 루카’를 짝사랑 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편.

‘렌&린’과 함께 2세대를 대표하는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보다 나이는 많지만 생일(출시일수)이 느려서 후배다. 일본어에 특화된 2세대지만 영어(팝송)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2차 창작’에서는 ‘니코니코 동화 보컬로이드 주간 인기순위’에 ‘하츠네 미쿠’를 역전했던 적이 있어서 ‘하츠네 미쿠’에게 한참 혼난(?) 바 있다.

처음에는 2세대로 데뷔하여 최근에 3세대로 업그레이드돼 다양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그녀’는 ‘마크로스 프론티어’의 ‘란카 란’ 성우인 ‘나카지마 메구미’가 목소리를 담당하며 ‘란카로이드’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보컬로이드 ‘시유’는 3세대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을 사용한 신인이다. 특히 3세대인 만큼 일본어, 영어, 한국어에 모두 능통하다는 점이 특징. 최근 ‘SBS 인기가요’에서 같은 소속의 ‘GLAM’과 데뷔무대를 가지며 안티팬(?)이 더 늘어나버린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 한국 ‘패밀리마트’가 이름을 ‘CU(씨유)’로 바꾸면서 이미지 검색을 하면 ‘CU’가 더 많이 나오는 굴욕을 얻기도 했다.

 

‘시유’와 함께 3세대 ‘보컬로이드’인 신인 ‘루오 티엔이’는 중국 ‘보컬로이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어난 ‘보컬로이드’ 가수다. 국내와 다르게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밀어준다는 점이 특징. 가장 막내라고는 하지만 ‘시유’도 이루지 못한 피규어화, 애니메이션화까지 성공한다.


5.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는 게임들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는 게임들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번 특집기사를 마무리하려한다. 기자가 언급하는 게임들은 게임 개발업체(예: 세가 등)에서 만든 게임도, 각종 ‘2차 창작’으로 만들어진 동인게임에서부터 게임 속 콜라보레이션들은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5-1. 미쿠 플릭(Miku Flick), 미쿠 플릭 2(Miku Flick/02)


▲ 영어로 변경할 수 있어도 일단 뭐하는지 알 수가 없는 '미쿠 플릭'

기자를 포함한 모든 신사들도 그러했듯이, 아이폰에 ‘하츠네 미쿠’가 데뷔한다는 소식에 모두 기뻐했다. 하지만 우리의 세가는 ‘힝~ 속았지!’를 외치며 예상치도 못한 방식의 리듬게임을 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미쿠 플릭’ 시리즈다. ‘하츠네 미쿠’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일본어 가사를 입력하는 게임으로, 각종 앨범 및 콘솔에 수록된 곡들을 연주해볼 수 있다. 물론 화살표나 버튼이 아닌 히라가나(또는 가타카나)를 말이다.

5-2. 뮤직걸 하츠네 미쿠(Music Girl 初音ミク)


▲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은 좋은데 장르에 안 맞게 춤을 춰서 문제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는 앱게임이 또 하나 있다. 이름 하여 ‘뮤직걸 하츠네 미쿠’. 정확하게 말하자면 게임은 아니고 아이패드나 아이폰에 들어 있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 뮤직실행 애플리케이션이다. 일단 무료고 의외로 ‘하츠네 미쿠’ 그래픽렌더링도 귀엽게 잘 나와서, 좋다고 다운 받았다면 노래장르에 상관없이 방정(?)떨며 춤추는 그녀의 모습을 감상함과 동시에 파 한 단 구입하는데 몇 달러씩 들어가는 데이트 비용에 격한 분노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5-3.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시리즈(2nd, 아케이드, 드리미 시어터, Extend, F)


▲ 금일(30일) 정식발매되는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F'

‘소닉 더 헤지혹’에 뒤를 이어 세가를 먹여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는 소녀가장 ‘하츠네 미쿠’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리듬액션게임으로, 국내에서도 금일(31일) PS비타로 리메이크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F’가 출시되었다.


▲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콜라보레이션 복장 중 하나인 '소닉 더 헤지혹' 복장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시리즈는 ○X□△ 버튼 4개와 방향키(또는 아날로그 키)를 박자에 맞춰 연주하는 게임으로, ‘니코니코 동화’에서 히트한 음악들 대부분이 수록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클리어 후 영상을 감상하는 ‘PV모드’, MP3 파일을 불러와 리듬 노트를 만드는 등의 ‘에디트 모드’, 수많은 유저 투고로 제작된 ‘하츠네 미쿠 비쥬얼 배경’, 실제 배우를 기용하여 만든 ‘하츠네 미쿠’ 댄스 모션까지. 세가가 제대로 그녀를 밀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이후 세가는 앞서 언급한 콘서트를 통해 얻은 기술력을 집약시킨 ‘PV모드’ 전용 콘텐츠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드리미 시어터(PS3)’를 출시했으며, 지금까지도 여러 시리즈를 출시해 세가의 마스코트였던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를 능가하려 하고 있다.

5-4.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미라이


▲ SD 그래픽이 귀여운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미라이'

3DS라는 플랫폼에 처음(정확히는 닌텐도 플랫폼 최초) ‘하츠네 미쿠’가 주인공으로 데뷔한 작품. 앞서 언급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시리즈 중 하나지만,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미라이’는 그녀의 강력한 스폰서(?) 굿스마일컴퍼니의 주력상품 ‘넨도로이드(점토+드로이드)’ 피규어 모습을 딴 SD 캐릭터 ‘하츠네 미쿠’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리듬액션게임인 것이 특징이다. 3DS 답게 3D 입체 효과로 튀어나오는 귀여운 ‘하츠네 미쿠’와 방 꾸미기를 하고 있으면 ‘넨도로이드’를 구매하고 싶어지는 욕구가 수천 배로 늘어나 매출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진다.


6. 한국의 미쿠 '시유' 도 인정받을 수 있기를...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성차별적 의미를 빼고 '하츠네 미쿠' 를 대입시켜 보면 '잘 키운 미쿠 하나, 열 아이돌 안 부럽다' 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신한류다 뭐다 해서 한국 아이돌들이 세계 여기저기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잘 만든 보컬로이드 하나가 오히려 더 큰 파급력을 보일 수도 있다.

위에서 소개했듯이, 국내에는 보컬로이드 '시유' 가 존재한다. 그러나 '시유' 가 '하츠네 미쿠' 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아직 아니다' 라고 답변하고 싶다. 아직까지 이러한 보컬로이드나 캐릭터 문화를 아이들이나 매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기는 '닫힌 사고' 가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히 뭔가 변하고 있기는 하다. 조금(많이) 아쉽긴 했지만 어쨌든 '시유' 의 공중파 데뷔 무대도 이루어졌고, 닫힌 사고의 소유자들도 세계 각지에서 '붐' 을 일으키고 있는 '하츠네 미쿠' 파워에 약간은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몇 년 뒤에는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보컬로이드가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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