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 오브 시브즈'가 지난 20일 국내 발매됐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사이트)
최근, 해외에서 극과 극이 갈리는 평가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품이 하나 있다. 10점 만점에 가까운 호평부터, 4점 수준의 혹평까지 받아낸 게임. 바로 지난 3월 20일(화) 국내 발매된 Xbox One 독점작 ‘씨 오브 시브즈’다. 매체 평점 뿐 아니라 직접 해본 게이머 평가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바람에, 구매를 앞둔 많은 게이머들이 '과연 이 게임의 정체는 뭘까?'라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사실, 처음 ‘씨 오브 시브즈’가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평가는 꽤 좋았다. 당시 ‘E3’ 게임쇼에서 보여준 트레일러 영상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시연으로 공개된 보물찾기와 해상전은 모험에 목마른 사람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나오는 Xbox One 독점작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밀어주는 작품이었기에 기대감에 신뢰까지 더해졌다.
기자 역시 이런 ‘씨 오브 시브즈’ 모습을 장기간 보면서, 기대감을 품었던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부정적 평가를 뒤로 한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시 당일 게임을 구매했다. 두근거림을 안고 입성한 해적의 바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이 보여준 깊이는 너무 얕았다.
▲ '씨 오브 시브즈'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Xbox 공식 유튜브)
멀미가 절로 나는 항해, 해적 분위기만큼은 확실하다
‘씨 오브 시브즈’는 전형적인 ‘역할놀이’ 게임으로, 해적 선원이 되어 드넓은 바다를 무대로 펼치는 모험을 그린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혼자 혹은 파티 단위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혼자 하면 작은 배만 운전할 수 있어, 플레이에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동료와의 ‘협동’이 필수인 셈이다.
게임 목표는 간단하다. 바로 ‘위대한 해적’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거점에 있는 세력들이 주는 지도를 따라 여러 모험을 펼치고, 거점으로 돌아와 그 모험에서 얻은 보상을 골드로 환전해 점차 자신의 명성을 높이게 된다. 이런 활동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거점을 휘어잡고 있는 세력들 평판도 올라가고, 나중에는 목표로 한 ‘위대한 해적’에 도달하게 된다.
▲ 범선을 탈려면, 기본적으로 4인이 필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임무를 수행하여, 주요 세력 평판을 올리는게 주 활동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해적’이라는 명확한 소재를 내세운 게임답게, 보여주는 분위기도 확실한 편이다. 이런 특징이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이 바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외모를 바꿀 수 없고, 좋으나 싫으나 무작위로 생성된 캐릭터를 사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은 해적다운 외모로 가득한 세상이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대개 극도로 뚱뚱하거나 삐쩍 말라있고, 심지어 여자 캐릭터에 턱수염까지 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캐릭터를 고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괴롭지만, 나중에 동료들과 서로 캐릭터의 못생긴 외모를 놀리다 보면 오히려 해적 특유의 개성을 잘 담아냈다는 느낌을 준다.
▲ 캐릭터 외모가 맘에 안들면, 다시 돌려볼 수 있다... 물론, 그래도 못생겼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 명이라도 잘생기면 억울할텐데, 다같이 못생기니 마음이 되려 편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항해다. 비록 카툰풍 그래픽이지만, 범선 조종만큼은 세밀하다. 가령, 배를 움직이려면 동료와 힘을 모아 무거운 닻을 올려야 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향에 따라 돛이 바라보는 방향도 바꿔줘야만 한다. 여기에 지도에 암초 위치가 따로 나와있지 않아, 누군가 망루에 올라가 주위를 정찰하면서 가야 한다.
얼핏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4명의 플레이어가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상당히 바쁜 편이다. 배에 구멍이 뚫리면 자재를 가지고 와서 구멍을 막고, 바가지로 물까지 떠내는 고생을 해야 한다. 심지어 어떤 지역은 파도가 심하게 몰아쳐 범선이 크게 출렁이는데, 이때는 화면을 바라보기만 해도 멀미가 날 정도다. 어떤 의미로, 최근 게임에서 경험해본 가장 사실적인 항해였다.
