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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바일게임 리뷰가 안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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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메카의 모바일게임 리뷰 코너 '앱셔틀'
(사진출처: 게임메카 공식 홈페이지)

최근 SNS에서 ‘왜 모바일게임 리뷰가 나오지 않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봤다. 게임을 전문으로 다루는 게임 전문지 기자로서 ‘글쎄, 과연 왜 일까’라고 생각해보게 됐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너무 많아서인가’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발간한 ‘2016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 심의해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게임은 513,232건에 달한다. 즉, 한 해에 나온 게임이 51만 개가 넘는다.

그러나 게임이 너무 많다는 것이 ‘리뷰’가 없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밀물처럼 게임이 몰려온다면 이 중 ‘옥석’을 가려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게임 기자의 일이 아닐까? 여기까지 고민해본 기자의 눈에 한 트위터리안의 글이 들어왔다. ‘요즘 모바일게임 리뷰가 거의 사라진 이유. 하나를 리뷰하면 다음에 리뷰할 게임에서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

그렇다. 게임이 많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게임은 많지만 그 중 다수가 구성이 비슷비슷하다면? 리뷰 역시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신선함’이다. 그런데 아무리 게임을 바꿔도 리뷰가 똑같아질 수밖에 없다면?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다른 소재를 찾아나서는 것이 더 낫다.

다시 말해 비슷한 게임이 범람하는 시장 상황이 리뷰를 점점 사라지게 만든 이유라 할 수 있다.모바일은 여러 장르가 공생하던 온라인보다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애니팡’이 떴던 2012년에는 ‘팡류’ 게임이 범람했으며, ‘별이되어라’와 ‘세븐나이츠’가 등장한 2014년에는 수집형 RPG가 밀려들었다. ‘블레이드’에 이어 '레이븐', '히트' 등이 흥행작으로 떠오른 2015년에는 액션 RPG가, 한 달에 2,060억 원을 벌어들인 ‘리니지 2: 레볼루션’이 부각된 지금은 MMORPG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은 ‘쏠림’이 단순히 ‘장르’에 그치지 않는다. RPG부터 시작해, 전략, 카드 심지어 퍼즐에서도 ‘등급’이 마지막 목표가 된다. 더 높은 등급의 캐릭터, 소위 ‘전설급’의 뭔가를 마련하는 것이 장르를 불문하고 유일한 목표로 떠오른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전설’이 뜰 때까지 뽑거나, 게임 안에서 모은 것을 합성하거나, 더 높은 단계로 강화하는 것 등이다. 이처럼 모든 게임의 목표가 하나로 모아지다 보니 게임 내용 역시 비슷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모든 게임이 똑같은 장르, 똑같은 목표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게임 수’를 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2015년 한 해에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게임은 51만 개가 넘는다. 이 수많은 게임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라는 한정된 마켓에 몰린다. 그리고 이 중 유저들의 눈에 띄는 것은 인기 혹은 매출 상위권에 있는 소수에 그친다. 이 중 소위 ‘메인’으로 평가되는 순위는 ‘매출’이다.


▲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는 국내 모바일 격전지로 떠오른다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하루에 쏟아지는 게임이 많기에 게임사는 출시 후 적어도 1주일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1주 안에 매출 10위, 적어도 30위 안에는 게임을 올려놔야 훗날을 도모할 여유가 생긴다. 즉, 빠른 시간 안에 ‘매출 30위’ 안에 게임을 올려놔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유저를 모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일정 이상의 매출을 거둘’ 콘텐츠와 BM을 갖춘 게임이 요구된다. 즉, 생존을 위해서는 ‘게임의 개성’보다 ‘얼마나 빨리 매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더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2월 21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 중 모바일 RPG는 5종이다. 즉 절반이 RPG라는 것이다. 여기에 30위로 범위를 넓히면 12개가 RPG다. 이는 전체의 40%에 달한다. 시장에서 ‘모바일 RPG가 성공의 답’이라고 나온 상황에서 ‘수익을 바라지 않고 RPG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중소 게임사는 ‘RPG’가 아니면 퍼블리셔를 구하는 것도,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즉, RPG가 아니면 게임 출시가 불가능하다. 수많은 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대기업은 실패를 감내하며 모험에 나서기 어렵다.

‘왜 모바일게임 리뷰가 많이 없을까’라는 가벼운 질문에서 시작된 생각은 ‘비슷비슷한 게임이 넘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장 전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쏠림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봤지만 뾰족한 답이 없다. 가벼운 질문이 답을 찾기 어려운 무거운 고민으로 확장되며 기자의 마음도 한결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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