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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 국내 논문 2,900건, 게임업계 반대 논리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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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 건국대학교 하지현 정신과학교실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올해 3월에 미국 백악관에서 흥미로운 토론이 진행됐다. '게임은 폭력의 원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찬반토론이 열린 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양쪽 모두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게임은 폭력의 원인이다'라고 주장하는 쪽은 게임과 폭력이 상관이 있음을 증명하는 연구를, '게임은 폭력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밝힌 쪽은 게임과 폭력은 상관이 없다는 연구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게임 중독'은 어떨까?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 아닌가'를 두고 양쪽이 치열하게 맞붙을 근거가 있을까? 일단 '질병이다' 쪽은 충분하다. 하지만 '질병이 아니다'는 부족하다. 게임업계에서 '게임 중독은 질병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어도, 그 뒤를 받쳐줄 근거가 없다.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이 4월 17일 주최한 강연회 현장에서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하지현 교수는 이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한국에서 나온 '인터넷 중독' 논문은 2,900건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어로 쓴 논문만 이 정도고 유명한 학술지에 실린 영어 논문도 꽤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연구는 없다. 하지현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에 반대되는 논리를 만든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논문이 3,000개가 있고, 정통부나 여가부에서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몇백억을 썼다. 이것을 근거로 들이대면 이에 대한 반론은 기업이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즉, 게임업계 스스로 '게임 중독은 질병이다'라는 논리에 맞서 싸우기 위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무기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까? 하지현 교수는 업계가 으레 써왔던 ‘게임은 산업이다’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게임은 산업이라는 논리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성장해서 취업할 때나 되어야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자녀가 게임에 빠질까 봐 걱정하는 부모에게 ‘게임은 산업이다’를 들이대봤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분은 ‘기능성게임’이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게임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하지현 교수는 이 역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되는데 기능성만 앞세운다고 사람들이 설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하지현 교수가 내세운 부분은 ‘게임 중독’에 대한 업계의 빠른 대응이다. 게임으로 인해 문제를 겪는 이용자는 있고,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게임업계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있으리라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신과 전문의로서 하지현 교수는 '게임 장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게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문제를 겪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진행한 ‘2015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 중 4%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사람 수로 보면 21만 명이 넘는다. 이러한 발표에 대해 하 교수는 인터넷이나 게임 이용에 정말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이 정도로 많지도 않고, 도박, 알코올 중독과 같이 다른 질환을 참고해서 마련된 문항으로 게임 중독을 가려내는 설문조사는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WHO의 ICD-11은 ‘게임 장애’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현 교수는 "12개월 동안 개인, 가족, 사회 등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은 게임을 많이 해서 혼나는 정도가 아니다. 회사에서 잘리거나, 학교에서 유급될 수준으로 등교거부가 이어지는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 때문에 게임에 빠진 것을 뺀 사람을 '게임 장애'로 본다면 인정할만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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