▲ 혼자하면, 닻 하나도 올리기 힘들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항해는 그야말로 엉망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항해 외에도, 이런 ‘해적’ 느낌을 주는 활동은 많다. 지도를 보고 보물 찾기, 다른 플레이어와 해상전 벌이기, 악기로 우울한 노래 연주하기, 술 진탕 마시고 토하기, 대포에 몸을 누이고 발사하기 등 그야말로 해적이라면 할만한 모든 행동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처음 내걸은 ‘해적의 삶’은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 술 진탕 마시고 취하고...(사진: 게임메카 촬영)
▲ 땅파서 보물도 찾고...(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야말로 해적의 삶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바다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물웅덩이
이번 ‘씨 오브 시브즈’는 전면에 내세운 해적 콘셉을 확실히 담아낸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깊이가 너무 얕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처음 게임을 접한 사람이라도 하루 이틀이면 게임에 선보이는 콘텐츠를 모두 경험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이틀, 사흘 차로 반복할수록 게임은 지루함이 커져만 갔다.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보물을 발견하거나 해골 선원과 싸우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했지만, 명성이 높아져도 같은 임무를 반복하니 금새 질릴 수밖에 없었다. 한 예로, 아무리 난이도가 높은 임무라도 결국 찾아야 하는 보물과 쓰러뜨려야 하는 해골 선원만 늘어나는 수준에 불과했다.
▲ 결과적으로 보물 찾고...(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해골 잡는 모험의 무한 반복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임무 보상도 그리 큰 만족감을 선사하지 않았다. 열심히 고생해서 보물 상자를 가득 들고 와도, 허술한 모자 하나 살 수 없을 정도로 푼돈만 지급됐다. 더군다나, 게임에 나오는 모든 장비는 캐릭터와 배 외형만 바꿀 뿐이다. 아무리 비싼 복장을 입어도, 좋은 돛을 달아도 캐릭터 능력치가 올라가는 요소가 전혀 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물을 위한 노력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허무하게 느껴진다.
▲ 열심히 모아서 팔아도, 좋은 안대 하나 살 수도 없을 돈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천차만별 다른 모양이 있어도, 결과적으로 외형 변화가 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해상전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서로를 피하기에 바쁘다.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다들 조금이라도 더 싸우려고 했지만, 점차 보물 지키느라 바빠서 도망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특히 한쪽이 작정하고 도망치면 추격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닭 쫓던 개마냥 허망하게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많았다.
물론 난이도 있는 해골 요새와 크라켄과 전투 같은 후반부 콘텐츠도 있지만, 해골 요새는 결과적으로 해골 선원과의 전투를 크게 확장한 수준, 크라켄과의 전투는 단순한 자연재해와 같은 연출이라 업적을 얻는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성취감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이란 보물 찾고, 거점까지 나르는 활동의 반복이었다.
▲ 전투하려고 해도, 다들 도망가기 바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크라켄은 신기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자연재해와도 같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단기적이라면 몰라도, 플레이어를 끌어들일 힘 부족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씨 오브 시브즈’ 콘텐츠 부재는 심각할 정도다. 보통 6만 원이면 그래도 나름 A급 타이틀에 준하는 가격이지만, 실상 보여주는 즐길거리는 스팀에 올라오는 인디게임 이하다. 이는 사람이 많으면 재미있는 ‘역할놀이’ 게임이라는 걸 고려해도 그렇다. 사람을 모으려고 해도 4명을 넘는 인원이 한 서버에 모일 수 있는 방법도 없어, 정기적으로 모일래야 모일 수도 없었다. 어떤 의미로, 함께하는 커뮤니티적인 즐거움도 떨어지는 셈이다.
▲ 뭉치면 재미있지만, 나중에 이렇게 다시 모일 가능성은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본디 사람이 많아도 즐길 거리가 없는 놀이터에는 가지 않는 법이다. 이번 ‘씨 오브 시브즈’가 딱 그런 모습이다. 놀이터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직접 가보면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모래 장난이 끝이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게임을 전적으로 밀어주었다면, 단순히 ‘해적’ 분위기라는 외견보다는 장기적으로 게임을 끌고 갈 수 있는 콘텐츠도 확실히 채워야 했지 않았나 싶다.
▲ 짜임새는 꽤 좋았기에, 이런 콘텐츠 부재가 아쉽게만 느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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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이찬중 기자입니다. 자유도 높은 게임을 사랑하고, 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추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cooolads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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