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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 배달된 中 '사드' 폭탄, 치명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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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설명 이미지 (사진출처: 국방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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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둘러싼 정국이 혼란스럽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다. 연예계부터 이슈가 불거진 ‘사드 보복’은 롯데마트로 대표되는 유통업과 국내 관광산업까지 퍼지고 있다. 여기에 3월 7일에 한국과 미국이 국내에 발사대를 비롯한 ‘사드’ 장비 일부를 들여오며 갈등이 더 격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 게임업계에 ‘사드 보복’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3일, 중국 및 국내 매체를 통해 중국 정부가 현지 게임사에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두로 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한국에서 만든 게임은 물론 한국 IP로 만든 게임도 ‘판호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게임업계에서도 ‘사드 보복’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 게임 판호 금지에 대한 국내 업계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리니지 2: 레볼루션’ 중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리니지 2: 레볼루션 판호는 이미 텐센트가 신청을 했고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텐센트를 통해 ‘판호 발급’을 진행 중이라 밝혔다.

반면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 A씨는 지난 3월 6일(월) 본인의 페이스북에 ‘몇 개월 협의한 중국 계약이 겨우겨우 계약서까지 준비된 상황이었는데 한국 게임은 판호를 안 준다는 중국 퍼블리셔의 내부소식으로 접는다고 연락이 왔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한국 게임 판호 금지’는 중국 정부의 공식 문건이 있든, 없든 중국 게임사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신작 출시 중단만으로 끝날까, 사드가 가지고 올 거대한 폭탄

만약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정말로 ‘판호’를 내주지 않을 경우 신작을 출시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판호’는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받는 ‘허가’인데, 정부가 이를 내주지 않으면 현지에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넷마블의 ‘리니지 2: 레볼루션’이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같이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인 국산 게임은 수출길이 막혀버릴 수 있다.




▲ '리니지 2: 레볼루션'과 '리니지 레드나이츠'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

그렇다면 이미 판호를 받은 게임은 괜찮을까? 한국 게임 판호 금지를 보도했던 중국 매체 ‘.gamedog’에 따르면 ‘드래곤네스트 모바일’이나 ‘선경전설(라그나로크 모바일)’도 최신 업데이트 버전에 대해서는 판호가 나지 않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출시 후 꾸준하게 신규 콘텐츠를 추가해야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은 그 특성상 업데이트가 잦다. 즉, 업데이트에 대한 판호도 거절될 경우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여파는 더욱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국게임공작위원회가 발간한 2016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은 한화로 약 28조 원 규모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은 중국에 대한 국내 게임수출의 의존도다. 2016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에 국내 게임 수출액은 32억 1,463만 달러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중국,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이다. 게임백서 통계에는 세 나라를 '중화권'으로 묶어서 비중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게임 수출액에서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로 점유율 1위다. 다시 말해 중국은 시장 자체도 크지만 게임 수출 역시 가장 많이 되는 나라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중국에 게임을 수출할 수 없게 되면 국내 게임업계는 해외 진출에 직격타를 맞게 된다.


▲ 2014년과 2015년 게임 수출 비중 비교 (자료출처: 2016 게임백서)

한 가지 더 우려되는 점은 ‘반한 감정’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 제품 불매운동처럼 소비자들이 제품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사드 배치’로 인한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해지며 국내 게임 자체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사에 심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유저 사이에서 ‘한국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인식이 퍼지면 게임업계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지 못할 수 있다.

대기업 중에는 스마일게이트와 넥슨이 대표로 손꼽힌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 ‘국민 FPS’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크로스파이어’가 주요 매출원이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6년에 ‘크로스파이어’의 선전을 바탕으로 연 매출 6,619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서 넥슨은 국내와 버금가는 매출을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넥슨은 2016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며 지역별 매출 비중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비중은 41%로 동일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시즌 업데이트를 바탕으로 작년 한 해 매출이 741억 9,800만 엔, 한화로 약 7,480억 원에 달했다.




▲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스마일게이트/넥슨)

중견 게임사 중에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된다. 중국에 출시된 ‘미르의 전설 2’ 모바일을 바탕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위메이드와 영업이익이 114% 오른 액토즈소프트, 2015년에 ‘뮤 오리진’을 토대로 연 매출이 230% 증가했던 웹젠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판호 발급 금지 소식이 나온 다음날인 3월 7일, 국내 게임주 대부분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위메이드의 경우 전 거래일보다 7.84%나 주가가 내려갔으며 엔씨소프트, 게임빌, 네오위즈게임즈, 웹젠과 같은 중형 이상의 게임사는 물론 썸에이지, 파티게임즈, 데브시스터즈, 선데이토즈와 같은 모바일게임 상장사 역시 동반하락을 면치 못했다.

만약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한 한국 게임에 대한 직간접적인 제재가 심해질 경우 업계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폭탄이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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